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붉음에 담긴 시민의 쉼표 공간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in 광명시민회관
글/사진.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세린(이문희)
뮤지컬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in 광명시민회관
글/사진.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세린(이문희)
추웠던 어느날, 딸을 데리고 소아과에 갔다가 뮤지컬 할인권이 놓여있는 걸 발견하고 집어왔습니다.
바로 요거~!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였어요.
이 제목을 처음 본 사람이라면 '무슨 제목이 이렇게 웃겨?' 하실 수 있겠지만 이 공연은 사실 동명의 그림책이 먼저 나와있기에 아이 엄마라면 대부분 익숙하답니다. 저도 무척 좋아하는 책 중 하나거든요.
(이미지 출처 : 인터파크 도서)
작은 두더지가 하루는 해가 떴나 안 떴나 보려고 땅 위로 고래를 쑥 내밀었어요. 그러자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답니다.
"에그, 이게 뭐야!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이렇게 주인공인 두더지 몰리 머리 위에 한 덩어리(?)가 떨어지면서, 그 범인을 찾으러 떠나는 걸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딸을 데리고 큰 장소에서 공연을 본 적이 없었고, 뮤지컬 내용이나 진행시간이 아직 우리 조아의 연령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서 갈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요. 마침 한 카페에서 단체 할인 금액으로 공구 비슷하게 인원을 모으고 있기에 저렴한 가격에 혹해서 질러 버렸습니다.
드디어 공연 날, 조아 아빠가 저와 조아를 광명시민회관 앞에 버려두고 유유히 떠났습니다.
원래는 조아 아빠도 같이 간다고 해서 표 3장을 덥썩 사두었는데, 당일날이 되자 조아 아빠는 안가겠답니다. -_-
변덕쟁이 아빠 덕에 표 한장은 그냥 날려버렸네요. 뭐 공부해야한다며 갔으니 맘 넓은 사람이 이해해줬습니다.
어쨌든 남편일은 벌써 훌훌 털어버렸고, 처음 들어가보는 시민회관이라서 두근두근~ 기대가 되었습니다.
시민회관 건물을 찍고 있는데 우리 조아는 자신을 찍는 줄 알고, 김치를 하고 있네요.ㅋ 그래서 한장 찍어줬어요.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세상에~ 줄이 끝도 없었어요. 이 줄이 정말 내가 보려는 공연 줄인건가? 의심하고 싶었는데, 1월 행사 일정표를 보니 오늘 날짜로 나온 공연은 한개 뿐이었고, 문 앞에 떡하니 커다란 포스터가 붙어있는 걸 보니, 여기가 맞긴 맞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다른 곳에서 예매를 한 상태라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채 왔다갔다하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만 있었어요. 다행히 어떤 분이 저를 보시고는 혹시 광명맘 카페 통해 오셨냐고 먼저 물어보셔서 안전하고 신속하게 표를 받았습니다.
입장시간이 약간 남아서 조아랑 저는 주변을 구경했어요. 예쁜 초록빛에 빠져있는 조아입니다.
군함 모형 같은 멋진 작품도 있었는데, 조아가 관심 많네요. 장난감으로 보이는 모양이예요.
큰 유리장 속에 기념품들도 들어있었어요. 광명시가 출처인 기념품이 아니라 광명시가 여기저기에서 받은 기념품들요. 시민회관을 찾은 사람들에게 나름 좋은 구경거리가 되는 것 같아요.
문을 열고 뒷편으로 살짝 가보면 상패들도 전시되어 있어요. 꽤 오래된 것들이었어요. 우리 필진들이 홍보실에 드렸던 공로패도 언젠가는 이곳에 남으려나?
드디어 입장합니다. 좌석배치도도 미리 확인했구요.
오호! 이곳이 대극장 무대라고 합니다. 대극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런 이런~ 우리 자리는 2층인데,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없어요. 입구에서 여쭤보니 이곳으로 들어오면 안된다는군요.
도로 나가서 공연장 입구 옆의 계단을 이용해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 보니 어느덧 줄이 많이 짧아졌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편이긴 해요.
다시 표를 내고, 이번에는 제대로 2층으로 입장. 자리가 하나둘 차고 있어요.
1층은 이미 대부분 차있는 상태였구요.
우리보다 조금 늦게 입장한 꼬마 아가씨들 3명이 바로 앞좌석에 앉았어요. 한 아이의 엄마로 보이는 분이 아이들에게 관람 잘하라고 신신당부를 몇번이나 하고 나가셨는데, 미래의 제 모습인 듯 했네요.
양쪽 벽에는 모니터가 따로 설치되어 있었어요. 편의를 위해 달았을 테지만 사이즈도 위치도 약간 애매해서 활용도가 높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드디어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공연이 시작됩니다~
책에서는 몰리만 나오는데 여긴 두더지가 세마리나 나와요. 앞부분에는 책에 없는 스토리가 꽤 길었어요.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좀 더 흥미를 끌기 위해서 내용을 늘린 것 같아요.
하지만 아무리 내용을 첨가했다고 해도 가장 핵심 내용인 그것은... 몰리가 모험을 떠나기전,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라고 딱 한마디 했을 뿐인데, 아이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강아지!" "개!" "한스!"라고 외쳐대느라.ㅋㅋ 모두가 한마음으로 스포일러가 된 순간이었습니다.
개콘의 한 코너인 '어제 온 관객 오늘 또 왔네'가 딱 생각났죠.
아무튼, 어느 공연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자리가 2층이라서 아쉬운 점이 좀 있었어요. 무대로부터의 거리가 먼 것은 당연할테고, 안전을 위해 설치된 펜스에 시선이 살짝 가려진다는 점과 가끔 등장인물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가서 관객들에게 가까이 가기도 하는데, 그 장면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그랬어요. 그렇다보니 아이들이 이렇게 중간중간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에 매달리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또 오게 되면 좋은 좌석을 얻기위해 더 빨리 예약을 해야겠어요.
벌써 공연이 다 끝났습니다. 공연 중에는 사진을 찍으면 안되기에 사진이 거의 없어요.
과연 두더지 몰리는 똥의 주인을 찾았을까요? 찾았겠지요? 네, 그림책 내용대로 마무리도 시원하게 잘 해줬습니다.ㅋ
우리 조아에게는 수준 높은 공연이었지만 차분하게 아주 잘 봤답니다. 긴 시간이라서 무척 걱정했는데, 역시 우리딸 너무 이뻐요.^^
마지막 포토타임입니다. 울 딸도 찍어주고는 싶었지만, 기나긴 줄을 보니 다음을 기약해야겠습니다.
두더지랑 파리랑 개랑 기념 사진 찍는 아이들. 파리와 함께 사진 찍을수 있는 것은 꽤 드문 일인데 ^^ 좋은 추억이 되겠어요.
1층 뒷편에는 몸이 불편하신 관람객들을 위한 넓은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어요.
기념촬영은 포기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아직 오픈 전이었던 북카페 마브의 모습이 보이네요. 글을 쓰는 지금은 이미 오픈된 이후지만요.
건물 밖에는 이런 작품도 있어요. 작품의 제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남성, 아이가 있는 걸 보니 가족이 주제인 듯도 하고, 새를 보니 평화, 자유. 뭐 그런 게 느껴지기도 해요.
건물 뒷편으로 가니 광명시민운동장이 보여요. 찬바람이 따갑게 부는 날에도 절대 식지 않는 축구의 열기가 화르륵~ 느껴졌어요.
주변을 좀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호기심 많은 딸이 맘대로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걸핏하면 땅바닥에 드러눕고 ㅠㅠ 이래서 요즘 단둘이 외출하기가 매우 힘들어요. 엄마의 체력은 어디서든 항상 무한만땅 채워져 있어야만 합니다. 제가 이렇게 연약한 여자인지... 아이 키우며 처음 알게 되었답니다.
돌아가는 길에 바라본 시민회관의 옆모습. 겨울이라 주변 나무들은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긴하지만 시민회관의 붉은 색 우람한 골격이 꽤 듬직해서 전혀 초라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름부터가 시민회관이니 시민들이 더 많이 많이 이용해야만 할 것 같은 곳, 시민들을 위해 더 든든하고 튼튼하게 자리잡았으면 하는 곳입니다. 저도 또 이용할 일이 생기겠지요?
아쉽지만 오늘은 이만 헤어지자구. 시민회관아!
조만간 또 놀러올게~ 기다려~
아래는 다가오는 3월에 있을 광명시민회관의 행사일정입니다.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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