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하얗게 눈이 내려앉은 세상.
얼마전 눈이 내리면 도덕산에 오르겠다는 한 필진님과의 약속이 떠올라 마음이 바빠지네요.
아직 눈이 녹지 않았기를 바라는 소망과 금속의 차가움이 전해지는 카메라를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섭니다.
아직 등산로 입구에 닿기도 전에 빨라진 내 발걸음을 느낀 상쾌한 겨울 바람이 물어옵니다.
"경애씨, 무슨 급한 일 있나요?"
곰곰 생각해 봅니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그렇다면, 무턱대고 산에 오를게 아니라 이야기를 만들어 볼까요?
하얀 눈 위에 발자욱을 만들며 산에 오르는 것에 대한 이유. 내 마음속에 조그맣게 자리잡고 있었던 광블과 나의 이야기? ㅎㅎ 괜찮을 것 같아요.
모두가 동네 뒷산으로 알고 있는 도덕산은 등산로 초입(광명공고)부터 만만치 않은 언덕으로 시작됩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별다른 준비없이 무모하게 광블(광명시 블로그)과 만났던 그때처럼 지금도 10년된 등산화만 믿고 산을 오릅니다. 광블과의 만남보다 시민필진이라는 이름과 먼저 만났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이름이 있었기에 광블과의 인연도 시작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시민필진이라는 이름이 내것이 되었을 때 그 이름을 나누어가진 많은 사람들도 만나게 되었어요. 아직은 내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두려움 반 설렘 반? 첫 만남은 그랬던 것 같아요.
등산로 옆에 세워진 위험표지가 처음 포스팅을 갔던 '은빛마을 금빛가게" 어르신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필진 명함도 없이 휴대폰 녹음기(ㅋㅋ)를 들이댔던 나에게 미소지으며 이야기를 해 주시던분들. 그 분들이 제게는 안전제일 표지처럼 든든한 지원군이 아니었을까요? 첫 포스팅 후 가졌던 감동도 그분들이 없었다면 느끼지 못했을테니까요.
관련포스트 - 은빛마을 금빛가게에서 전하는 희망 메시지
첫 포스팅이 광블에 올려졌을 때는 막연하게 "내 포스팅에서 희망을 느낄 수 있게 하자" 라는 거창한 각오도 했었죠. 언젠가 커다랗게 성장한 광블을 보았을 때, 내 포스팅 속의 희망이 꽃이 되어 있길 바라며 어깨도 으쓱했었으니까요.
산에 오를때 누군가 앞서 간다고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해요. 등산으로 1등 하기란 애초에 틀린 일이니까요. 누군가 벌써 산 정상을 다녀간 뒤라는 거 우린 모두 알고 있잖아요. 그래도 많은 사람이 오르는 건 그 산속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겠죠? 자신과의 약속, 건강 등등. 광블 속에도 많은 이야기들이 있어요. 필진이라는 같은 이름으로 활동을 하는 중에도 모두 다른 이야기를 각자 다른 모습으로 풀어내는 많은 필진들처럼 말입니다.
등산로 옆 산골짜기에 쌓인 낙엽 위로 눈이 소복이 내려앉았네요. 눈의 무게때문에 낙엽은 꼼짝할 수 없겠지만, 그 나름의 멋진 이야기들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시민필진들의 역할도 이렇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광명의 이야기들을 찾는 거겠죠? 겨우내 썩어서 봄이 되면 나무에게 힘을 주는 거름이 되는 낙엽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요.
광블과 필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한 머리속에 예쁜 새 울음소리가 들어옵니다. 어디서 들리는 걸까요? 두리번 두리번. 마침내 나뭇가지 사이에 앉아있는 겨울 새를 발견했어요. 등산을 하다보면 이런 횡재(내게는 필진으로의 시작이 횡재인 듯)를 만나기도 합니다. 유미 필진님이 도덕산에서 만난 다람쥐의 안부를 물었더니 초상권 침해로 유미님을 고소하려고 준비중이라네요. ㅋㅋ
밤새 곱게 눈이 내려앉았을 등산로는 벌써 많은 사람들이 다녀간 듯 해요. 셀 수 없이 많은 발자욱들과 함께 어떤 이야기들이 지나갔을지 궁금해 집니다. 등산로 옆 키큰 소나무가 가장 좋아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요? 다음 포스팅을 부탁해 볼까요?
도덕산 호랑이와 검은 독수리 발자욱이네요. ㅎㅎ 누군가의 장난스런 행동까지도 광블에서는 하나의 이야기가 되고 맙니다.
광블 속에는 참 많은 사람들의 희망이 모여 있어요. 아이들의 밝은 미래와 어르신들이 남기고 싶어하는 교훈, 그리고 보이지 않는 봉사의 손길까지.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우리 이웃의 사소한 일상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는 곳이 광블이랍니다.
얼마 전 포스팅 했던 "도덕산 공원"이네요.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집니다. 이렇게 기분 좋아지는 이름이 광블에도 있다는 거 아세요? "광명시민 공동프로젝트", "광명시 정책포털 생동감" 과 필진들의 멋진 닉네임인 한결, 윰, 닭큐, 세린, 미소, 은유, 젤미남, 곧미녀까지.
듣기만 해도 얼굴 가득 미소가 번질 수 있는 이름들이 만들어 가는 광블의 새해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등산로를 오르다 보니 도덕산 정상 550m라는 이정표를 만났어요. 나를 이끌어주는 선배 필진들처럼 산속에서 헤메이지 않도록 길을 안내해 주는 이정표. 초보 필진이었던 내게 포스팅 방법부터 하나 하나 알려주었던 필진들과 영자님이 내게는 이정표와 같은 의미가 있답니다. 곧미녀의 광블을 향한 무모한 도전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가 되기도 하고요.
나무 밑둥에 메어진 표시를 보니 이 길을 따라가면 광명가학광산동굴에도 갈 수 있나 봐요. 오랫만에 올라왔더니 반가운 이정표가 하나 더 생겼네요. 과거 광부들의 땀과 눈물로 가득했던 가학 광산. 지금은 새로운 모습으로 광명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장소로 바뀌었어요. 광산음악회와 가족탐방코스 등, 광명의 보물창고가 된 광명가학광산동굴도 광블에서 만날 수 있답니다.
산을 오르다 이런 운동시설을 만나면 버릇처럼 한 번씩 해 보곤 하죠. 왜일까요? 그건 아마도 이곳에선 꼭 근육을 움직여 주어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 때문이겠죠. 걸어가는 길이 힘들고 어깨가 무거워질 때 다시 나아갈 힘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까닭이라 생각합니다.
도덕산 중턱에서 만날 수 있는 이 나무에서는 무엇이 느껴지나요? 곧미녀의 카메라에 잡힌 이유가 오리발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하면 웃으실까요? 오리발과 함께 떠오르는 광명의 오리 이원익 선생의 청백리 정신을 기리는 축제인 "오리문화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던 것도 시민필진 세린님의 포스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 중 하나였으니 이 나무사진은 세린님께 드리는 제 선물입니다. ㅎㅎ 도덕산을 오를 땐 꼭 세린님의 오리발나무를 찾아보세요.
도시락도 까먹고 뜨거운 태양도 피할 수 있는 곳. "여수정" 이란 이름을 가진 정자와 그곳에서 내려다 본 도덕산공원 인공폭포입니다. 날씨가 추워서 휴식을 취하는 등산객이나 인공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볼 수는 없었지만, 잠시 서서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차오르는 숨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처럼 앞만보고 달려가는 인생의 책장속에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한 페이지, 이웃들의 삶, 광명이야기가 광블 속에 있기를 바라며, 하얀 눈 위에 어설픈 발자욱 꽃 한송이 피워봅니다.
좁은 등산로는 사람들에게 넉넉한 인심을 보이게 합니다. 앞에서 오는 사람을 위해 길을 비켜주거나, 빨리 가고싶은 사람에게 앞을 내어주는 일. 산에서는 누구나 쉽게 하게되죠. 광블 속 포스팅 하나 하나도 그렇게 탄생합니다.
많은 필진들이 만들어 낸 이야기 중 먼저 알려주어야 할 이야기를 먼저 내 보내기도 하고, 함께 있어야 더 아름다운 이야기는 묶어주기도 하고, 가끔은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할 줄 하는 미덕이 광블 속에도 있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산 속 깊은 곳의 나무들이 가지지 못한 이름표를 등산로 주변 나무들이 가질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요?
잘려나간 나무 밑둥에 눈치없이 내려않은 눈을 치워버릴까 하다 그냥 둡니다. 여름이라면 누군가 걸터 앉아보기도 하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니 모두 그냥 두었을 테니까요. 내년 봄에 다시 올라와서 꼭 한 번 앉아봐야 겠네요. 다시보니 변기뚜껑을 닫아놓은것 같기도 하고 봄이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기대하세요~
다음 포스트로 계속해서 이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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