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은
기차를 타고 3시간,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30분,
그 곳에서도 한번 더
차를 갈아타야만 도착할 수 있습니다.
2012년 2월
겨울인지 봄인지
바람이 혼란스럽던 어느 날,
부모님은
그 먼길을 거슬러서
막내딸을 만나러 왔습니다.
톡.톡.톡.톡
이번 상경에도 부모님은
주인닮아 주름투성이에 빛 바랜
지팡이를
0.5초 당신들보다 앞세우고 왔습니다.
대문도
집을 지킬 바둑이도 없는 고향집을
빛 바랜 놋수저 열쇠로 채워놓고
톡.톡.톡.톡
소리내며 오셨습니다.
아마도 큰 맘 먹고 올라왔을 겁니다.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의 넋두리를 위로하기 위해
칠십 여덟 엄마도 지팡이를 들었을 겁니다.
오늘은 부모님과 시장엘 갑니다.
도란도란 마주 할
저녁 밥상에 올릴
아삭한 콩나물이랑 결 좋은 고기,
그리고 당신들이 광명시장 제일로 쳐주는
뜨끈한 두부도 한 모 사야겠습니다.
두분은 오누이처럼 닮으셨습니다.
굽은 허리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등 없는 튀김집 의자.
그 의자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소곤소곤
참으로 다정하십니다.
과자를 샀습니다.
한 입 베어물면 바삭하고
소리를 지를 것 같은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과자입니다.
과자봉지를 잡은 아버지 손가락 사이로
달달한 향기가 빠져 나옵니다.
오늘 따라
시장 안에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수 많은 발소리속에서도
부모님의 지팡이들은
유난히 크고 경쾌한 소리를 냅니다.
그 소리를 데리고
천천히 시장을 빠져나옵니다.
부모님보다 0.5초 앞서 걷는
지팡이 소리가 시장을 두드립니다.
두분이 만들어 낸 미소가
세상을 두드립니다.
톡.톡.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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