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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소통/광명여행

한내천, 빛으로 꽃피우다 1 - 한적함과 빛이 어울어진 소하동 한내근린공원

한내천, 빛으로 꽃피우다 ①
한적함과 빛이 어울어진 소하동 한내근린공원



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솔솔(김소리)


 

아기를 품은지도 어느덧 6개월째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건 기쁘지만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이 느낌, 썩 달갑진 않군요. ㅜㅜ

몸이 무거워질수록 가벼운 운동과 산책이 중요해지는 요즘, 남편이 함께 산책이라도 함께 나서주면 좋으련만, 평일 밤이면 잔업 처리 아니면 좀비놀이에 열중하느라 나갈 엄두를 못 낸답니다. 혼자서는 아침이나 점심 먹고 잠깐 광합성이나 할 겸 가볍게 나가보는 게 다예요. 그래도 주말에는 남편이 늘 함께 나가주니 그걸로 만족해야죠. ^^




 

그런 우리 부부가 어느 주말 저녁, 여느 때처럼 산책길에 나서서 늘 찾는 한내공원 밤풍경을 한 번 담아와 봤습니다. 한내공원은 우리 집 베란다에서 내려보면 눈 앞을 가득 채우는 앞마당 처럼 가까운 근린공원이지요. 햇빛 가득한 시간대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지만, 밤이면 한적함이 어우러져 더더욱 빛을 발하는 곳이거든요.




 

한내근린공원은 소하동에서 오랫동안 흘러온 소하천(한내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시키면서 조성됐다고 하네요.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이리저리 검색 꽤 많이 해봤지만, 나오는 내용이 거의 없었어요. 이름도 어디선 한내천, 어디선 소하천 이렇게 부르더군요. 한내천을 검색하면 포천, 금천구, 보령시 등등에 위치한 조금 큰 한내천, 소하천을 검색하면 온갖 지방 하천들이 다 튀어나옵니다.

小河川 (X) : 국가하천이나 지방하천에 속하지 않는 작은 하천
所下川 (O) : 소하동에 있는 하천




 

이날은 평소와는 다른 입구로 들어서 봅니다.
한내근린공원으로 내려가는 여러 입구 중, 야외 데크에 탁자가 여럿 놓여 있는 곳이에요. 한여름 주말이면 한가롭게 술 한 잔 기울이고 계신 분들 종종 보이는 곳이죠. 남편도 친구들과 애용했다더군요. 저도 모르는 새에! 술맛의 ㅅ자도 모르는 저로서도 천변 풍경을 안주 삼아 마시는 술맛은 남다를 것 같기는 합니다. 그래도 나 없이 먹으면 안돼죠. -_-+




 

데크에서 내려와 주변을 둘러보니 밤 시간대에만 느낄 수 있는 여유로움이 물씬 묻어납니다. 가스등처럼 생긴 가로등에 불이 들어오고 주변을 비출 때쯤이 되면 아기자기함과 생동감이 느껴지던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이렇게 펼쳐진답니다.




 

이곳을 걷다 보면 종종 이런 표지판을 만날 수 있습니다. 마구잡이로 조성된 공원이 아니에요. ^^ 구역마다 나름의 테마가 다 있답니다. 그 덕에 3~40분이면 주요 산책로를 다 걸을 수 있을 만큼 작다면 작은 공원이라 해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기엔 충분하죠. 우리는 여기서 그 이름도 멋진 바람의 언덕을 향해 가기로 했어요.(소하동 → 하안동 방향)




 

그저 산책로와 자전거 길만 잘 갖춰져 있다 생각하시면 오산입니다! 군데군데 이렇게 느낌이 다른 소규모 광장들이 즐비하답니다. 소하천을 중심으로 양쪽에 이렇게 커다란 풍향계들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빨간 바람개비가 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더라고요.

 


 

풍향계 반대쪽을 보면 이렇게 아기자기한 색색들이 바람개비도 팔랑대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죠? 간혹 비가 온 후에 나가보면 찢어지거나 날개가 사라진 녀석들이 종종 눈에 띄지만, 곧 원상복귀 되곤 하는 걸 보면 이것도 관리대상인가 봅니다. 바람개비들이 즐비한 걸 보니 여기랑 건너편이 바람의 언덕인가 봐요.

 


 

자그만 석탑 옆으로 화장실 표지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주민 센터 옆에 자리 잡은, 이 공원을 통틀어 딱 하나 있는 화장실이에요. 남편 말에 의하면 전에는 화장실이 없었다는데, 불편을 호소하는 분이 많기는 많았나 봅니다.




 

한내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 벤치는 무더운 여름 한낮이면 인기장소랍니다. 특히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을 많이 뵀던 것 같아요. 시원한 그늘과 함께 실개천이 바로 곁을 흐르고 있어 무더위에 지친 몸을 잠시 달래주기엔 충분할 것 같아요.

 


 

걷다 보면 빛으로 꽃을 피운 이런 조명을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요, 볼 때마다 그놈 참 탐스럽습니다. 뽑아다 집에 장식하고 싶은 맘이 간절해요. 그런데 이런! 한 녀석이 많이 기울어 있습니다. 얼마 전 불었던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다 쓰러진 걸까요?

 


 

바로 아래로 지나가며 한 번 더 찰칵해 봅니다. 며칠 전 낮에 지나다 보니 요 녀석 몰래 쓱싹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완전히 쓰러지기 직전이었는데요, 다음날 다시 나가보니 똑바로 서있었습니다. -ㅁ- 대신 다른 구역에 있는 다른 녀석이 휘청거리고 있었지만요.




 

군데군데 이런 목조다리도 눈에 띕니다. 아기자기하죠? 조명이 있어 실개천이 훤히 보이네요. 처음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보다 제법 풍성해진 식물들을 보니 참 기특하네요.

 


 

목조다리만 있냐 하면 아니죠. 어린 시절 로망이라면 로망인 징검다리도 꽤 많이 보입니다. 시멘트 다리라 아쉽긴 하지만요.

 


 

어느덧 공원 한쪽 끝에 다다랐어요. 화려한 정자 하나가 떡하니 버티고 있습니다. 정자가 몇 군데 더 있긴 한데, 여기 정자가 제일 화려한 듯. 입구라 그럴까요?

 


 


 


 

정자 왼쪽으론 이런 조형물도 있습니다. 왼편으론 논밭 위에 서있는 농민들이, 오른편으로는 현재의 번화한 광명시를 상징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자세한 설명은 사진에서 읽어보세요~ ^^




 

정자와 광장을 지나 지금껏 걸은 반대편 산책로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다시 소하동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반대편 산책로에도 곱게 물든 나무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네요. 식물 이름에 절대적으로 약한 저로서는 그저 예쁘네, oo같다, 오~ 등의 감탄사를 뱉을 뿐입니다. 이쪽에 많은 요 나무는 이름은 모르겠지만 잎사귀가 꼭 오크상추 같아서 제 눈에 확 들어왔어요. 남편도 동의하는 눈치?

 


 

그래도 요건 압니다. ㅋ 아직 물이 채 들지 않은 청단풍도 군데군데 많이 보입니다. 올해 기나긴 장마에 이어 가뭄이 오래 가면서 활엽수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더니 상태가 안 좋은 녀석들도 많이 보여서 가슴 아픕니다. ㅜ.ㅜ 어서어서 풍성한 단풍을 보여줬으면 좋겠네요.

 


 

정신없이 구경하던 제 눈에 멀리 무언가가 눈에 띕니다. 바로 아래에서 조명이 비추고 있어 색이 하얘 보이기에 앗! 저것은 매화! 라고 계절을 잊은 제가 외칩니다. 싸늘한 남편 시선이 느껴지고 다시 찬찬히 보니 은행나무였어요. 풍성한 가지에 풍성하게 달린 은행잎에 익숙해져 있어서 낯설었나 봅니다. 하지만 꽃으로 착각할 만큼 예뻤어요!




 

건너편 구름산 초등학교 앞의 노란 은행 낙엽들이 한적한 쉼터에 한 잎, 한 잎 흩날립니다. 몇 년이 지나 나무들이 잔뜩 자라고 풍성해지면 낙엽 밟는 소리에 취할 수 있을까요? 아직 꼬마 나무들이 대부분인 이곳이 언젠가 낙엽으로 한 겹 쌓이게 될 날을 기다려 봅니다.
 



 

이곳에서는 종이 울리고 그 뒤로 소리가 온갖 색으로 파형을 그려냅니다. 여기가 물소리 광장인가 봅니다. 물론 따로 붙어 있는 이름은 못 봤기에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요. ^^;




 

아까 벤치가 있던 다리 아래를 반대편 길로 다시 한 번 지나갑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 아래 앙상한 나무들이 죽 늘어서 있지요. 겨울 풍경과 꽤나 어울릴 것 같죠? 눈이 소복하게 쌓인 이곳도 기대하고 있어요.




 

다리를 지나가니 아까 반대쪽에선 눈길을 못 줬던 요 녀석들이 시야를 가득 메웁니다. 역시나 나무 이름과는 거리가 먼 우리 부부는 버드나무 같은 나무라고 불러주기로 했어요.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키가 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위대한 자연의 힘을 실감했죠.

 


 

여기는 아까 지나온 바람개비 늘어선 광장 반대편 광장이랍니다. 여기에도 역시 기다란 풍향계가 설치돼 있고, 가운데에는 바닥분수 같기도 한 무언가가 있지만, 가동되는 걸 본적이 없네요. 그냥 조형물인가봐요.

 


 

산책로 따라 걷다보면 군데군데 코스모스들이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역시 가을 꽃 대표주자답게 요즘 주변에 많이 보이더군요. 이곳 한내공원에서도 제일 많이 눈에 띄는 꽃이었어요. ^^

 


 

기형도 시인의 안양천과 마찬가지로 한내천에도 억새가 한창입니다. 도시 야경을 배경으로 쌀쌀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억새에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것 같죠? 안양천처럼 탁 트인 갈대밭이나 억새밭도 물론 장관이지만, 한내공원에도 군데군데 억새들이 무리지어 나날이 익어가고 있답니다.

 


 

벌써 공원 반바퀴를 돌았군요. 이제 나머지 공원 반을 돌려면 큰 찻길 건너편으로 가야합니다. 찻길 위에는 횡단보도 대신 세워진 육교가 있고, 찻길 아래로 한내천을 가로지르는 다리 밑에 뚫린 공원 길이 있습니다. 세련되고 도시적인 조형미가 철철 넘치는 육교를 뒤로하고 우리는 다리 밑 공원길로 향했습니다.




 


 

찻길 다리 밑을 지나쳐 갑니다. 이곳 역시 여름이면 어르신들께는 인기 명소죠. 돗자리 펼치고 유유자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시거든요. 한편으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한편으로는 높은 빌딩들이 우뚝한 대로가 바로 머리 위에 있음에도, 그럴 때면 이곳만큼은 여유와 평안으로 가득하죠. 색다른 느낌이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