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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 기형도기념사업회, 시인을 추모하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기형도기념사업회, 시인을 추모하다


  글/사진.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닭큐

  Blog. http://doccu.tistory.com
  닭큐데스크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1989년 3월 7일. 이 날, 자신을 스스로 추억 속으로 묻어버린 시인 기형도.

 

 

그가 추억이 된지 23년이 지난 2012년 3월 17일. 서울 대방역에 위치한 <공간학예>에서 그를 만났습니다.

 

기형도 기념사업회가 준비한 <청춘시인 기형도 추모 모임 콘서트>가 열린 날이었습니다. 기형도를 그리워하는 이들이 조금 이른 저녁인 오후 5시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고요하게, 그리고 신나게 기형도와 함께 어울렸습니다.

 

 

 

 

큰 문화시설의 대강당은 아니었지만 그가 그리워서 이곳에 들르신 분들이 어울리기에는 충분한 자리였습니다. 그 공간으로 들어가니 기형도 기념사업회 회원들께서 준비한 다과와 팸플릿, 회원가입 신청서가 보입니다. 닭큐처럼 몸만 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 누군가는 이렇게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나봅니다.

 

 

 

 

자발적인 모임이라 들었습니다. 음향기기와 스탭이 되어 주신 분들도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와주신 분들입니다. 한 분은 성남의 어디에서, 한 분은 또 다른 어딘가에서... 각자 다른 장소에서 왔지만 기형도의 바람에 휩쓸려 같은 마음으로 여기까지 흘러 오셨습니다.

 

 

 

 

무대의 뒤편을 책임지셨던 분이십니다. ‘큐시트’를 보고보고 또 보고 계십니다. 분단위로 짜여있는 큐시트에 맞춰 꼼꼼하게 여기저기 점검합니다.

 

 

 

 

오른쪽 첫 번째는 기형도 시인의 둘째 누이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존함이 떠오르질 않아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 기품 있던 미소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붓은 들고 계신 이분은 존함이 ‘묵원’이라 들었습니다. 드로잉 퍼포먼스를 펼치신 예술가입니다. 무대 뒤에서 저리도 큰 붓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셨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그의 시에서 따왔습니다.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DAUM에 기형도 기념사업회의 카페가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기형도 시인의 시에서 따온 단어로 자신의 아이디를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날의 사진을 올리고 기웃거리기 위해 카페에 가입한 저 역시 카페에 분위기에 맞춰 아이디를 만들었습니다. 제 아이디는 바로 ‘이상하기’.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에서 자꾸 ‘이상하기’가 입 속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이상하기. 사는 게 이상하기. 슬픈 게 이상하기. 아무튼, ‘이상하기도’가 아닌 ‘이상하기’가 맘에 들었습니다.
이상한가? ^^;

 

 

 

 

아직 공연이 시작되기 전의 모습입니다. 잠시 뒤, 시를 읊고, 노래를 불러주실 분들입니다. 서로 꽤 잦은 시간을 함께 보낸 듯 한 분위기가 풍깁니다. 즐겁게 긴장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제일 처음 시낭독을 준비하시고 계신 최은숙 여! 사! 님! 봄내음 물씬 풍기는 화려한 스카프와 함께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시를 음미하는 모습이 제법 PD 같았습니다. 저 여유로운 포스는 몸에 밴 듯 자연스럽습니다.

 

 

 

 

이런 저런 사연들로 만난 예술가들이 조그만 사진 한 장에 자신들을 담습니다. 악기와 붓으로 퍼포먼스를 하고, 기타를 치는 가수도 있습니다. 각자의 분야와 개성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기형도와 함께하는 공간 속에서는 타인과도 금세 친해집니다.

 

 

 

 

오프닝 퍼포먼스가 시작됩니다. 드로잉 퍼포먼스와 모듬북 퍼포먼스가 있었습니다. 묵원님이 드로잉을, 타악궤범의 설호종님이 모듬북을 함께 공연해주십니다. 닭큐도 이런 퍼포먼스는 처음 접해봅니다. 웅장하고, 신명납니다.

 

 

 

 

조명이 비취고, 커다란 붓이 캔버스 위에 거침없이 드로잉을 하면, 모듬북이 그와 어울려 춤을 춥니다.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시원한 공연이었습니다.

 

 

 

 

닭큐 말고도 이를 담아가려는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최은숙님이 시낭송을 시작합니다. 제목은 기형도의 ‘안개’.


 

 

 

 

전부는 아니지만 잠시라도 담아보았습니다. 그녀의 청량한 음색을.

 

 

 

 

시낭송에 뒤이어 시노래도 함께 합니다. 문화집합이 부르는 ‘안개’입니다.


 

 

 

 

시노래를 듣는 건 정말 오랜만입니다. 시에 곡이 들어가니 제법 가락이 나옵니다.

 

 

 

 

기형도 기념사업회를 즐겁게 소개하는 순서인 ‘즐겁게 풀어가는 시간’입니다. 아마 회원 뿐 아니라 닭큐와 같은 이방인에게도 가장 신나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광명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권위자, 양철원 학예사님이십니다. 한 때 닭큐는 이분과 기형도 시인의 주소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습니다.


각종 논문에 나와 있던 주소를 근거로 기형도 시인의 옛집을 탐방한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셨던 분이 양철원 학예사님이었습니다. 결론은 양철원 학예사님의 승! 가족들의 증언을 토대로 한 실질적으로 살았던 주소와 처음 논문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밝혔던 현대문학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양학예사님의 업적으로도 남았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귀여울 권리가 있습니다. 귀엽다면 이렇게 귀엽게 보여줄 의무도 함께.^^ 시를 낭송한다는 것은 절대 부끄러움이 아닙니다. 목소리는 그저 거들 뿐.

 

 

 

 

공간학예의 쥔장님 되시겠습니다. 묵묵히 지켜보시며 도와주셨습니다.

 

 

 

 

설호종님이 다시 한 번 무대에 서서 처, 청아한 목소리로 시를 읽어내려 갑니다.

 

 

 

 

닭큐가 가장 예쁘게 본 공연입니다. 사회자 양철원 학예사님의 강한 요청과 청중의 기대로 다시 한 번 무대 위에 올라오신 소녀(같으셨던 분)들.^^;

 

 

 

 

최평자님의 시낭송, ‘빈집’입니다. 이 사업회의 전 회장이셨던 분입니다. 감정 이입이 제대로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과 달리 시집이 손에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 주시길... 학교 다닐 때 시를 외워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시는 죽도록 강요를 받아서 외우거나, 진짜 좋아서 외우거나, 둘 중 하나라는 사실을.

 

 

 

 

제일 처음 오프닝 퍼포먼스를 보여주셨던 '묵원'님. 예술가적 느낌으로(?) 시를 읽어주셨습니다. ^^

 

 

 

 

공연 내내 긴장의 끈을 놓고 지켜본 사람들. 그저 함께 즐길 뿐. ^^

 

 

 

 

스페셜 게스트, 통기타 가수 마린의 공연입니다.


 

 

 

 

이 동영상 앞부분에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이곳에 모인 우리만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고자 그녀의 목소리만 전합니다.

 

 

 

 

역시 가수답게 분위기를 압도하셨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연에 적극 참여하고, 이 모습을 담기도 했습니다.

 

 

 

 

아~~ 닭큐도 비됴카메라로 담고 싶었습니다.

 
 

 

 

시낭송 ‘어느 푸른 저녁’입니다.

 

 

 

 

 

권은희님의 낭송을 잠시 감상해 보시죠.

 

 

 

 

노래도 있었습니다. 미발표곡으로 안개의 힙합 버전입니다. 지금도 가끔씩 웅얼거릴 정도로 곡이 좋습니다. 너무나 들려 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조만간 음반이 나온다 하니 도, 돈 들이면 들으실 수 있습니다.ㅋ

 

 

 

 

마무리 시간. 그를 추억하는 시간을 뒤로 하고, 마지막 합송을 위해 준비 중입니다. 제법 숙연해지는 분위기가 이어집니다.

 

 

 

 

저녁 6시 35분 경. 모든 순서가 끝날 즈음인 시간에 '질투는 나의 힘'의 합송이 시작됩니다. 누군가 첫 번째 줄을 읽습니다. 누군가와 누군가는 두 번째 줄을 읽습니다. 누군가와 누군가와 누군가는 세 번째 줄을 읽습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 함께 그를 읽습니다.

 

 

 

 

민병은 기획. 오늘의 공연이 멋지게 진행 될 수 있도록 기획하신 민병은님이십니다. 내년에 또 뵐 수 있을 것 같은 좋은 느낌이 듭니다.
 
3월 17일 오후 5시. 그런 날이면 언제나 이상하기도 하지, 나는. 기형도 기념사업회의 좋은 분들을 만나 함께 기형도를 기억해 본 뜻 깊은 자리이자 잼나는 자리였습니다. 기형도 시인은 죽었지만 살아났습니다. 죽다, 살아나다. 앞으로도 사업회의 발전을 기원해 봅니다.

 


 

제1조(명칭) 본 회는 기형도 기념사업회라고 칭한다.

제2조(목적) 본 회는 시인 기형도의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형도 시인을 다양한 방법으로 기념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형도 기념사업회 회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