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여름은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가고, 어느덧 서늘한 바람이 머리결을 스치는 가을입니다. 가을~~~! 하면 '단풍', '오곡백과', '추석' 등의 단어들이 떠오르는데요. 여기, 가을과 관련된 또 다른 단어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아이들과 함께하는 신!나!는! ‘가을 대운동회!’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발을 동동 구르며 목청껏 소리치며 응원했던 어릴 적 운동회가 기억 나시나요? 저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지난 달 하안남초등학교에서 열린 '푸른 꿈을 펼치는 가을 운동회'에 참가했답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된 가을 운동회는 오후까지 청군과 백군의 열띤 경기로 하안동 전체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습니다. 오늘 저는 그 날의 신났던 하루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침 일찍부터 우리 친구들은 운동장에 모여 교장선생님의 개회사를 비롯해 국민의례, 대회장 인사, 격려사, 선수선서, 운동회 노래, 준비 체조로 운동회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끝낸 후, 각자 응원석으로 자리에 돌아가 승리의 각오를 다짐합니다.
우리 친구들은 응원석에 줄지어 앉아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며, 먼저 출전하는 선수들을 응원합니다. 이 응원석 사진에는 경기 출전으로 자리를 비운 탓에 1학년 친구들이 보이지 않는군요. 2반, 4반은 백군, 1반, 3반은 청군으로 나뉘어 경기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순간, 아이들의 마음이 어떨까요?
제일 가슴이 떨리는 순간은 아마도 50M 달리기가 아닐까 싶네요. 저는 예전에 달리기를 너무 못해서 3등만이라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거든요. 이번 운동회에서는 울 아들도 달리기에 출전했어요. 아들이 잘 달릴 수 있을지 제 마음도 너무 조마조마 했답니다.
'우리 가락 좋을씨고~!' 국악부 학생들의 국악 공연이 운동회 첫 순서를 장식합니다. 얼쑤~~~ 모두가 흥겨워지는 시간입니다.
아앗~~!! 저쪽 뒤에 빨간 옷을 입고 있는 친구들이 보이시나요? 바로, 1학년 친구들이 50M 달리기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얼마나 떨릴까요?? 아이구야... 지켜보는 제가 다 떨립니다. 실제 거리는 50미터지만, 마음속으론 5000미터도 더 되는 듯 느끼고 있겠지요?
출발~!! 드디어 뛰기 시작합니다. 응원석에선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응원 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지고 아이들은 젖 먹던 힘까지 내어 뛰고 있네요. 우리 선수들,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야 합니다. 어떤 친구들은 옆 친구를 쳐다보다가 넘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꿋꿋이 또 일어나 달리네요.
달리기에서 3등한 친구들입니다. 우리 아들도 보이는군요^^ 제가 예전에 달리기를 너무 못해서 3등만 하면 소원이 없겠다 했다고 앞서 말씀드렸죠? 드디어 제 아들녀석이 그 소원을 이뤄줬네요.ㅎ 제 눈엔 1등과 2등은 보이지 않습니다. 보세요. 참 자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지요? 마치 엄친아 같은... 편파적인 생각이라 해도 고슴도치 엄마는 어쩔 수 없습니다. ㅎㅎ
1학년 꿈나무들의 50M달리기 순서가 엄마들의 열띤 응원과 아우성으로 눈 깜짝할 새 지나가네요. 아이들 등수에 울고 웃는 엄마들의 표정과 함께 또 한 장의 추억이 쌓여 갑니다.
초반인 지금까지는 청군과 백군이 모두 0:0으로 점수가 나지 않았네요. 어느 팀이 이길까요? 같이 한번 생각해볼까요?^^ 같이 내기를 해봐요!
청군이 이기면 안아주기.
백군이 이기면 뽀뽀해주기.
어느 쪽이 이기길 원하시나요?ㅎㅎㅎ 안아주고 싶으면 청군을, 뽀뽀해주고 싶으면 백군을 응원해주세요~~!!
아구구~~ 귀여운 1학년 친구들이 꼭두각시 무용 공연을 준비하고 있네요. 여기서 잠깐! 가을 대운동회에 1학년 친구들이 유난히 많이 등장하는 것은 1학년 아들을 둔 글쓴이의 편파적인 사진 촬영으로 인한 점, 미리 양해 바래요.^^;;;
1학년 친구들이 '꼭두각시' 무용 공연을 위해 본부석 맞은편에서 입장을 준비하고 있네요. 꼭두각시 공연 준비를 위해 의상을 빌렸답니다.ㅎㅎ 1학년 아이들은 서로 체격이 달라 옷 사이즈를 잘 선택해 입어야 되는데, 아직 어린 이 친구들은 자신에게 너무 작거나 너무 큰 옷을 골라서 엄마들이 옷 입히기를 도와줬답니다. 어머나, 이렇게 사진을 찍고 나니까 옷고름을 못 맨 친구, 복 주머니를 밖으로 찬 친구들이 보이네요. 어설프게 차려 입은 이 친구들이 저는 오히려 더 귀엽게 느껴지네요.ㅎㅎㅎㅎ
드디어 꼭두각시 공연이 시작됩니다. 전문 공연단 못지 않게 움직임이 아주 섬세하고 퍼펙트하지요? 여기서 또 잠깐! 1학년 친구들의 남녀 성비가 맞지 않아, 몇몇은 남자친구들끼리 짝을 짓기도 했답니다. 저기 사진 왼편에 보이는 그룹들이 남자 친구들끼리 짝을 맺었던 친구들입니다.
남자와 여자가 짝꿍인 친구들은 참 밝은 웃음으로 즐겁게 춤을 추고 있네요.
그런데 남자 친구들끼리 남, 녀 역할을 하는 꼭두각시 공연은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나는 것 같죠? 얼굴에 뭔가 못마땅하다는 것이 씌여 있는 상태로 열심히 '꼭두각시' 공연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안쓰럽네요. 이때, 옆에서 지켜보던 한 엄마의 안타까운 속풀이 한마디가 들렸습니다.
"괜찮아~ 너네들은 나중에 예쁜 동생들하고 결혼할거니까."ㅎㅎㅎ
사실 아이들은 그저 천진난만하게 공연에 열중하고 있는데, 지켜보는 우리 엄마들만 괜히 안타까워 했던 걸까요?ㅎㅎㅎ
뒤이어, 유치원생들의 '검정고무신'이란 주제의 무용이 이어졌답니다. 유치원생 엄마들은 더 난리가 났어요.
“어머나~ 귀여워라”
“아이고~ 예뻐!!”
“넘~ 깜찍해~~”
등등 애정 어린 감탄사를 연신 날립니다. 우리 어린이들, 너무 너무 귀엽지요?^^ 얼굴엔 콧물 분장을 하고, 점순이처럼 점을 다닥다닥 찍어서 60년대 점순이와 점돌이 생각이 나기도 했답니다.
옛날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달고나 뽑기'를 파는 분,
여러 가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물건들을 파는 분,
달달달 소리를 내며 솜사탕기계를 돌리는 분들까지, 정말 많은 분들께서 이 날 운동회의 열띤 분위기에 한 몫을 해주셨답니다.
와~~!!! 드디어 중간 집계결과가 나왔군요! 청군110점 백군 130점이네요. 어느 팀을 응원 하고 계신가요?ㅎㅎㅎ 아직까진 중간 점수니까 응원 계속해주세요^^ 결과에 따라 제가 안아드릴 수도, 뽀뽀해 드릴 수도 있으니까요.^^
이제 큰 언니, 오빠들 차례에요. 우리 친구들은 '독도는 우리땅' 음악에 맞춰 무용을 하고 있네요. 역시 6학년 형, 누나들의 포스는 남다른걸요?ㅎㅎ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이백리
외로운 섬 하나 해녀 대합실
그 누가 아무리 자기네 땅이라 우겨도
독도는 우리땅~~~’
6학년 친구들은 체격부터가 장난이 아닙니다.ㅎㅎㅎ 옛날 같으면 고등학생 정도로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체격을 가졌어요. 요즘 아이들은 키도 크고 똑똑하고 이렇게나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예전엔 6학년이라고 하면 어리게만 느껴졌는데 이젠 듬직한 어른 같아 보인답니다.
이런 친구들이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니까 왠지 든든한 생각이 팍팍 드네요. 우리 친구들, 앞으로도 우리 독도 잘 지켜줄 수 있죠?^^
1학년 친구들은 이제 주어진 공연이 끝나 응원만이 남았답니다. ‘청군 이겨라!, 백군 이겨라!’ 계속해서 응원을 해야 하는데, 어린 친구들이 지쳤는지 집중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도 옆 반 초록색 옷을 입은 친구들보다, 빨간 옷을 입은 친구들이 더 질서 있게 응원석에 앉아 있네요.
‘얘들아! 운동회 끝날 때까지 조금만 참고 응원하자~^^’
난생 처음 참가하는 운동회, 우리 1학년 아이들은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5학년 친구들의 '우리모두 하나되어' 경기입니다. 넓은 원형 널빤지에 공을 올려 놓고 반환점을 돌아, 먼저 도착해야 승리하는 게임이에요.
4~5명이 한 조가 되어 한 마음으로 활동하는 단체 경기이기 때문에 협동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공이 떨어져 다시 시작해야 하는 조심조심~ 해야 한답니다. 오른쪽 팀은 서로 호흡이 잘 맞지 않아 경기가 끝나고 서로 티격태격 말씨름을 하기도 했답니다.ㅠ ㅠ 제겐 그 모습마저도 참 귀엽네요. 그래도 나중엔 다 화해 했겠지요?.ㅎㅎㅎ
한편, 운동장 뒤편에 자리잡은 엄마들은 각자 준비해 온 김밥과 커피, 과일 등을 나눠 먹으며 신이 나 보이네요ㅎㅎㅎㅎ
특히, 1학년 엄마들은 일찌감치 아이들의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리를 잡고 엉덩이를 붙혔네요. 이제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이란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서로의 아이들 이야기를 나눕니다. 잠시 뒤에 벌어질 상황은 전혀 생각도 못하고 맛나게 식사 중이죠......
드디어 ‘운동회의 꽃’ 줄다리기가 시작되었어요! 힘 좋은 6학년 형아들은 앞으로 나와서 든든하게 줄을 잡고, 뒤편에선 동생들이 팽팽하게 줄을 당겨줄 준비를 마쳤어요.
자~~~ 준비!!!!
땅!!!!
영차~ 영차~ 영차~
‘청군 이! 겨! 라!’
‘백군 이! 겨! 라!’
힘차게 목청껏 소리 높여 응원했지만... 어이쿠야...청군이 이겼습니다.ㅠㅠ 백군은 대 실망~
운동장 뒷자리에서 마음 놓고 앉아있던 우리 엄마, 아빠들의 출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처음에는 모두들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서로 나가지 않으려 했지만, 한 분, 두 분, 모이기 시작하더니 결국 많은 분들이 단체 줄다리기를 위해 모였습니다. 모두 서로의 자녀들의 팀에 한 점이라도 올려주겠다는 각오로 발 벗고 나섰어요. 있는 힘껏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었던 줄다리기는 백군이 이겼답니다.
달리기 개인전에서는 달리기 못한다고 계속 뒤로 빼던 엄마가 오히려 1등을 하더라구요.
그러더니, 바로 인증샷을 찍어달라며 손을 들어 자축하네요. 참나~ 그렇게 뒤로 빼더니만, 1등을 하니까 기세등등 합니다. 그래도 그런 모습이 보기 좋네요. 안 뛰었으면 서운할 뻔 했어요.^^
가을 대운동회의 마지막을 장식할 1학년들의 '콩주머니 터뜨리기’ 단체경기가 시작되었어요. 아빠들이 박이 달린 버팀목을 단단히 잡고 서자마자, 아이들은 신나게 콩주머니를 박을 향해 던지기 시작합니다. 청팀,백팀의 승부가 걸려 있는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있는 힘껏 콩주머니들을 던져서 박을 깨뜨려야 합니다! 나중에는 우리 엄마들도 힘을 합세 했답니다.
'야호~ 점심시간이다~'라는 글자가 나타났어요.
콩주머니에 팔다리를 맞아 눈물을 찔끔 흘리던 친구, 승리의 V자를 그리는 친구 옆에서 얼굴에 콩주머니를 맞고 찡그린 표정을 짓던 친구,
엄마에게 안기어 엉엉~ 울어댔던 친구의 모습까지도 전부 소중한 추억이 되어 모두의 가슴 한 켠에 자리잡겠지요.
드디어 청군과 백군의 경기 결과가 나왔네요. 어디가 이겼을까요? 저는 백군 이겨라 목청껏 소리 질렀는데... 아쉽게도 청군이 이겼네요. 청군 이겨라! 응원했던 분들, 오시면 안아드리겠습니다.^^ 아쉽네요! 백군이 이겼으면 뽀뽀를 해드렸을텐데..ㅎㅎㅎㅎ
파아란 하늘에 파아란 꿈을 펼쳤던 가을 운동회는 이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정리 체조를 하고, 성적발표, 우승기 수여, 대회장 강평, 만세 삼창, 교가 제창, 폐회사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운동회는 끝이 났습니다. 매 순간이 신나고 행복했던 가을 운동회였네요.
다시 내년을 기약하며, 하안남초등학교에서 있었던 ‘가을 운동회의 추억’을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글·사진 | miso(박정미)
온라인 시민필진 1기
Blog http://blog.daum.net/namchon7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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