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어디로 돌리건 지금 나무들은 월동준비를 하고 있다.
나무들은 각자 겨우살이를 준비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아직은 형형색색의 단풍이다.
나무들이 그저 예쁘기만 하다. 한여름까지는 푸름으로 다가왔는데 이제는 각자 자신의 색을 드러낸다. 노란색의 은행잎, 갈색의 나뭇잎, 암적색의 단풍잎 등등...
'바래져 간다'라는 것은 자신의 색을 잃어가는 과정 같다.
이 잃어가는 과정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래된 사진을 보면서 희미해진 사진이 바래졌다고 할 수도 있고, 오래된 가구를 보면 원래의 나무색이 바래져 보일 수도 있다.
저녁의 붉은 노을을 보며 하루의 색이 바래져 보일 수도 있다.
사랑도 그렇다. 과거의 추억은 기억에 남아 있지만, 사랑의 기억은 어느새 바래져 있다.
이렇듯 바래진다는 표현은 시간의 경과를 의미하며, 사람의 감정 변화를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바래진다는 의미는 모두 잃어만 가는 과정일까?
녹색을 띠고 있던 나무들은 자신의 색이 변화했지만, 다시 원래의 색을 찾기 위해서 기다림을 갖는 것이다. 저녁의 붉은 노을이 지면 어둠이 찾아오지만, 어둠 후에는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새로운 사랑을 만나기 위해 바래진 자신의 감정을 다스리고 새로운 만남을 기다린다.
나뭇잎의 녹색은 우리가 보기엔 다 같은 녹색이지만 실제 색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사람의 마음도 다스림의 과정을 거치지만 그전의 마음과는 다를 것이다.
사람의 머리도 바래진다. 하나둘의 새치가 보이면 뽑아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점점 더 바래져서 머리카락이 온통 하얗게 변하게 된다.
요즘 좋아하는 문장인 “꽃잎 떨어져 바람인 줄 알았더니 세월이라더라…” 라는 문장처럼
세월은 바람처럼 우리와 자연을 향해 불어온다. 바람 같은 세월이 우리의 머리를 바래지게 한다.
세월이라는 시간은 사람의 몸과 마음도 바래지게 한다.
원래의 색을 지우고 새로운 색이 들게 한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긴 하지만 그 거스름 속에 또 다른 향과 맛을 우러나오게 하는 마술이 존재한다.
커피콩은 처음엔 우리가 아는 검은색이 아니다. 우린 이 콩을 로스팅이란 과정을 거쳐 검은 콩으로 만든다.
로스팅의 과정을 거치면 콩은 이제 원래의 색이 아닌 인위적인 바래짐으로 커피콩은 검은색으로 변하고 만다. 검게 그을린 콩을 갈아 우리는 커피라는 이름을 붙이고 마시게 된다.
여러 가지 맛을 가진 커피가 참 많다. 그중 나는 아라비카 계열의 커피를 좋아한다.
광명시를 인격화시키면 어떨까? 광명시는 1981년 7월 1일에 시로 승격되었다.
사람으로 치자면 32살이다. 이제 어엿한 청년이다.
바래지는 색이 존재하는 반면 원래의 바래짐이 없는 색도 있다.
한편으론 사시사철 같은 색을 지니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름을 지닌 광명시의 색이라면 바래짐 속에 굳건히 자신의 색을 지닌 청년다운 기상의 색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글·사진 | 슈퍼맨(김창일)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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