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장바구니입니다.
이렇게 생겼지요.
악, 그런데... 사진 화질이... 광블에 처음 데뷔하는데 ㅠㅠ
으음... 우리 주인님의 동생이 똑딱이를 물에 빠뜨렸대요.
그러고는 전원을 넣고 그대로 말렸대요.
주인님한테 말도 안하구요.
그랬더니 이 모양이 되었네요.
어쨌든, 오늘은 멘붕의 땅으로... 저와 함께 가봐요.
우선 저의 주인님에 대해 소개를 할게요.
우리 주인님은 옷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이예요.
남자들이 입기만 하면 젠틀해 보인다는 잘 다린 와이셔츠라든가
그와 비슷한 남방이나 티셔츠 따위도 안갖고 있죠.
여름엔 무조건 카라티만 입는 사람이랄까.
그리고 간절기엔 오로지 바람막이입니다.
추운 겨울이 되면, 젊은 사람들이 즐겨 입는 야상이라든가 내피 with 바바리 라던가
그런거 절대 없습니다.
추울 때는 거위털 팡팡~ 넣은 윈드스토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못입는 옷'들!!!
여기저기서 받았던 옷들과 더불어 어릴 때 입던 작아진 옷들,
어딘가 찢어져서 버려야 할 옷들도 생겨나는데요.
그래서 주인님은 자주
'얼마 안입었는데... 옷은 성한데.... 줄 사람이 없고.... 그냥 버리기엔 돈아깝다...'
라고 중얼거리곤 하지요.
여러분들은 그런 옷들 어떻게 하세요? 버리시나요?
우리 주인님은 어릴 적부터 조금 남달랐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말이죠.
오늘은 목요일.
집에서 안 입는 옷을 정리하자는 목적으로
주인님은 엄마와 단둘이 오붓하게 장농과 옷장을 모두 열어
그동안 입었던 교복들과 체육복, 도복, 중고등학교때의 옷이며
안입는 옷들을 모두 꺼냅니다.
여느 가정과 다르지 않게 두 모자는
'이건 이래서 버리면 안돼. 저건 저래서 버리면 안돼.'
라며 실랑이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주인님이 과감히 굳은 마음을 먹더라구요.
하나하나 꺼내다보니.... 어... 엄청 쌓인 옷들.
덕분에 주인님의 옷장에는 상하의 포함 토탈 20장이 안되는 옷들 밖에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여름용 카라티 7장, 면티셔츠 7장, 바지4장 정도)
그야말로 월화수목금토일에 맞춰 갈아입을 수 있는 그런 옷장이 되었죠.
주인님 대체 어쩌시려고...
자, 그럼 이 옷들을 어떻게 했을까요?
버릴까요? 아니요.
위에서 밝혔 듯, 주인님은 중학교 때부터 조금 특이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그 누구도 헌 옷에 관심이 없었지만...
그 날 주인님은 뭔가 큰 결심이라도 한 듯
마트에서 받은 저를 이용하여... 옷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꾸역 꾸역~
잔뜩 먹이더니, 무게가 얼마나 나가나 체중계에 올려봅니다.
"14kg. 생각보다 적게 나가네."
주인님!!! 이게 적다니요~ 전 숨쉬기 조차 힘들다구요.
옷이 넘치고 있는 거 안보여요? ㅠ_ㅠ
아, 그런데 뭐하려고 가방에 넣고 무게까지 다냐구요?
그건요... 어... 음... 저도 잘 모르겠어요;;;
자, 이제 어딘가로 출발하려고 하네요.
도대체 어딜 가는 걸까요??
오늘은 좀 살살 다뤄주세요.
저도 꽤 오래 살아서 몸이 허약하다구요.
주인님께서 숙달된 실력으로 호치케스 박음질을 시전하였으나...
저 많이 민망합니다........
우리 주인님, 미적 감각이 쫌 있는 분인줄 알았더만, 쩝.
그래도 생각보다 출발은 순조로왔습니다.
시작이라 그런지 별로 무겁지 않다는 듯 가뿐하게 절 들고 가시더라구요.
"이 정도라면 들고 갈 수 있어."
그런데 갑자기
.
.
.
.
.
투 두 둑~
"야, 너~!!"
왜 저한테 고함치시는 거예요... ㅠㅠ
일단 여차여차해서 내려왔어요. 그러고 시계를 보시더군요.
"어, 6분이나 걸려서 내려왔네..."
사실 시작이 순조롭지가 않은 거 같네요.
잠시 숨을 돌리면서 주인님은 뭔가 고민을 하는 듯 했어요.
"오늘은 어디로 갈까나. 지난 번에 간 곳은 금액을 넘 적게 쳐줬단 말야.
뭐 꼭 그곳만 갈 필욘 없지. 또 오늘은 간만에 나가서 놀 요량으로 들고 나온 거니,
겸사겸사 20분 거리에 있는 곳으로 가자!
거기도 꽤 많이 거래(?)하던 곳이니까."
버스를 타기까지 집 앞 정자에 앉아계시던 할머니들께서
저를 자꾸 힐끔힐끔~ 바라보셨어요.
뭔가에 눈독을 들이시는 듯 했어요.
"저게 뭐야? 옷이야? 버릴 건가봐...." 하시며 수군수군.
이 옷들을 전부 버릴 거라고 예상하셨나봐요.
우리 주인님은 폐지 같은 것들이 20~30kg 정도 모였을때,
할머니들께 그냥 드리기도 한 적이 있지만
의류만큼은 달랐어요. 절대 드리지 않더라구요.
할머니들의 그런 관심을 뒤로 하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지하철을 타고....
지하철에서는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됐어요.
마치 '쟤 보따리 장사라도 하는건가?' 하는 그런 눈빛으로요.
하지만 우리 주인님은 이런 옷들을 가지고 딱히 장사를 할 사람은 아니랍니다.
아마 시간 낭비라고 생각할걸요.
목적지 역에 도착해서는 계단 높이를 보고 한숨 한번 쉬어줍니다.
"언제 올라가지. 휴~"
힘내세요, 주인님.
으흐흐흐~
주인님 친구와 조우.
키는 작지만, 무지막지한 크기와 무게의 짐을 한 손으로도 번쩍~ 들 것 같이 생겼어요.
일단은 저를 들어보고 네걸음을 걷더니,
"못 들겠어!!!! -_-+"
라고 외치며 주인님을 째려봅니다.
별 수 있나요. 같이 들면 좋지요.
친구와의 사이도 더 돈독해지고, 뭐.
친구의 얼굴에 짜증이 잔뜩 들은 거 같지만, 저 때문은 아닐 거예요.
그렇게 걷고 걸어서 도착한....
고물상.....??
여기는 뭐하는 곳인가요?
안으로 들어가니, 한 할머니께서 폐지의 무게를 달고 계시더라구요.
그 동안 저는 여기에 뭐가 있나 한 번 둘러봤어요.
그런데,
뭐, 뭐지? 이 분위기는?
우리 주인님이 버린 택배박스랑 과일박스 비슷한 녀석들이 여기에 모여있네요.
혹시 여기는 쓰레기장?????
그렇다면 주인님이 절 버리시려고? -ㅁ-;;;;;
급~ 멘.탈.붕.괴.
제 상태도 모르시고, 주인님은 어떤 아저씨랑 대화를 나누네요.
"아저씨, 침대 매트릭스도 구매하신다구요?"
"네, 매트릭스도 매트릭스지만, 그 안에 스프링 달린 것 때문에 팔리거든요."
"가까운 고물상이 있다면, 돈내고 딱지 붙여서 버리는 것보단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드네요."
두 사람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저는 전혀 들리지 않아요.
이제 저희 차례가 왔어요.
주인님은 나를 저울 위에 올립니다.
예상 했던 거와 같이 15kg가 조금 안되네요.
주인님, 저 정말 버리시는건가요? ㅠㅠ
"아차차~ 손잡이가 끊어졌지만, 그래도 언제 또 쓰일지 모르니..."
역시 우리 주인님~
살포시 내 안의 헌옷들만 꺼내 다시 올리셨어요.
저는 영원히 주인님 꺼랍니다~~ ^ㅁ^♬
최종무게는 14kg가 되었어요.
"장바구니가 무게가 생각보다 나가긴 하나보네. 0.5kg가 사라졌잖아. 괜히 벗겼나...."
주인니임~!! ㅡㅡ+
알고 보니 고물상은 낡은 물건들을 팔 수 있는 곳이었어요.
주인님은 이곳에 헌옷들을 팔러 온 거예요.
고철값이 15원 내렸다는 글이 써있네요.
"조만간 고철도 좀 들고 오려했더니만, 여기는 안되겠어."
그 고철을 제 안에 담는 것 만큼은 사양하겠어요.
"그나저나 왜 다른 곳보다 50원에서 100원 정도를 덜 주는거야.
의류는 보통 1kg당 600~700원 꼴인데 말야. 내 50원 어디갔니?"
주인님은 이렇게 친구에게 중얼거리더니,
아저씨가 쥐어주는 8,400원을 보자마자 덥석~ 받더라구요.
"감사합니다아~"
그리고는 고물상을 나가며 다시 혼자 중얼거립니다.
"어차피 버릴건데 치킨 한마리값이라도 받아야지, 뭐. 흥."
이제 받은 돈으로 무얼할까 싶었는데...
결국 이 돈은 당일 밤에 주인님 아빠의 일용할 양식으로 변해버렸어요.
주인님은 조금 아쉬워하는 얼굴이긴 했지만, 뭐 아무렴 어때요~
언젠가는 누군가의 입으로 들어가서 없어졌을 그런 돈인데요.
주인님의 엄마도, 아빠도, 주변 지인분들도 모두가
이런 주인님을 보고 희안한 애라고 하시죠.
단지 그냥 버리는게 아까워서 그러셨을 뿐인데 말이에요.
아참, 제가 지켜보니까
광명시의 어느 고물상에서는 전화하면 직접 받으러 오시는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어딘지는 제가 이곳에서 자세히 알려드리긴 뭐하구요.
(여기가 그 유명한 광명시 공식블로그? 인가 뭔가 그렇다면서요?)
정 궁금하시면, 인터넷을 잘 뒤적뒤적 해보시는 방법 밖에는 없는 것 같아요.
폐지도 의류도 모두 받아가니까 잘 이용해 보세요.
어느 정도 모였다 싶으면 아이들 과자정도는 무난히 사주실 수 있을거에요.
우리 주인님, 남자가 너무 쪼잔한가요?
그치만 우리 주인님은 이렇게 모으고 모은 돈을
매우 알뜰하고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그러면 된거죠? 뭐...^^
온라인 시민필진 2기
'사랑 소통 > 사람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후 햇살에 기대어 - 광명어르신보호센터 어르신들이 꿈에 그리던 가을 나들이 (6) | 2012.11.09 |
---|---|
끝없이 솟아나는 인생의 샘물 - 어르신들의 최고의 놀이터, 광명종합사회복지관 (10) | 2012.11.08 |
기형도 시인학교를 소개합니다. - 광명 최초의 시인학교 (20) | 2012.10.30 |
좌충우돌 쫍스의 홍보실 일기~* - 광명 청년 잡스타트(job start)는 이렇게 일하고 있어요! (33) | 2012.10.19 |
모두를 위한 힐링 도시락 - 나눔누리터 코디, 손맛과 사랑이 버무려진 도시락을 전달하다 (24) | 2012.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