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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소통/채워지는 배움

우리는 왜 불안해하며 엄마 노릇을 하나? - 페미니즘, 그것이 알고 싶다! 광명시평생학습원에서 열린 모성인문학 강의

 

 
나임윤경 교수의 강의는 언제 들어도 유쾌하다.

현실의 모순을 향해 던지는 그녀의 돌직구에 나는 매번 생각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페미니즘,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는 모두 아줌마라 불리는 나이쯤 되면 "그 후로 왕자님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결론이 동화 속에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일 뿐임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그저 '넌 엄마처럼 살지 마'라고만 할 뿐 새로운 사고방식이나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지는 않고 있으니 (중략) 우리의 아이들이 우리보다 조금 더 평등하고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생각해 봅시다.

 

연세대학교 문화학과 교수인 나임윤경씨를 월요일 오전마다 광명시평생학습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모성 인문학 시리즈 2로 진행된 '페미니즘, 그것이 알고 싶다'를 들었기 때문이다.

 

 

 

 

 

나임윤경 교수 스스로가 하이라이트 강의라고 말한 '생산적 모성'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엄마는 애를 잘 길러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시하는 우리 현실을 돌아본 것이었기에 교수의 강의를 요약해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작년에 TV에서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을 보면 모성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어머니라면 당연하게 사랑으로 아이를 돌볼 것 같지만, 화면 속의 엄마들은 아기를 안으며 별 감동이 없기에 괴로워하는 엄마들이다.

 

모성애는 사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학습되는 것임에도 이들은 자신을 나쁜 엄마라 여기며 죄책감을 느낀다. 한 편 애를 낳고 기르는 기간에 우리나라 여성의 취업률은 뚝 떨어진다.

요즘처럼 고등교육도 많이 받고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싶은 욕구도 많은 여성의 에너지가 오직 아이를 기른다는 미션에 집중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잘 기르는 것으로 엄마의 존재 가치가 증명되는 나라에서 엄마는 자신의 삶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한다. 아이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엄마는 나보다 가정을 지켜야 한다. 엄마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를 물었을 때 나왔던 대답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참아가며 아이를 기르는데도 우리는 왜 불안에 떠는 걸까? 우리나라 같은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불안함'이 생산성을 최대한 높이는 바탕으로 작용한다.

 

 

 

 

 

낙오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이 무한경쟁을 하도록 개인을 채찍질하는 것이다. 엄마들도 내 아이를 생산성 있는 존재로 길러야 나의 모성도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기에 육아에 전념하게 된다. 사실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렇듯 현재 우리의 엄마들은 자신도 모르게 자본주의의 생산성을 높이는데 딸려가며 모성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모습을 바꿀 방법은 없는 걸까? 여기에서 우리의 인문학적인 상상력을 발휘해보자.

여성들은 전통적으로 가족을 돌보는 일을 하며 인류를 존속시켜왔다.

이제 그 '돌봄'의 범위를 가족을 넘어 지역사회로 넓힐 때가 되지 않았는가?

요즘 우리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돌보는 일도 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도 '나'와 '남'의 경계를 허물고 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보자. 구체적으로 방과 후 아이들을 엄마들의 장기에 따라 돌보거나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일과 가정의 구분이 없어지고 '돌봄' 속에 '정의'가 녹아들 것이다.

 

 

 

 

 

일하는 엄마는 직장인으로서 롤모델이 되어 아이들 진로지도를 할 수 있으니, 전업 엄마와 취업 엄마의 갈등도 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일에 쫓겨 가정에서 소외되는 모습인 아빠에게도 아이들의 멘토로서 해야 할 역할을 마련해주자. 이런 상상이 가능해질 때 '나도 집에서 놀지 않았어'를 증명하기 위해 과도하게 매달리는 엄마 노릇에서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강의를 들으며 사회 전체의 분위기를 바꾸는 큰 그림 얘기이기에 다소 벅찬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공부 안 하고 다른 걸 해도 살만한 세상, 즉 학벌 없는 세상으로 가게 될 때 나임윤경교수가 상상하는 사회가 가능해지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상상이 현실로 바뀔 수 있음을 인류의 역사는 무수히 증명하지 않았는가?

 

한 편 "애교 없는 내 딸을 고민하지 말자. 여자 친구나 아내만 될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활동할 딸이기에 여자다운 애교로 승부 걸지 않는 게 좋은 거다"라는 말이나 "일과 가정을 양립시키라고 여자에게 말하지 마라. 이미 여자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는가?

 

 

 

 

 

차라리 남자들에게 일과 가정을 양립하라고 해보자는 나임윤경 교수의 말은 무척 시원하게 들렸다.

다들 피곤하고 바쁘다고 하면서도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계속 살 수는 없다.

 

우리 속에 싹 튼 새로운 내일에 대한 상상이 퍼져가는데 적극적으로 한 표를 던지고 싶다.


 

 

 

글·사진 | 바다연꽃(옥연희)

 

온라인 시민필진 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