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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광명시 공식 블로그 책자, "광명시민공동프로젝트호, 506일간의 항해일지" 발행 - 발간등록번호 71-3900000-00002-6-01



항해와 삶은 서로 닮았습니다.


낯선 곳으로 들어가 자신을 기꺼이 화자로 만든다는 점에서 항해와 삶은 쉽게 겹쳐집니다.


항해가 타지의 세계로 떠나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듯이,

우리 삶 역시 낯선 울타리 속으로 틈입하여 자신의 세계를 다시 보는 과정이니까요.


우리는 그 익숙하지 않은 울타리를 넘어 그 속 바닥까지 알고자 들어가보지만,

결국 우리 자신만을 확연하게 들여다보게 될 뿐입니다.







일상에서는 굳이 낯선 울타리를 넘어 나아가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삶은 계속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때때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낯선 곳의 경계를 만나기도 합니다.


그걸 보고 호기심을 느끼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이 호기심은 무엇보다도 힘이 셉니다.


그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타지를 이해해 보려는 노력이 시작되니까요.






이 노력 안에 불필요하게 들어가는 ‘사서 고생’은 덤입니다.


상관없습니다.


누군가 같이 하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만 있다면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은 그 고생을 뿌듯함으로 바꿔주기까지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낯선 곳을 다녀오고, 사람을 만나면서 뭔가 새로운 의미를 얻게 되는 이유입니다.


항해일지 하나하나는 대부분 그렇게 시작됩니다.






삶이든, 항해든 그렇게 낯선 대상을 통과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일지를 아무리 촘촘히 남겨도 다시 그 곳의 그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처럼요.


이 일지를 책으로 남기는 일 역시, 다시 되짚어갈 수 없는 항해 과정의 하나 정도가 될 겁니다.


모두가 함께 하는 일이니 뿌듯함에도 다름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 항해를 책에 담는 과정은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삶을 되돌릴 수 없는 것처럼,

머리를 다시 모아 전부 쏟아부어도 우리가 해온 항해를 제대로 재생하지는 못할 테니까요.


그래도 “내 생각은 이런데, 너는 어때?”라는 생각 교환으로 이 재생 과정은 훨씬 견고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각자에게 생각을 덜어 담는 질문지가 갈라지고, 다시 모여 항해를 표현하는 일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 역시 지독한 ‘사서 고생’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들 그것을 알면서도 모이고, 기억에서 사라질까 서둘러 생각을 교환합니다.


이렇게 생각의 흔적을 부지런히 교환하려는 것 역시 항해의 한 과정입니다.








크기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과시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자신에게 주는 훈장의 크기이거나요.


어쨌든 책자 크기를 통해서라도 지금껏 우리가 한 항해는 분명 남다르다는 걸 제시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크기에 양보한 분량은 선별이라는 또 다른 고민거리를 던집니다.


주어진 페이지는 고작 50여 쪽입니다.






“좋았다, 즐거웠다, 너도 같이 해볼래?” 


각자 나름의 언어로 표현한 무수한 반복.


끝없이 이어지는 삶이나 항해는 그렇게 무수한 풍경들의 반복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새로운 각오로 다시 항해를 떠나는 것처럼 매일 같이 쌓아놓은 항해 기록들을

손으로 가르고 갈라 골라내야 했습니다.


이것이 내가 506일간의 일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수차례 다시 읽은 이유입니다.







일지에 담을 일지를 모으고, 사진, 이야기를 다시 모읍니다.


그 속에 들어온 사람들이 수도 없이 크로스 체크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낯선 것들을 덜어냅니다.


덜어낸 자리에는 모두에게 익숙한 것으로 다시 채워넣습니다.


에필로그에서처럼 이미 모두가 이 책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방관자가 아닌 참여자로 진입했으니까요.






어차피 선별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과정을 거쳤으니,

제호에 일지라고 써놓고도 이 책은 일지가 아니라는 자기 부정이 필요했습니다.


선택이란 나머지 하나를 과감히 버리는 일인 것 같습니다.


이제 이 항해일지가 새로운 항해를 떠납니다.


길 위에 던져지고, 이후엔 타인의 시선만 남을 겁니다.


어떤 시선을 받는다 해도 그건 우리 자신의 몫입니다.


결국 이 항해는 우리, 사람을 향한 것이니까요.








'506일간의 항해일지'는 우리 삶에 대한 지극한 은유입니다.





| 한량 아빠(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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