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두 번,
지역아동센터에 독서수업을 나갑니다.
늘 다니던 길이 식상하여 가끔씩 낯선 길, 가보지 않은 길을 택해보곤 한답니다.
예전에는 지나가면서 저기는 어떤 동네일까, 바라보고 호기심만 간직했던 길.
그 길로, 어느 날, 접어들었더랬지요.
일주일에 두 번 가는 길....
가파른 언덕 길, 호흡을 고르며, 햇빛을 가리며 걷던 길.
그곳에서 관심 받지 못하는 듯 한 것들이 어느 순간 내 시선을 붙잡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냐구요?
오오~~~ 아닙니다.
온실 속 공주 같은 보살핌의 온기 어른거리는 요 녀석이 아니구요.
뭇사람들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화려한 능소화,
요것도 아니랍니다.
돌 틈 사이, 혹은 시멘트 갈라진 틈 사이에서 푸릇푸릇 서로의 어깨를 붙잡고
살아야 한다고 결의를 다지는, 바로 요 녀석들입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까, 물어봅니다.
어린 시절, 다리에 종기가 났을 때 외할머니께서는 이 질경이를 짓찧어 붙여주셨어요.
우리 집 옥상에 살고 있는 몇 포기의 질경이도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흙이라곤 없는, 도저히 뿌리 내릴 수 없을 것 같은 저 틈새에도 푸른 생명은 존재합니다.
엄마를 도와 밭매기를 하던 어린 날, 잡초로 뽑혀 던져지던 풀.
이름은 모릅니다.
그때는 이 비름나물도 풀이었고 버려졌는데
도시에 와 보니 식용이더군요.
요 녀석도 고향을 떠나와 척박한 돌 틈 사이에서 일가를 이루었네요.
하수구통 앞에 자리 잡은 맨드라미의 외로움이 마음 아프게 다가옵니다.
동료들은 다 어디 갔을까요?
고향을 떠나 도시로 왔을 때의 외로움과 낯설음에 울던 내 젊은 날의 모습 같아서....
말을 걸어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나! 요 녀석은 친구를 사귀었군요.
아무렴 그래야지. 혼자는 외로워 둘이랍니다.
아직은 만난 지 얼마 안 되었나봅니다.
내외를 하는 걸 봐서는......
이름 모를 요 녀석은 든든한 버팀목을 차지했네요.
민들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주 강인한 생명력의 소유자인건 틀림없습니다.
주인을 두고 있는 담 안쪽의 저 대추나무가 부러울 때도 있지만,
흙이 있는 저 자리에 서 있는 강아지풀이 좋아 보일 때도 있지만,
촉촉한 수분을 머금은 풍부한 흙에 뿌리내린 저 채소의 떡잎이 부럽기도 하지만,
아무도 눈여겨 봐주지 않을 지라도
그래도 강하게 살아내는 힘을 지닌 요 녀석들,
돌 틈 사이 척박한 환경이면 어떠냐고,
서로에게 힘내자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늘진 곳을 좋아하지만 어쩌다 보니 이 틈새에 생의 뿌리를 내린 이끼류~
여러 장소를 전전하다 겨우 찾은 보금자리.
전봇대 틈새의 이름 모를 풀.
뿌리 내릴 틈새라곤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참 윤기 나는 잎으로 가꾸어 가고 있네요.
이런 자리마저도 경쟁이 심한 도시입니다.
자칫 바깥세상을 구경하지 못할 뻔 했습니다.
다행이 밑 부분의 틈으로 고개를 내밀어 햇볕을 받아봅니다.
저 거미줄을 거둬줘야할 지 망설입니다.
조금의 틈만 있어도 생의 의지로 뿌리내리는 저 생명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주어진 여건과 환경을 탓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과
소외되고 외로운 사람들에 대해......
바람 불고
키 낮은 풀들 바르르 떠는데
눈여겨보는 이 아무도 없다.
그 가녀린 것들의 생의 한 순간,
의 외로운 떨림들로 해서
우주의 저녁 한때가 비로소 저물어 간다.
- 김사인, <풍경의 깊이> 중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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