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기에 앞서...
비도 오고, 실내라 그런지 셔터속도 확보가 잘 안되고 사람마저 무척 많아서 구도 잡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핸드블러까지 심하게 오는 바람에 사진 찍는 데 어려움이 많았어요. ISO1600 ~ 2000 선으로 F값을 3.5 ~ 4밖에 주지 않았는데 셔터 속도가 60을 밑돌았습니다. 상황의 열악함이 있었다는 변명을 살짝 하면서 변변치 못한 사진의 질에 양해를 구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입니다. 분명히 어제만 해도 햇볕이 쨍쨍하니 날이 참 좋았어요. 행사 날엔 가을 단풍이 어우러진 풍경이 참 멋스럽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비가 오는 건 대체 무슨 경우일까요? 카메라도 내심 걱정이 되기도 하구요. 무엇보다도, 이 행사가 실내에서 진행이 되는 바람에 참 안타까웠답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출발해야죠.
버스를 타고 하안1동 주민센터에 내려 광명문화원을 가기 위해 지도 어플을 켜고 따라갔더니, 아니 이 어플이 글쎄 전혀 다른 곳으로 저를 인도하더라구요! 그래서 다른 지도 어플을 켜 확인해 보았더니, 광명문화원은 하안도서관 바로 옆에 있었다는 그런 눅눅하고 슬픈 이야기.
조금 헤맨 끝에 광명 문화원에 도착해 담당부서로 갔습니다. 이 곳 원장님께서 행사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동동 나눔의 숲은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오래 된 행사로서, 어린이들이 직접 사고 팔고 하는 과정 속에서 직접 나눔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이 곳에서 판매된 금액의 10%는 기부한다는 사실!
이런 설명을 듣고 있던 찰나, 원장님과 같이 계시던 어떤 분께서 제게 "나 몰라?"하며 말을 거셨습니다. 저는 생전 처음 뵌 분이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저는 얼굴 기억을 잘 못하는 편이라고 말씀 드렸어요. 그 분께서는 재차 제 이름을 물으시더니,
“이름 맞네. 모르겠어? 너네 사고 쳐가지고 내가 수습해주느라 힘들었어.”
어............? 난 사고 친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로 조용조용하게 살아가는 편인데…?
알고 보니, 저를 저와 같은 이름을 가진 기자라고 여기셨던 모양입니다. "얘 ○○일보에서 글 쓰는데 글 무지하게 잘 써."라고 말씀하시는 걸 보니 말입니다. 사무실 들어와서 시민필진이라고 이미 밝혔는데도 그 분께서는 원장님께 열심히 ○○일보 기자 분에 대한 설명을 해 주셨고, 상황은 이미 해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버렸습니다. 제 이름과 같은 이름의 기자 분이 있는 줄도 몰랐네요.
그렇게 일일 ○○일보 기자(?)가 되어버린 저는 원장님의 친절한 안내에 따라 행사 부스와 일정을 알아보았답니다.
행사는 입구에서부터 이렇게 먹거리장터들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가격도 무척 저렴했고, 무엇보다 청결함이 돋보이는 부스들이었습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열심히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고, 한편으로는 부러운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하나 사먹으려 했었는데…. 그 날 따라 저는 왜 오만원 짜리 지폐를 들고 갔을까요? 특히, 저 샌드위치 정말 맛나 보였습니다.
바로 옆은 솜사탕을 만들어 주는 부스였는데,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참 좋았습니다. 판매하시는 여성분도 수준급으로 솜사탕을 만들어 내시더군요.
‘먹거리 장터’하면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있죠. 바로 떡볶이와 분식 친구들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참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이번 나눔 축제에서도 역시 자리마다 떡볶이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많았답니다. 사실, 떡볶이는 포장해서 다른 곳에서 먹는 것보단, 위 사진처럼 다 같이 좁은 자리에 둘러 앉아 바글바글한 분위기 속에서 먹는 것이 참 된 매력인데…
가슴 설레던 먹거리 장터를 뒤로하고, 건물 내부로 들어갔습니다. 야외에서 진행됐어야 할 행사가 좁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확실히 장소가 참 열악해진 느낌이 들더군요. 다닥다닥 붙어 앉은 탓에 다리를 제대로 펴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길목 길목마다 꽉 찬 인파로 인해 길을 오가기조차 힘든 상황이었답니다. 그래도 열악한 상황에 대해 서로 불평불만 하나 없는 것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역시, 광명 시민들다웠어요!
"단돈 천원에 드려요!!!!"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어찌나 귀엽던지요.
행사 시작 시간인 1시부터 많은 시민들께서 부지런히 참여해주셨습니다. 위 사진을 찍은 시각은 1시30분. 행사가 불과 30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이렇게나 많은 분들께서 자리를 채워 주셨답니다. (사실 이 사진이 사람이 가장 없을 때 시간이었거든요.)
장사가 가장 잘되던 부스에요. 밝은 모습으로 물건을 팔며, 작은 손으로 천 원짜리 한 장도 소중히 받는 이 아이. 미래가 참 기대되는걸요?
이렇게 책을 파는 부스도 있었고, 옷을 파는 부스도 있었습니다.
이 곳은 책을 파는 부스와는 다르게, 한 방 안에 여러 부스들이 모여 있는 형태였어요. 좁은 공간 안에서 이루어진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분들께서 참여하셨죠?
장난감을 파는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떡볶이 드시는 사장님! 어째 오늘 물건은 많이 파셨는지요?
이렇게 서로 물건을 사고 파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저 손님은 정말 저 물건을 사갔답니다!) 대세를 좀 아는 사장님께선 이렇게 센스 있는 문구까지 적어놓으셨네요. 이 사장님도 10년 뒤가 참 기대가 되는군요.
자, 이제 장터를 뒤로하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2층은 문화체험 부스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합니다.
제일 처음 맞이한 부스는 바로 페이스 페인팅 부스입니다. 페이스 페인팅. ‘축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것 중 하나이지요. 흔히 있는 행사도 아닐뿐더러, 무엇보다 얼굴에 이쁘고 아기자기한 그림이 얼굴에 새겨지는데 과연 마다할 어린이가 있을까요?
사람이 이렇게나 많지만 하나 하나 꼼꼼하고 세세하게 그려주는 모습이 역시 프로답습니다. 저라면 벌써 지쳐서 그만 뒀을지도 몰라요.
페이스 페인팅 부스 옆으로 지나가는 길에 보였던 만화들입니다. '아트스토리'라는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이 그린 거래요. 전 아직도 졸라맨을 그리고 있는데… 실력들이, 허허 참... 잠시 살펴보고 갈까요?
이건 언젠가 광블에서도 웹툰으로 그려졌던 '황금장닭 이야기'랑 같은 내용이네요.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입니다. 특히 ‘귀신이 하나 있는데~’ 컷의 배경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눈이 즐거워지는 만화를 보며 통로를 지나오면, 더욱 재미있는 부스들이 많습니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시민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벌써부터 각각의 부스에 참여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아직까진 사람이 별로 없어서 구도 잡는 데 영향을 별로 받지 않겠다 생각 했더니… 얼마 안 있어 제 뒤로 많은 분들이 줄지어 들어 오시더라구요.
음.. 감사합니다. 열심히 찍겠습니다. 그나저나 이 광명문화원, 참 깔끔하니 꼭 백화점에 온 기분인데요?
첫 부스에서는 이렇게 얼굴 쿠키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아까 떡볶이를 봐서 그런지 살짝 배가 고파 있었는데… 더 배가 고프게 생겼습니다.
막상 쿠키를 만들어 놓으면, 아까워서 먹을 수나 있을까요? 어른도 아이도, 함께 설명을 들으며 쿠키를 만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은 손가락인형을 만드는 부스입니다. 자리가 안 날 정도로 사람이 정말 많았던 부스였습니다. 한 아이가 인형을 만들고는 손에 껴보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아이가 없는 저도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게 되더군요.
이번엔 장난감을 만드는 부스입니다. 어릴 때 제가 잘 갖고 놀던 장난감이네요. 형형색색 빨대들도 이쁘구요.
아~ 이런 식으로 빨대를 불어서 과녁에 맞추는 것이었네요. 근데 저기 붙어있는 저거.... 뭐라고 부르는지 아시나요? 저는 아직까지도 궁금하네요.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작은 방이 있습니다. 이 부스는 표정으로 말해요~ 라는 부스네요. 그러고 보면, 행사가 전반적으로 아이들이 참 좋아할 만한 콘텐츠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어릴 적에도 이런 것들을 참 좋아했거든요. 창의력을 길러준다기에 막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이 아이들과 비교해보니 결론적으로는 전 열심히 하지 않았나 봐요.
다음은 판화 그리기 부스입니다. 전 중학생 때 처음 해 보았던 것 같네요. 쉽게 접할 수 없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이 기회를 잡은 아이들이 내심 부럽기도 했답니다.
뭘 그릴지 모르겠다며 하소연하는 아이입니다. 저 심정 정말 잘 알죠. 무언가 하나 걸작을 내고 싶은데 생각은 안 나고… 옆에서 엄마는 자꾸 빨리 해보라고 재촉하시고… 아…머리야…
한 바퀴를 돌고 나니 급작스레 사람이 늘었네요. 사진에 보이는 저 친구는‘오늘 가장 부지런한 친구’로 임명합니다. 페이스 페인팅, 손가락 인형에 장난감까지…? 이야~ 정말 대단하지요?
만석이 된 쿠키 만들기 부스입니다. 설명하시는 분이 친절하고 조곤 조곤 예쁘게 얘기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유아교육과가 꼭 필요한 것임을 느꼈답니다. 아이들을 격려해주는 것도 잊지 않으셨구요.
근데 어릴 적 저희 유치원선생님은 왜 저를 자꾸 쫓아내려고 했을까요? 갑자기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말을 좀 안 듣긴 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 체험들을 하기 위해서는 500원 정도의 적은 비용이면 된답니다. 부모님과 떨어져서 자유로운 영혼이 된 몇몇 아이들은 이 적은 돈도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그냥 체험을 시켜 주시더라구요. 이 행사 목적도 '이익'이 아닌 '체험'이니까요.(카메라 모드를 동체추적 모드로 했더니 열심히 하고 있는 분홍두건을 쓴 아이에게 초점이 맞았네요^^)
“이렇게 하나하나 붙이는 거란다. 따라해보렴.”
세세히 알려주시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체험부스를 나오며, 이 건물에서 놓친 것은 없나 다시 확인하던 차. 역시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이 페이스페인팅 부스가 또 다시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이 많아서 보지 못할 뻔 했던 가면 만들기 부스입니다. 이 부스 역시 작은 방 안에 있던 부스인데요.
아이들의 입맛에 따라 가면을 직접 디자인하고 만들어 볼 수 있답니다.
2층 건물을 나가면 바로 보이는 나만의 에코백 만들기 부스입니다. 이 곳도 손에 꼽을 만큼 인기가 많았던 부스입니다.
아이들이 디자인을 직접 해보며, 혼자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옆에서 도움을 주기도 한답니다. 아이가 직접 디자인을 할 때, 유심히 지켜보며 도움을 주시던 저 분께 개인적으로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아이들의 의사를 잘 듣고 일일이 신경 써주는 모습이 참 좋았답니다.
분주한 손들 보이시나요? 확실히 아이들에겐 이 행사가 너무나 재미있나 봅니다.
가방 만드는 부스 뒤쪽으로 커피 방향제 만드는 부스가 있었는데요.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4시에 있을 공연준비를 이 곳에서 한다기에… 이 부스의 모습은 아쉽게도 사진에 담을 수 없었답니다.
공연을 위해 이쁘게 차려 입은 아이들입니다.
부스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시계를 보니, 인형극을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저는 다시 바삐 쿠키 만들기 부스로 돌아갔답니다. 인형극은 바로 옆에서 하거든요. 아까보다 아이들이 더 많아졌네요.
아이와 함께 의자에 앉아 아이에게 인형극에 대해 설명해주시는 부모님들도 계셨고, 아이를 체험부스에 남겨두고 온 부모님들께서는 인형극 준비 현장보다 아이를 더 유심히 바라보고 계셨답니다. 이윽고 4시가 되어 공연이 시작됐지만, 삼각대도 없고, 플래시도 터트릴 상황이 아니어서 제대로 건진 사진이 하나도 없네요.
야외에서 했다면 모두가 조금 더 편하게 즐겼을 행사여서 아쉬움이 조금 남았지만, 참여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듯 시종일관 즐거운 모습을 하고 있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저번 주말은 아이와 함께 무엇을 하며 보내셨는지요? 따분하고 무료한 주말엔 아이와 함께 이런 체험을 찾아다니시는 건 어떠세요?
아이들이 정말 즐거워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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