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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아름다운 동행 - 0.5초 앞서 걷는 지팡이 소리

 

아름다운 동행
0.5초 앞서 걷는 지팡이 소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글/사진. 곧미녀(김경애)
Blog. http://blog.naver.com/hvhklove
미녀의 정원



 


내 고향은

기차를 타고 3시간,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그 곳에서도 한번 더

차를 갈아타야만 도착할 수 있습니다.




 


2012년 2월

겨울인지 봄인지

바람이 혼란스럽던 어느 날,

부모님은

그 먼길을 거슬러서

막내딸을 만나러 왔습니다.





 


톡.톡.톡.톡

이번 상경에도 부모님은

주인닮아 주름투성이에 빛 바랜

지팡이를

0.5초 당신들보다 앞세우고 왔습니다.





 


대문도

집을 지킬 바둑이도 없는 고향집을

빛 바랜 놋수저 열쇠로 채워놓고

톡.톡.톡.톡

소리내며 오셨습니다.





 


아마도 큰 맘 먹고 올라왔을 겁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넋두리를 위로하기 위해

칠십 여덟 엄마도 지팡이를 들었을 겁니다.





 


오늘은 부모님과 시장엘 갑니다.

도란도란 마주 할

저녁 밥상에 올릴

아삭한 콩나물이랑 결 좋은 고기,

그리고 당신들이 광명시장 제일로 쳐주는

뜨끈한 두부도 한 모 사야겠습니다.





 


두분은 오누이처럼 닮으셨습니다.

굽은 허리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등 없는 튀김집 의자.

그 의자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소곤소곤

참으로 다정하십니다.





 


과자를 샀습니다.

한 입 베어물면 바삭하고

소리를 지를 것 같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과자입니다.

과자봉지를 잡은 아버지 손가락 사이로

달달한 향기가 빠져 나옵니다.





 


오늘 따라

시장 안에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수 많은 발소리속에서도

부모님의 지팡이들은

유난히 크고 경쾌한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를 데리고

천천히 시장을 빠져나옵니다.

부모님보다 0.5초 앞서 걷는

지팡이 소리가 시장을 두드립니다.

두분이 만들어 낸 미소가

세상을 두드립니다.

톡.톡.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