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날, 집에만 있자니 시간이 아깝고 밖으로 나가려니 오후라 먼 곳은 갈수가 없어서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 마침 근처에 있는 철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행사가 있다고 해서 다녀왔어요.
'2012 지역 어울림 한마당 함께여서 좋은 철산 바자회'를 연다고 하니 안 가볼 수가 없었어요. '함께여서 좋은 철산 바자회'라는 말처럼 행사장에 가보니 정말 누군가와 같이 와야 더 즐길 수 있는 바자회인 것 같았어요. 홀로 온 나로썬 물건만 사고 올 수 밖에 없었네요.
오후시간이라 이미 사람들은 많이 와 있었고 앞무대에서는 행운권 추첨이 진행되고 있었어요. 행운권! 참 솔깃하나 그런 것에는 영~ 운이 없는 나로서는 '당첨되는 사람은 너무나 좋겠다.'하며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답니다.
다들 앉아서 뭐하시나 둘러보니 바자회 먹거리장터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놓고 삼삼오오 앉아서 식사중이시더라구요. 아, 나도 골뱅이무침에 동동주 좋아하는데 이런... 이러니 함께 해야 좋은 바자회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 아는 엄마 데리고 올 걸 그랬어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기 때문에요.
주문은 여기서 하는 건지 저 옆 천막에서 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음식을 먹으려면 이곳에서 쿠폰으로 바꿔야하고, 그 쿠폰에 적힌 번호로 행운권을 추첨하는 것이었어요.
메뉴판에 메뉴들이 참 다양합니다. 분식에서 안주까지 없는 게 없군요. '내년에는 꼭 누군가를 데리고 와서 맛있는 동동주 한잔~ 해야겠다.'라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다만 메뉴의 가격을 보니 여느 식당과 비교해서 저렴하지 않은 게 조금 아쉬웠어요. 바자회니 조금만 더 싸게 해준다면 주머니에서 돈이 더욱 솔솔 열리지 않을까요? 그래도 이 수익금들이 좋은 곳에 쓰일 테니 많은 분들이 후하게 지갑을 열어주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네요.
옆으로 돌아가 보니 물품 장터가 있습니다. 생활용품, 의류, 잡화 등 다양한 물품들이 있어요. 나는 대한민국의 아줌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한 것들이 있을까 싶어 눈이 번뜩! 해졌어요. 저~ 기 많은 사람들이 몰린 곳이 궁금해져서 본능적으로 발길을 옮겨봅니다.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파시는 물품들이에요. 예전 같으면 하나쯤 샀을 텐데 요즘엔 아이용품만 눈에 들어와서... 또 집에 고이 모셔둘 것 같은 건 사지 않아 좀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어요.
이쪽에서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 열심히 물건을 보고 있어요. 속옷, 티셔츠, 청바지, 신발, 아이들 장난감 등이 있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죠. 역시 아줌마의 본능으로 사람들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봤어요.
이곳에서 우리 딸아이가 갖고 놀 수 있는 만들기 3개를 사고 조립자동차를 하나 샀어요. 대부분 자동차, 중장비 등이 많아 남자아이가 있다면 더욱 좋아했을 것 같아요. 종류가 생각보다 다양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이가 놀 수 있는 장난감을 사게 되서 참 좋았답니다. 그것도 매우 착한 가격으로 말이지요.
옆으로 가니 아이들 신발이 가득 쌓여있습니다. 하나에 5,000원.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새 신발을 산다면 득템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마음에 드는 것들은 우리딸 사이즈가 맞는 게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려는 찰나, 때마침 필요했던 욕실에서 신을 수 있는 슬리퍼가 보여 바로 구입했어요. 구두는 맞는 게 있긴 했지만 겨울이 다가오니 치마 입을 일이 거의 없을 것 같아서 살 수가 없었구요.
주민자치센터의 농악패, 라이브 통기타 공연, 색소폰 공연, 벨리댄스 공연, 태권도 시범 등 시간별로 다양한 공연도 한다고 했는데, 저는 잠시 들른 거라 볼 수가 없었어요.
앞 무대에서 하는 것 같던데, 앉아서 음식 먹으며 여유 있게 구경하면 정말 좋았을 거 같아요. 내년엔 아는 엄마들과 함께 와서 구경하고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면서 신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며 또다시 다짐을 해봅니다.
집에 돌아와 바자회에서 산 물건들을 펼쳐보았더니 내 마음이 가득 차는 느낌이 들어요. 어린이집에서 돌아온 딸에게 바로 신발을 보여주었답니다. 브루미즈 캐릭터를 알아보며 너무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좋아집니다. 다른 물건들은 아직 숨겨두었어요. 나중에 찬찬히 하나씩 꺼내주려고 하는데 꺼내줄 때마다 좋아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흐뭇해지네요.
철산바자회 덕에 이 가을만큼 풍성해진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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