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하안 문화의 집에서 만나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바로 <미술로 소통하기>라는 프로그램(3월 27일부터 6월 19일까지 진행)입니다.
자녀, 남편, 이웃, 가족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일종의
미술 치료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는 살면서 소통의 부재로 인해 상처 입기도 하고 서로를 오해하며
이해할 수 없는 상황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합니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녀와의 소통과 이해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래서인지 어린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참여도가 높았어요.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이 수업이 좋아 소개해볼까 합니다. ^^
미술치료란?
그들의 미술작품을 통해 그들의 심리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인간의 조형활동을 통해 개인의 갈등을 조정하고 자기표현과 승화작용을 통해자아 성장을 촉진시킨다. 자신에 대한 통찰력을 발견하고
사람들과의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의의가 있다.
<미술로 소통하기> 수업을 살펴볼까요?
자녀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 자녀와 가족에 대한 내 생각을 표현해 보았는데요.
일회용 접시에 밑그림을 그리고 색실로 수를 놓습니다.
저는 두 아들을 그리고 형이 동생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했습니다.
어른이 되었을 때 그 모습이 다르게 나타난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어느 날 유치원에 가 멀리서 지켜본 자녀를 보며
느꼈던 엄마의 마음을 표현했는데요. 아마도 엄마가 본 아이의 모습이 전부는 아닐 테지요.
내가 미처 몰랐던 아이와 엄마의 관계, 밀착도 등도 발견합니다.
엄마가 지녀야 할 자세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도 알아갑니다.
후련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던져진 주제에 따라 활동하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자신의 내면과 만납니다.
왼손 오른손을 그리고 손가락마다 나와 자녀의 장·단점을 기록해 봅니다.
이 시간을 통해 평소에 잘 파악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내가 장점이 있었던가? 처음엔 무척이나 막막했는데요.
생각을 깊이 해 보면서 하나둘 나도 잘하는 게 있음을 발견하게 되더군요.
그리고 나의 단점을 쓰면서는 '내 남편과 자녀가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 아프기도 했습니다.
자녀의 장점을 찾아 써내려가면서는
'이렇게 좋은 면을 많이 가진 아이에게 어른들의 잣대를 들이대며 아이를 닦달했구나...'
라며 엄마라는 이름을 반성해 보기도 합니다.
먼저 나의 감정 상태를 정리해보는 시간이 필요하겠죠?
그러고나서 준비된 재료로 가족과 나의 관계,
또는 나 자신의 모습이나 생각을 음식으로 표현해 보는데요.
선택하는 재료와 색깔은 조금 전 살펴본 감정언어를 바탕에 둡니다.
예를 들면 빨간색이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분노의 감정이라면
그 분노를 희망과 용서의 색인 초록이 감싸는 모습으로 화해와 용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또는 가족들이 화합하고 평화로운 모습으로 감싸는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만다라를 통해 나의 내면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만다라'는 인도의 언어인 산스크리트어에서 '원'이라는 의미인데요.
정신을 집중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의 질서를 세우며 조화롭게 하는 도구로 알려져 내적 세계의 표현으로 마음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도형이랍니다.
누군가는 안에서부터, 또 누군가는 밖에서부터 문양에 색을 칠하며 공간을 채워 나가는데요.
이 작업을 하는 동안 마음이 고요해지고 평안함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제목에 자신의 많은 부분이 들어 있겠죠?
후련함이 느껴져 제목을 '카타르시스'(사진 좌측)라고 붙였답니다
.오른쪽 분은 '만'이라는 제목을 붙였네요.
그것을 비우고 싶었다는 스토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리고 규칙을 정해서 뭔가를 하고 있는 자신의 본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같은 도형 다른 느낌과 각자의 생각이 다르게 표현된 도형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만다라는 같은 패턴이라 해도 하는 사람의 기분이나 처한 상황,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르게 완성되고 표현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배정한 순서이기도 합니다.
처음 했을 때와 두 번째 완성하면서 느끼는 부분을 각자 점검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마음을 찾아보는 시간에 이어 나의 모습을 만나는 시간입니다.
실물 크기의 자신을 그리는데요.
많은 사람의 시선을 한몸에 받고 싶은 자신감 충만한 본인의 모습을
그 고백을 그려보기도 합니다.
오른쪽 그림이 제 모습입니다.
과감한 헤어 컬러는 실로 붙여 표현하고 자신감 넘치는
역동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은 제 소망을 넣었답니다. 좀 쑥스럽네요. ㅎㅎ
다음으로는 협업이 필요한 사포 그림 시간인데요.
밑그림을 각각 나누어 사포에 그린 후 이어 붙이면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됩니다.
어찌나 멋진지 피카소가 왔다가 울고 갈 것 같지 않나요?
이 수업은 그리는 동안은 물론이고 완성 후 더욱 만족스러운 결과를 만들어 냈는데요.
3개월여를 함께 하며 통하는 게 있었나 봅니다.
만다라는 액자에 넣어 근사한 작품으로 재탄생되었네요.
이렇게 11회기에 걸쳐 이루어진 결과물들을 하안문화의 집에 전시했습니다.
모든 인간관계를 잘 이루어 나가고 싶으신가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을 아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텐데요.
그동안의 수업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보았으니 가족구성원,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소통을 이루어나가는 데 있어 큰 도움이 될 거라 기대해 봅니다.
두려움 없이 도전하고 열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엮어가는 여인들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네요.
그림 속 모습처럼 말이에요.
여러분도 저처럼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는 행운을 누려보시는 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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