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상상 그 이상 - 광명시 평생학습원, 실버 상상미디어 학과를 아십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상상 그 이상
광명시 평생학습원, 실버 상상미디어 학과를 아십니까?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젤미남(최채용)


"레디~~~ 액션!"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O.K입니다."

"NG!"

"연기자의 눈동자가 다른 쪽을 잠깐 보신 것 같습니다. 다시 촬영하겠습니다."

"붐 마이크 나오지않게 위치 정확히 하시며~"

"라이트 켜고"

"카메라 촬영하시고~"

"레디~ 액션!"


 

영화 촬영하는 현장의 소리라고요?

네, 맞습니다. 탤런트 이순재 씨가 나오는 "라이나생명CF"를 퍼팩트하게 페러디 제작하기 위해 영화촬영을 하는 현장의 모습입니다. 그것도 "광명시평생학습원" 시민교양 아카데미 <실버 상상미디어>과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젊은이들에게도 결코 쉽지 않다는 영화촬영을 연로하신 어르신들이 흰머리를 휘날리며 각자 위치에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 하며 열심히 영화촬영을 하는 모습입니다.

인간이 만든 예술 중에서 스케일이 제일 크다는 영화예술.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기가 쉽지않다는 영화제작 분야에 멀티미디어라는 단어조차 생소할 실버학생들이 과감히 도전장을 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실버학생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거동이 원만치 못하신 분, 병원을 자주 들락거리는 병약한 분, 심지어 연로하셔서 큰 수술을 받으신 분도 계십니다. 그러나 <실버 상상미디어>학과의 학생들 학구열만큼은 결코 젊은이들에 못지 않습니다.




 

<실버 상상미디어>학과는 6~70세를 훌쩍 넘기신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영화제작 전반에 걸쳐 모든 부분을 배우는 학과입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이 연세를 대상으로 한 이러한 학과는 없지 싶습니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다른 곳에 이러한 학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아직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광명시평생학습원" 만의 특별함이라 여겨져 광명시에 살고 있는 저 자신이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시민교양 아카데미 <실버 상상미디어>학과에 수강신청을 하게 된 동기는 취미로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꽃 한 송이를 촬영해도 작가의 의도에 따라 그 꽃의 아름다움이 다양하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부터 사진 촬영 취미에 푹 빠졌습니다. 그러나 한동안 사진을 촬영하다 보니 이제는 움직이는 모습들을 표현해 보고 싶은 생각이 절실해 졌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시대는 인터넷 카페와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그야말로 UCC멀티미디어 전성시대여서 그러한 생각이 더욱 간절했는지도 모릅니다. 사물들의 고유한 동작을 생생한 캠코더 영상으로 담아내어 직접 동영상 편집도 해 보고, 제가 가입돼 있는 카페에 동영상을 올려 동호인들과도 함께 즐기고 싶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영화의 배경음악으로도 사용해 보고 내 목소리로 나레이션을 넣어 완성도에 관계없이 짧더라도 한 편의 영화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TV나 영화를 바라만 보는 수동적 입장에서 내가 작품을 직접 생산해 내고 가족 친지들과 함께 재미있게 감상하는 능동적 입장으로 바뀌고 싶었습니다.

그러던 터에 생각지도 않게 마침 “광명시평생학습원”에 <실버 상상미디어> 학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깜짝 놀랄만한 기쁜 정보였습니다. 수강정원이 넘쳐서 탈락할까봐 재빠르게 접수를 하였고 드디어 상상미디어 학과 학생의 일원이 되어 꼭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실버 상상미디어>학과에서 그동안 저희가 무엇을 배웠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동영상 작품을 기획하는 법, 모티브를 발굴해 내는 법, 시나리오 쓰는 법, "버스 샷", "풀 샷" 등 영화의 기술적 언어를 이용한 콘티 작성하는 법, 비디오카메라 다루는 법, 영상구도 잡는 법, 비디오카메라 촬영하는 법, 붐 마이크로 현장음향을 컷팅하는 법, 조명 다루는 법, 그리고 그 유명한 어도비사의 프리미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영상을 편집하는 법, WAV 음악CD 및 MP3 음악파일 만드는 법, 동영상을 웹 전용 파일로 변환하여 서버에 올리고 내리는 법, 서버에 올려놓은 영상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는 법 등을 배웠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마치 일반 대학교 영화학과에서 젊은 학생들이 배우는 영화제작 관련 모든 영역을 저희들도 다 배웠습니다. 어떻습니까?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이렇듯 <실버 상상미디어>는 열정이 넘쳐나는 학과입니다. 그리고 그 열정의 중심에는 안덕진 교수님이 계십니다. 비록 실버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지만 대학에서 강의하듯 최고의 커리큘럼을 지향한다고 말씀하시는 안 교수님에 대해 존경의 시각으로 몇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 교수님은 인천예술고등학교 등 여러 학교에 강사로 계시면서 청소년들을 잘 지도하셔서 그동안 전국규모의 청소년영화제에서 네 개의 장관상(대상) 수상작을 이끌어 내셨습니다. 또한 이 세상에 디지털 시대가 처음 태동하던 2000년도에 벌써 서울시, 인천시, 광명시 교육청의 교사연수를 맡아 교사들을 교육하신, 이 분야에서는 꽤 유명하신 분입니다. 대학에서 강의도 하셨던 안 교수님의 특징은 한마디로 열정 그 자체이십니다. 정말로 혼신을 다 해 강의를 하십니다. 새로운 기술들을 한 걸음씩 펼쳐 보이실 때 마다 "열 번씩 반복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천천히 따라해 보세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는 정말 열 번 이상을 반복해서 상세히 설명해 주십니다.




 

저희 학생들이 기술 습득하기가 어려워서 쩔쩔맬 때는 힘을 북돋아 주기위해

"여러 학생님들께서 영화제작 학과를 택하신 이유는 이 학과 어렵기 때문에 도전하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배운 것을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야 말로 실버 학생님들의 특권입니다."
"적지 않은 연세에 이 공부를 하시는 것 자체가 정말 대단하신 것입니다. 영업하기 위해 배우시는 게 아니고 취미로 배우시는 것이니 절대 부담 갖지 마시고 꾸준히 계속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이렇듯 학생들이 주눅 들지 않게 하려고 늘 배려해 주십니다.

두 시간의 강의가 마감할 때쯤이면 체력이 소진되어 몹시 힘들어 하시는 안 교수님을 뵈면 안쓰럽기까지 할 때가 있습니다. 의아한 생각이 들어 한번은 교수님께 물었습니다.

"강의를 실버 수준에 맞게 그냥 적당히 좀 하세요. 어차피 잘 모르기 때문에 저희들은 여러 해 동안 수강신청을 계속 할 겁니다."

교수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습니다.

"고 백남준 선생의 비디오 아트처럼, 이렇게 나름대로 혼신을 다 하는 제 모습이 바로 살아 움직이는 <안덕진 비디오아트>인 것입니다. 저는 지금 강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의 비디오아트를 여러분들께 보여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안 교수님은 과제물을 평가해 주는 <상상미디어학과> 전용의 카페를 손수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과제물을 올려놓도록 하셨습니다. 그리고 올려놓은 동영상 과제물 하나하나를 꼼꼼히 파악해 문제점들을 댓글로 달아 놓으십니다. 왜 그렇게 고생을 사서 하시냐고 물었더니 안 교수님은 "실력향상에는 작품평가가 아주 중요한데 수업시간에 평가를 하다보면 아까운 시간들을 많이 소비하게 돼서 시간을 좀 아끼려고 합니다." 말씀 하시더군요. 참으로 존경스럽다는 말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습니다.




 

동영상편집 프로그램인 어도비사의 <프리미어>는 매우 어렵다는 명성대로 과연 실버학생들이 다루기가 만만치 않은 도구였습니다. 그러나 편집자가 마음먹는 대로 거의 모든 영상을 구현해 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프로그램입니다. 배경영상 속에서 동영상 화면이 별모양의 괘적을 따라 움직이는 편집법을 배울 때는 학생들이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스마트폰 속에서 여러 컷의 영상들을 슬라이딩 되어 넘어가게 하는 편집 법을 배웠을 때 또한 그러했습니다. 교육받는 모든 내용들이 다소 좀 힘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기쁨도 컸습니다. 그러나 나이 탓에 돌아서면 대부분 다 잊어버리는 통에 아쉬움이 적지 않습니다. 역시 선배님들의 조언처럼 여러 학기를 거듭해서 수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 교수님은 자신의 서버 비밀번호를 실버학생들에게 공개해 주셨습니다. 그럼으로 말미암아 그동안 말로만 들었던 서버 컴퓨터에 FTP 프로그램으로 접근해서 자료를 올리고 내리는 등의 색다른 경험을 맛봤습니다. 한번은 어느 학생이 그 서버 안에 있던 안 교수님 홈페이지 관련 자료들을 실수로 삭제한 적이 있었습니다. 안 교수님이 홈피 폴더 안에 있는 자료는 절대 건드리지 말라고 신신 당부하셨는데도 말입니다. 그 때 안 교수님은 싫은 표정을 짓기는 커녕 웃으시면서 "그럴 줄 알고 중요자료를 백업해 두었습니다. 그 자료를 날려버리신 어느 학생님은 본인이 서버 자료를 날렸는지 조차 아마 모르실 겁니다. 하하하"

서버의 비밀번호를 실버학생들을 위해 아흔 아홉살까지 팔팔하게 살라는 재미난 뜻의 9988로 셋팅 해 놓으신 것만 봐도 안 교수님의 학생에 대한 끝없는 배려가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촬영 실습을 할 때는 또 다른 감동이 있었습니다. 촬영에 필요한 모든 장비, 즉 비디오카메라, 삼각대, 조명기구 셋트, 붐마이크, 클랩스틱 등 값 비싼 개인 장비들을 차량에 하나 가득 싣고 와서 학생들의 실력향상에 적극 활용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과연 어느 학교의 어느 선생님이 이토록 자기 개인이 애지중지 마련한 고가 장비들을 학생들을 위해 교육현장에 대거 투입하겠습니까? 다시금 진심으로 안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는 “광명시평생학습원”의 예산으로 <상상미디어>학과에 이러한 교육도구들이 충분히 마련되어지기를 바람해 봅니다.

<상상미디어> 학과에는 안 교수님의 제자인 동영상 제작 동아리 "해오름" 소속 회원님들이 자주 나오셔서 조교 역할을 해 주셨습니다. 따라서 저희 실버학생들의 많이 의지하며 서투른 발걸음을 한걸음 또 한걸음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도움을 주신 "해오름" 회원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상상 미디어" 학과에서 영화제작 관련 교육을 받고 보니 과연 텔레비전을 시청할 때나 영화를 감상할 때도 저의 시각이 많이 넓어져 있다는 것을 발견하곤 합니다. 실버에 해당되시는 여러분들도 저 처럼 <상상미디어> 학과에 수강신청을 하셔서 배움을 통해 건강도 유지하시고 아름다운 노년의 행복감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동영상 제작을 공부하고 있는 저는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아래 두편의 동영상은 학생모두와 교수님의 공동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안덕진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면서 포스팅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