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의 신문을 아시는지요? 모르신다면... 과연 무엇일까요?
"광명 소식" 이라는 타이틀을 단 지역감정 팔이 광고지일까요? 어떤 글을 싣고, 어떤 성질의 신문인지 혹시 짐작이 가는 바가 있으신가요? 그런데... 정말 한 번도 본적이 없으신가요?
(소식지의 배부 상태와 새로 설치된 소식지 "배포대" 설치현황 실무체크 중)
이 사진 밑에는 "그것도 모르냐" 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글이 있을 줄 아셨겠지만, 사실... 저도 근 한 달 전에 알았습니다. 저 작은 신문 조각이 바로 광명시청 홍보실에서 발간하는 "광명 소식지" 라는 것을요. 이 안에는 시에서 하는 일과, 광명시 주민들을 위한 정보, 사람 사는 이야기 등이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왜 소식지에 대해 묻느냐구요? 제가 지난달에 했던 아르바이트와 큰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식지에 알게 된 것은 지난 7월 3일입니다. 제가 하던 일은 소식지가 제대로 배포되었는지 확인하고, 앞으로 배포대가 설치될 자리를 파악하는 것이었습니다. 철산1동부터 4동까지, 광명 1동부터 7동까지 걸어서 파악하고 다녔습니다. 정말 폭염에 폭염이 이어지는 더위였지만, 버스를 타기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시에 관해 제대로 알긴 해야지 하는 맘에 걷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곳은 소식지가 아예 나가지도 않는 곳이 있고, 에어컨 실외기 옆에 보이지 않게 놓인 곳도 있었으며, 어느 곳은 사람이 지나다니면서도 땅바닥에 널브러진 것을 그냥 방치하던 곳도 있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그렇게 3차례 정도 배부 상태와 현 상태를 파악하곤 마침내 배포대 설치를 시작하였습니다.
(1단 배포대와 2단 배포대의 모습)
배포대는 2단과 1단으로 나뉘는데요. 2단은 은행과 관공서등 규모가 큰 곳에 배치되고 1단은 아파트와 약국 등 규모가 작은 곳에 배치됩니다. 그렇게 배치를 시작하고 다음 날 부터는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러 나갔습니다. 처음은 철산동부터 그다음은 광명동으로 넘어갔습니다.
설치한지 하루차. 벌써부터 한두 개씩 없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설치가 제대로 안되었던 걸까요? 누군가 가져가는 걸까요?
설치한지 이틀차. 아크릴 판이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아크릴판이 떨어져도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설치한지 3일차. 어딘가 박혀있네요.
그리고
4일차,
5일차,
6일차
.
.
.
.
.
그동안 아무도 아크릴판을 올려놓지 않았습니다.
(제가 아크릴 판을 다시 올려놓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습니다. 그래도 누군가 한명쯤은 제대로 올려놔주겠지 하는 바람을 가졌었지만... 방금 전까지도 아크릴판은 땅바닥에 떨어져있었습니다.
소식지를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관심이 없는 것일까요?
이건 8월 9일, 새로 배부된 당일날에... 제가 정리를 하고 안쪽으로 넣어놨지만, 다시 밖으로 나와있더군요. 그리고 비에 다 젖었구요.
철산~광명동을 도는 동안, 몇몇의 주민들께 여쭈어 보았습니다.
<광명4동에서>
Q 혹시 "광명 소식지"라고 아세요?
A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Q 아 그러시구나... 그럼 혹시 이렇게 생긴 신문은 보신 적 있으세요?(소식지를 보여주며)
A 아니요, 모르겠습니다. 저희 신문 보고 있어요.
<광명6동에서>
Q 혹시 "광명 소식지"라고 아세요?
A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Q 혹시 이렇게 생긴 신문은 보신 적 있으세요?
A 아 그게 소식지구나. 네, 본 적은 있어요. 실제로 읽은 적은 없구요.
Q 광명 소식이라고 하면 우리 사는 광명시니까 한번쯤 눈길이 가지 않던가요?
A 음... 그렇기보다는 그냥 벼룩시장 같은 광고전문신문인줄 알았어요.
<철산2동에서>
Q 혹시 "광명 소식지"라고 아세요?
A 아니. 모르겠는데.
Q 혹시 이렇게 생긴 신문은 보신 적 있으세요?
A 길가다가 종종 있는 건 봤는데.
Q 읽어보신 적은 없으세요? 시에서 나오는 건데... 정보도 많고...
A 내가 바쁘니까 관심도 없고, 시에서 나오는 거라 하면 너무 딱딱하고, 뭐 우리가 시청이랑 거리도 멀잖아. 그냥 남의 일 같은 거지.
위는 실제 대화입니다. 길을 가던 시민 여덟 분과 상점에서 일하시던 세 분과 나눈 대화였습니다.
(인터뷰 일부...)
제가 만난 분들 중 소식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딱 한분뿐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광명시청에서 진짜 좋은 일 하는 거야. 누가 시민들 읽으라고 이런 거 적극적으로 내어놓고 그러겠어? 근데 사람들이 좀 무관심 하긴 하지. 일전에 자전거도 그래. 시민들 타라고 관리사무소 같은 곳에 내어주고 그랬는데, 지금 자전거 성한 거 있어?? 없잖아. 자기 집 앞에 두던 사람도 봤어. 시에서 시민 위해서 무언가 해주면 자기가 원하는 거 아니면 관심도 없고 왜 그런 일 하느냐고 벌써부터 불만이잖아.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대체로 내 주위만 해도 그랬어. 사람들이 말이야..."
시에서 하는 일을 잘 아시기에 공무원과 연관되어있으신가 여쭈었지만,
"아들딸도 공무원하곤 상관도 없어. 나도 그렇고... 내가 여기 관리실에 있는데 무언 상관이 있겠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시에서 하는 일? 소식지? 잘 몰랐습니다. 모르는 것이 잘못된 거라고 말할 수도 없고요. 시민들도 저도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그게 무엇이 잘못이겠습니까. 다만, 제가 이렇게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이유는, 이제는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의 소식지 관리 및 현황파악의 업무는 이미 끝났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배포대가 바닥에 구르고 있어도, 소식지가 바닥과 마주하고 있어도, 일일이 신경쓰지 않아도 누가 뭐라 할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소식지에 대해 알 게 되었으니 더 이상 그렇게 할 수가 없는 것 아닙니까?
(광명 2동 신협 내)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가 시청에서 일을 함으로써 소식지의 존재를 처음 알고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이 글을 보시는 많은 분들께도 소식지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던 것입니다. 제가 소식지의 존재를 알고부터, 길을 가다가도 배포대가 넘어져있으면 일으켜주고, 아크릴판이 떨어져있다면 아크릴판도 다시 주워서 껴주고, 소식지가 바닥을 마주하고 있으면 배포대에 다시 올려주고, 단지 밖으로 나와 있으면 입구로 다시 가져다주고.....
글을 읽은 여러분도 소식지의 존재를 알았으니, 더 이상은 그냥 지나치진 못하시겠지요.어려운 일도 아니고 번거로운 일도 아니니까요. 그저 30초면, 충분하고도 남는.
일을 마치기 며칠 전에 조금 섭섭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비치를 해놓은 소식지를 2부, 3부씩 가져가시는 어르신들이 가끔 계시는데 그게 보려고 가져가는 것 보다는 폐지를 모으기 위해 가져가시는 것 같다고. 그리고 설치 다음날 아크릴 판은 바닥에 있고 배포대만 사라진 것은 누가 의도적으로 가져간 것 같다고... 마음이 참 그랬습니다.
제가 한 동네에 갔을 때도 그랬습니다. 공익근무를 하는 동생과 함께 배포대 확인차 다녀갔던 것인데도 그 곳 주민 중 한 분은 경비아저씨께 웬 수상한 사람들을 들이냐면서 일을 하는 거냐 마는 거냐 성질을 내시더군요. 그리곤 저희 앞을 지나가면서 인상이란 인상을 다 쓰고 가시더라구요. 뭐, 거주하는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이해가 되긴 했습니다.
광명 소식은 광명 시민에게 편의를 제공하고자 90년도 후반부터 만들어져 배부된, 벌써 10년도 훨씬 넘은 긴 시간을 자랑하는 소식지입니다. 이쪽 일을 하면서 나름 자부심도 느꼈지만, 출입을 못하게 하려는 경비아저씨들과의 트러블 같은 힘든 일도 많이 있었습니다. 시에서 하는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하시는 분들이 참 많아서 조금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제가 소식지를 만드시는 분들을 직접 봤기 때문에 더 그런 걸 수도 있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정말로 힘겨워보였고, 공무원하면 보통 칼퇴근이 생각나지만, 소식지를 만드는 팀은 칼퇴근은 커녕 잔업에 주말근무까지 하시는 걸 알게 되었거든요. 그후론 길가다가 누워있는 배포대를 보면 알아서 세우게 되더라구요. 더구나 한 달 동안 총 2번, 2주차, 4주차에 발행이 되는데, 발행을 하고 나서도 바로 다음 소식지 발간 작업을 하시던데, 쉴 틈도 없어 보이고.... 그런 걸 알고 나니 더욱 그러네요.
왜 우리시에는 명물도, 눈에 띄는 관광명소도 없는 것인가 불평하기 보다는 무엇하나라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좋은 취지에서 하려는 일은 적극 지지해주며, 최소한 집 밖에 있는 내 자전거가 잘 있나하고 힐끗 보는 정도의 관심만이라도 갖는다면 우리 시의 발전과 시민의식 향상의 첫 걸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 한 달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 아이가 나는 커서 기자될래, 또는 엄마 나 음악공부해도 돼? 또는 나 유치원에서 그림 그려왔어 이 거 봐봐~ 라고 이야기 하는데, 부모된 입장에서 관심도 없고, 알게 뭐냐는 듯 반응하면서 아이는 큰 사람이 되길 바라며 우리 애는 왜 재능이 하나도 없지? 하고 불평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작은 관심들이 모이고 모여서... 큰 후원자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광명 소식지는 공공기관, 아파트 단지, 은행, 약국 등의 장소에 배부되기도 하지만, 구독신청 하시면 직접 댁에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 E-mail : gmgongbo@korea.kr
* 광명시청 홍보실 : 2680-2062, 2140 로 연락주시면 무료로 구독이 가능합니다.
글·사진 | 마기(강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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