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처음 김용택 시인을 알게 된 건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나온 시 때문이었습니다. 감수성이 아주 풍부했던 20대. 그때 가슴에 들어온 '맑은 날 中 -사랑-'이란 시에 푹 빠져서 그 후 몇 권의 시집을 사서 읽어보기도 했지요.
'시'라는 것은 다가가기 어렵다고만 생각을 했었는데 '김용택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우리의 삶을 노래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자연을 노래하고 사랑을 노래하는 아름다운 노랫소리같이 정겨운 것 같아요.
이렇듯 평소 좋아했던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의 북콘서트가 열린다고 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13년 전에 섬진강에서 만났던 추억이 떠올라 제 마음은 콩닥콩닥 첫사랑 만나듯이 설렜답니다.
볕 좋은 봄날 하늘하늘 꽃 치마를 입고 마중 나서야 하거늘 날이 쌀쌀해 아직도 겨울옷을 입고 나서네요.심술궂은 바람이 얄밉기도 하지만 오늘은 좋아하는 시인을 만나러 가는 길이니 기분만은 봄날입니다.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충현도서관 북콘서트. 북콘서트는 과연 어떻게 진행되는 걸까? 영상, 낭독, 음악과 노래로 풀어내는 시간이라고 적혀있지만 촌스러운 저는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합니다. 출판기념회는 몇 번 가보긴 했지만 북콘서트는 새로운 경험이라 마냥 즐겁습니다.
미리 통화하고 간 후라 시청각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적다는 건 알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소박한 느낌이 들어요. 가족같이 작은 인원이 옹기종기 모여서 이런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지요? 그래도 다음에는 많은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함께 온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북콘서트는 '가족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이에요. 우리 혀니도 조금만 더 크면 이런 곳에 함께 하고 싶어집니다.
책의 노래 서율과 함께하는 김용택 시인의 시
시작은 '책의 노래 서율'이 김용택 시인의 시를 낭송하고 노래도 부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예쁜 영상과 아름다운 목소리의 낭송과 노래를 들으니 눈과 귀가 호강하는 시간이었어요.
오늘은 김용택 시인의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시집과 '어머니'책을 가지고 책 이야기와 노래, 그리고 사는 이야기를 해나갔습니다.
'속눈썹'은 사랑하는 마음을 속눈썹의 떨림으로 표현한 시에요. 예전 같았으면 감성에 젖어서 눈물지었을지도 모를 일이겠지만, 지금은.. 사랑하는 감성, 설렘은 다 어디로 가버렸는지..^^
'서율'은 속눈썹을 노래로 만들어서 불러주었어요. 지금도 흥얼거리며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멜로디도 좋았답니다.부르시는 분 목소리가 참 좋죠?
산 그늘 내려오고 / 창밖에 새가 울면
나는 파르르 /속눈썹이 떨리고
두 눈에
그대가 가득 고여온답니다.
'개미'라는 시로 만든 노래와 영상을 보면서 부모님과 아이들도 함께 재미나게 따라 부르기도 했어요.
재미난 영상은 노래를 불러주신 현진씨께서 직접 만드셨다고 해요. 노래도 잘 부르고 영상까지 잘 만드시니 부러울 따름이었답니다.
그 뒤 '소나기' 시를 통해 다 함께 빗방울을 맞는 고마리 꽃이 되기도 했어요. 여기저기서 아얏! 소리가 터져 나오는데 저도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미소가 한가득 퍼져 나오더라구요. 북콘서트는 '시'가 '노래'가 되고 '노래'가 한마음이 되는 곳 같아요.
빗방울이 떨어지는 듯한 피아노 소리와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즐거운 랩으로 표현한 '개미'입니다.
'시'가 즐겁고 흥겨운 '노래'로 변하는 시간이었답니다.
토란 잎에 내린 /이슬비가 모여 / 또르르 굴러
개미 위에 / 툭 떨어진다
"어! 이거, 웬 물벼락이여?"
김용택 시인과 함께하는 이야기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는 고향 마을과 산골 학교에서 꽃, 풀, 새 그리고 어린이와 함께 자연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담았다고 합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따스함을 담아내어 작은 생명의 소중함 등을 잘 표현했습니다.
자연이 일어나는 현상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시집을 쓰게 되었다고 해요. 자연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는 시인님의 말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정말 좋은 시집인 것 같아요.
'꽃'이라는 시를 보면 여러 가지 봄꽃들이 등장합니다. 들어본 꽃이 몇 개 있는 것 같은데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네요. 혀니와 함께 공원을 다니다가 땅 가까이에 피어나는 꽃을 보여주며 예쁘다고 말해주지만 이름을 모르니 답답하더라구요. 이럴 때는 꽃 이름을 잘 알면 좋겠다 싶어 책을 찾아봐도 금방 잊어버리니 안타까울 뿐이에요. 김용택 시인은 시를 낭송하시고 꽃에 대해 하나하나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셨답니다.
봄이 오네 봄맞이꽃 / 개 불알 닮았따 개불알꽃
광대 나팔 같은 광대나물 꽃 / 엄마한테 혼나고 엄마 뒤따라가는 꽃다지 꽃
시루 떡 같네 시루나물 꽃 / 양지쪽에 양지꽃 / 솜털 단 솜다리 꽃
쓰디쓰다 씀바귀 꽃/ 청소해라 걸레나물 꽃
다 / 찬바람 속에 / 피어나는 봄 풀꽃
'달맞이꽃'은 우리나가 꽃이 아니라고 해요. 밤에 노란색 꽃이 피고 아침이 되면 시든다는 설명까지 해주셨어요. 그리고 직접 낭송을 해주셨답니다. 늘 생각하지만, 마음 좋은 동네 아저씨 느낌이 나죠? 그래서 더 좋은 것 같아요. ^^
김용택 시인의 구수한 말투는 너무 정감이 갑니다. 달맞이꽃을 '서율'이 노래 독후감으로 만들어 낭송하고 노래로 불러주셨는데 그 노래가 어찌나 제 마음을 흔들던지 눈물이 날 뻔 한 걸 꾹! 참았답니다. 정말 좋았어요.
언니. 안 갔지? / 안 갔어
언니. 아직 거기 있지? / 응
언니. 지금도 달 떠 있어? / 응
언니. 응 / 시방도 거기 있지? / 안 갈께 걱정 마. 빨리 응가나 해 / 알았어
우리 언니/달맞이 꽃
「어머니」 책에 관해서는
"어머니 이야기를 책으로 낸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그 얼마나 조심스러운 일인가요. 제 글 솜씨로 내 어머니만 미화될 수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라고 하시며 처음엔 책을 낼 생각이 없으셨다고 해요.
십여 년간 섬진강을 찍어온 절친한 사진작가가 어머니를 카메라에 담았고, 어머니의 사계절이 고스란히 담긴 수백 장의 사진을 보여 드리니 정말 좋아하셨다고 해요. 그 모습을 보고 책을 만들게 되었다고 합니다.
"책을 보시고 어머니가 무척이나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 어머니 모습에 책을 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김용택 시인님과 함께 질문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답 :
엄마랑 친하게 지내는 게 가장 훌륭한 모습이다. 부모가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노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싸운다. 요즘 아이들은 혼자 공부하고 놀기 때문에 상대방을 인정할 줄 모른다.
답 :
글을 쓰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구나 다 쓸 수 있지만 안 할 뿐이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일은 10년이 걸린다고 생각해야 한다. 집중적으로 하루에 3시간씩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책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쓰는 노력이 필요하다.
답 :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나는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이 있어야 도착할 수 있는 목표를 정할 수 있다.
부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찾도록 도와줘야 한다. 좋아하는 걸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고 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좋아하는 삶,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다.
답 :
미래는 생각을 안 한다. 지금 현재가 가장 좋다. 지금을 좋아하고 사랑해야 내일이 온다. 현재를 잘 가꾸어야 한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공부보다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이 더 중요하고 부모와 노는 법을 알아야 사는 방법도 안다는 말씀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 교육열이 높은 현실이 안타깝다며 "대체 왜들 그런 건지... 납득이 안돼요, 납득이!"라고 하셨는데요. 머리로는 아이들은 땅을 밟고 꽃과 나무와 함께 놀면서 지내야 하는 거야! 라고 하지만 자주 그러지 못해 아이에게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아이들을 대할 때 "늘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한다"라고 강조하셨어요. 우리 아이는 '세계적인 사랑을 얻으면서 지낼 거야'라고 생각을 하면 아이가 그런 사람이 된다고 합니다. 생각이 삶을 이야기한다고 하는 말씀에 반성이 됩니다.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고 싶은데 마음은 먹지만 쉽게 안되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에게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늦고 더디고 견디고 해야한다고 하셨습니다. 인고의 시간이 지나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다는 걸 다 아는 사실이겠지요
북콘서트가 끝나고 모두들 김용택 시인과 촬영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과 즐겁게 웃으며 사람들에게 진솔하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동네 아저씨 같은 시인의 모습에서 절로 미소가 납니다.
저도 시인님께 살짝 가서 사인을 받았답니다. 2000년에 받은 사인을 보여 드리니 "어쩐지 눈에 익은 얼굴이더라~" 하며 농을 던지시는데 "시인님도 참.."하며 같은 책에 다시 사인을 받았지요.
북콘서트는 어떻게 진행이 될까? 그리고 김용택 시인은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떨림과 함께 참석한 북콘서트. 이제는 '시'도 '삶'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이야기다 보니 우리네 삶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네요.
20대 때는 시에 관한 이야기를 한 것 같았는데 많은 시간이 흘러 이제는 인생과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구나 싶기도 해요. 이제 저만 읽고 좋아하는 '시'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으면서 자연을 함께 노래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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