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기타연주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지만 제 젊은 시절에는 기타 좀 칠 줄 알면 그 인기는 끝없이 치솟을 정도였답니다. 특히, 따로 악기라고는 없던 시골에서 나팔바지에 기타를 들고 다니는 남학생은 모든 여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지요.
그런 시절을 살아왔던 저는 지금도 기타를 치는 사람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 없답니다. 그런 멋진 분들이 광명시에도 계신다는 소문을 듣고, 저는 부리나케 시민회관 대공연장으로 달려갔답니다. 바로 이 곳에서 25일 오후 5시에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의 제9회 정기연주회가 열리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초겨울의 늦은 오후, 이번 정기연주회는 약간은 흐릿한 날씨도 화사하게 여겨 질만큼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였던 공연이었습니다. 따스했던 공연에 저를 비롯한 많은 광명 시민들의 마음또한 포근해졌답니다.
연륜이 느껴지는 광명시민회관의 모습입니다. 오랜 세월 시민들과 더 가까워지려는 노력으로 한발 한발 걸어온 흔적들이 곳곳에 서려있기도 합니다. 이 시민회관 앞엔 시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전시회 또는 ‘시민과의 대화’ 와 같은 행사들을 알리는 현수막이 늘 붙어있었으니까요.
이 날 갔을 때도 27일 화요일에는 '문화예술교육 클러스터 거점학교 발표회'가 열린다는 큰 현수막을 볼 수 있었답니다.
공연이 있을 때마다 시민회관 앞에는 이렇게 꽃을 파는 분들께서 오십니다. 좋은 공연을 보여준 연주자 분들께 주는 선물로 이보다 아름다운 꽃다발보다 더 좋은 선물이 있을까요? 오늘은 꽃을 사는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아버지들인걸 보니, 이번 공연에는 주부 단원들이 많을 거란 생각이 드네요.
엄마가 집에서 아름다운 선율의 기타를 쳐 주면 아이들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네요. 저는 이렇게 행복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한 채 빨리 공연을 보고 싶었기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답니다.
할아버지와 함께 온 이 아이들도 엄마가 단원인 모양이네요. 이렇게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의 공연을 보러 온 머리 희끗희끗한 할아버지와 손주들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네요.
순수 아마추어 합주단이다 보니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어요. 젊은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도 리플렛을 보며 열심히 공연을 이해해보려 하네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ㅎㅎㅎ
드디어 막이 오르고, 클래식 기타를 든 단원들의 연주가 시작되었답니다. 저는 나이가 있어서인지 기타들 중에서도 클래식 기타가 가장 듣기 편하고 좋더라고요.
조용하지만 감미로운 선율의 'The Last Waltz'(영화 '올드보이' 삽입곡)를 시작으로'개선행진곡'과 '위풍당당행진곡'이 이어졌답니다. 특히 이 곡들이 연주될 때 저도 모르게 신이 났는지 발 장단을 함께 맞추고 있었답니다.
날렵한 몸매의 이경선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연주를 하는 단원들. 다들 아마추어라 보기엔 너무도 훌륭한 기타솜씨를 지니고 있었답니다.
순수한 아마추어 단원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에 공연장 내에는 훈훈한 분위기가 감돌았답니다. 특히,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음악으로 하나가 되어가는 그 분위기가 너무도 좋았어요.
기타 연주라면 여고 시절 참 많이도 좋아했던 '로망스' 정도만 알고 있던 제게, 이번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의 기타연주는 저를 새로운 기타의 세계로 인도했답니다. 기타의 굵고 가는 여섯 줄로 표현하는 감미로운 연주는 아름다우면서도 그것만의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었어요.
합주가 끝나고, 사회자님의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답니다.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은 1999년 광명시 여성회관 클래식기타 수강생들이 주가 되어 창단되었습니다. 올해로 제 9회 정기연주회를 가지는 이 합주단은 창단 이후 거의 매년 정기연주회를 가져왔습니다. 단원들은 거의 대부분이 주부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현재는 30여명의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은 정기연주회 이외에도 각종 연주회와 각종 초청공연을 해오며 광명시 여성들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항상 멋진 공연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클래식 기타를 배우고 싶으신 분께서는 지도와 지휘를 맡고 계시는 이경선 선생님께 연락 주세요. (연락처 : 010-9036-9541) >
합주가 끝나고, 조명자씨의 독주가 시작되었어요. 조명자씨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서 '라리아네의 축제' 와 '작은 로망스'를 우아하게 연주하셨답니다.
그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저도 기타를 배우고 싶은 마음이 마구 들더라구요. '작은 로망스'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로망스'보다도 기교가 훨씬 많이 들어간 곡인데도 불구하고 잘 소화하시는 모습을 보니, 진짜 기타전문가처럼 느껴졌답니다. 연주도 연주지만 곡을 하나하나 해석하며 기타를 치는 것 같은 표정이 더 멋지더라고요.
네 명의 연주자가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연주하는 더블2중주.
영화 '디어헌터' 의 주제곡인 'Cavatina'에 이어 'La Ragazza De Bube (부베의 연인)'이 연주되었답니다. 특히, '부베의 연인' 은 탱고의 선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곡입니다. 아름다운 탱고 선율에 맞춰 흑백영화의 애잔한 이미지가 떠오르게 하는 감동적인 곡이어서 그런지, 공연이 끝나자 마자 많은 관객들이 힘찬 환호를 보냈답니다. 저도 물론 기분 좋은 박수를 보냈지요.
부베의 연인 - 배호
1
종소리가 울던 날에
노을이 물든 마을을 떠나간 그 사람
눈동자에 슬픈 빛을 띄우고
먼 하늘 바라보면서 약속도 없이
2
저 종소리 또 울어도
사랑을 남기고 쓸쓸히 떠나간 그 사람
오신다는 소식은 전혀 없고
외로운 비둘기 혼자 눈물을 짓네
'부베의 연인'에 취해 있다 보니, 어느새 오늘의 마지막 연주인 다 함께 노래를 하는 시간이 되었네요. 하와이 민요 '진주조개잡이'로 시작한 이번 연주는 관객 대부분이 알고 있는 친숙한 곡이라 그런지 관객도 연주자도 모두 신이 났네요.
특히 양쪽에서 연주하시던 네 분께서 이번에는 직접 일어서서 연주를 하셔서 더욱 신이 났답니다. 중년의 관객들은 김만수의 '영아'를 크게 소리 내어 따라 부르기도 했지요.
또 이현우의 '헤어진 다음날' 이나 김태우의 'High High'의 인기도 대단했지요. 특히, 인기드라마 신사의 품격 ost로 유명했던 'High High'의 신나는 리듬에 남녀노소 모두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답니다.
이번 '빛과 여성 클래식기타합주단' 의 제9회 정기연주회는 단원들도 애를 썼지만, 특히 지도와 지휘를 맡은 이경선(한국기타협회 서울시 금천지부장, 광명 여성회관 클래식기타강사)씨의 노력이 많았던 것 같네요. 기타아마추어 여성들을 가르치며 이런 큰 무대를 해마다 가진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 일까요.
그 노력의 결실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듯, 이 분께선 열과 성을 다해 지휘를 하셨답니다.
지휘자 이경선선생님의 손끝의 움직임 아래 모두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이번 정기연주회. 전문가들의 연주가 아니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음악을 함께 느끼던 그 분위기 자체가 너무 좋았답니다.
특히 남편과 아이들, 그리고 부모님들이 함께했던 자리여서 더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연주가 끝나고 두 곡의 앵콜송까지 듣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열심히 손뼉을 치는 관객들. 이들의 엄마, 아내, 며느리와 딸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었겠지요.
더블 이중주를 연주하였던 '안미영'단원(오른쪽에서 두번째)은 기타를 배운지 5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아직 아마추어지만 너무도 훌륭히 '부베의 연인'을 연주해 놀랍다고 했더니, 가족들의 도움이 컸다며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였습니다.
"음악이라는 공통된 화제로 가족들과 더 화목해졌고, 자녀들과도 더 많은 대화를 하게 되었어요. 바쁘고 즐겁게 살다 보니 제 건강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편집 | 꽃님이(강지수)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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