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읽고 음악으로 공감하는 책과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박범신 작가와 함께하는 북 콘서트>가
8월 23일 광명시 하안도서관에서 열렸습니다.
박범신 작가는 대부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동안 '소금', '은교', '촐라체', '소소한 풍경' 등 많은 작품을 발표하셨죠.
'작가(作家)'란 자신의 상상력으로 픽션(fiction)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죠.
이 상상력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作品)'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더군요. 우린 소설을 읽으면서 소설 속의 주인공과 동화되어 소설 속 인물을 미워하기도 하고, 감정이입이 충만한 나머지 소설을 읽고 나서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글로 쓴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뜻이겠죠. 이 공감 능력이 뛰어나면 명 작가로 칭송받고 팬층도 두터워지는 것 같습니다.
박범신 작가의 글에 공감하는 분들이 많이 오셨네요. 강의장이 꽉 찼습니다~
책을 노래하는 밴드인 '북밴'의 노래로 북 콘서트가 시작되었습니다.
'꽃지에서'(고은의 시(詩))라는 노래로 오프닝을 해주었습니다. 좀 특별한 시작이라 새롭기도 했네요.
이날 사회를 맞은 방송국 기상캐스터 분이세요. 이 분을 뵈니 웃음이 나더군요. 왜냐구요? 꽃을 보면 미소가 지어지는 건 당연하지 않나요? ㅎㅎ
사회자의 소개로 박범신 작가님이 나오셨습니다~ 박범신 작가는 논산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올라오셨다고 하네요.
청년작가라 불리고 있으신데요, 어떠세요?
박범신 : 음~ 세상에 대해 나의 감수성이 반응하는 것이 아닐까요?
작가생활을 한지 41년 되었습니다. 저도 70~80년대에는 스타 작가였죠. ^^ 작가는 자기를 변화시켜서 성장해야 합니다. 삶의 습관에 젖어 안전한 인도만 걷는다면 20살이라도 늙은이죠. 80이 되어도 자신을 변화시키려 하면 청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해서 새로운 길을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청년 작가라는 이미지는 그래서 붙여진 게 아닌가 합니다.
'은교', '촐라체' 등 항상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시려고 하는데요, 매번 새로운 시도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범신 : 저는 변덕이 심합니다.
작품이 부족하면 새로운 작품으로 완성하려 하죠. 한 작품을 평생에 걸쳐 고쳐가며 완성하는 작가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경우가 장단점이 다 있겠죠. 넓어짐과 깊어짐이 있기에 어느 것이 좋은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항상 새로운 길을 가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작품을 보면 새로운 것이 끊임없이 나오는데요. 작품을 40여 권 내신 걸로 아는데 같은 문장이 없어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박범신 : 소설이 60권, 단편이 41권, 수필집 등을 발표했죠. 다작하는 작가는 아닙니다.
41년 동안 50권이면 1년에 한 권 정도 발표한 거죠. 대략 한 작품이 원고지 700~800장이라고 본다면, 단편이냐 장편이냐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1년에 하루 원고지 2~3장 쓴 것입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가 모두 이야기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겐 10권, 100권의 소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는 소설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죠. 습관에 얽매이지 않아서 소재가 많다고 봅니다. 고정관념에 나를 훼손하지 않았습니다.
소설 '소소한 풍경'의 제목만 보면 따스한 힐링의 느낌인데요. 제목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주시겠어요?
박범신 : 93년에 문학과 절필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더 이상 글을 쓰지 않으려 했죠.
3년 후인 96년 복귀했죠. '나마스테', '고산다', '촐라체', '더러운 책상', '은교'까지 집필했죠. 인간 영혼의 본원에 대한 욕망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본질적인 것들이죠. 은교를 쓰고나서 현실에 반응하지 못한 나를 발견했습니다. 작가가 되어 체제에 대해서 발언하지 않은 책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때 당분간은 세상을 비판하는 책을 쓰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금'이 현실에 대한 비판적 발언을 담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쓰고 나니 이후 할 말이 없어졌습니다. 제가 세상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했기 때문이죠. 그렇게 쓸쓸하게 막막한 2년을 보내던 중 서울에 음식점을 들어갔는데 음식점 이름이 '소소한 풍경'이었습니다. 음식 맛도 좋았죠. 맘이 편안해 짐을 느꼈습니다. 우리는 욕망에 모든 것을 걸지만, 뒤돌아보면 다 소소한 풍경이라 봅니다.
'소소한 풍경'은 그 전의 책과는 좀 다르게 느껴지던데요.
박범신 : 슬픔이 가득차서 쓴 소설입니다. 우리는 영원히 사랑의 갈망 속에서 살아갑니다. 부동심이 없는 우리들이 말이에요.
사람은 누구나 소유욕이 있는데요, 부동심을 갖아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리고 완전한 사랑에 대한 정의는 무엇일까요?
박범신 : 연애로서의' 사랑'은 비정상적 감정입니다.
합리적 세계에서 정상이 아니죠. 비정상적인 감정을 정상의 틀안에 넣음으로서 사랑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합리적인 감정이 되면 연애가 아니죠. 세상의 룰과 우리의 미친 감정 사이에서 싸우게 됩니다. 1:1의 관계는 깨졌다고 봅니다. 스스로 자신을 속이며 살고 있죠.
'소소한 풍경' 속 문장을 박범신 작가가 읽었습니다.
선인장 가시는 여러 타입이 있습니다. 하늘을 보고 쭉 뻗은 가시, 가시가 자신을 겨냥한 선인장이 있으며, 가시가 없는 선인장, 몸속에 가시가 있는 선인장이 있습니다.
이는 곧 세상에 대응하는 타입입니다. 고슴도치 같은 사람이 있고, 자신을 겨냥한 자책을 하는 사람이 있으며 가시를 몸에 감춘 사람이 있습니다. 가시는 상처를 통해서 생기죠. 곧 모든 인간은 가시가 있습니다. 에너지 불소멸의 원칙이 있습니다. 에너지의 핵심이 가시일지도 모릅니다.
박범신 작가의 토크로 진행되었습니다.
박범신 삶에서 '가시'는 무엇일까요?
박범신 : 평생의 열망, 즉 사랑의 완전성이 불가능한 것을 알기에 우리는 존재론적 슬픔에 잠깁니다. 불완전하기에 상처를 받는 것이죠. 가시를 몸에 박히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요? 가시 없는 인생이 어디 있고,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고통에 예민한 사람이 가시가 많습니다.
전 가난하게 먹으려 애를 씁니다.
논산에서 3~4일 생활을 하는데 논산에서는 거의 독거노인 수준이에요. 사회복지사가 음식을 놓고 가는 수준이랄까요? 혼자 있으면 쓸쓸합니다. 그러면 집에서 나와 어슬렁어슬렁 배회를 합니다. 쓸쓸하면 나오더라구요. 고독을 견디는 것도 에너지입니다. 요즘 슬픈 꿈을 많이 꿉니다.
집에 오면 아내가 밥을 해줍니다.
늙은 아내의 얼굴에는 나와 함께 살면서 잃어버린 것이 있습니다. 젊음, 꿈, 이상 등 아내가 잃어버린 것이 아내의 얼굴에서 보입니다. 갖지 못한 것을 보는 것이 사랑입니다. 그늘을 보는 것이 참된 의미의 사랑일 것입니다.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죠. 우리 인생에는 항상 싱크홀이 있습니다. 오욕칠정(五慾七情)을 털어버릴 수 없는 이 사회. 자기 삶의 밑에 싱크홀을 두고 사는 것이죠.
자본주의 사회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달려가는 사회입니다.
경쟁적인 소비대열 (외부에서 주어진 욕망으로)에 합류하는 삶은 불안한 질주를 하는 삶입니다. 자신이 행복해져야 하는 과제가 있습니다. 부탄이란 나라는 GDP 2천 달러지만, 행복지수 90%입니다. 내가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세상이 가리키는 방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원하는 삶을 산다는 것이 뒤쳐지는 삶이라 생각하시나요? '이것이 행복이다.'라고 하는 삶을 산 것이 무엇일까요? 높은 산을 오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봉우리를 몇 개 올랐느냐가 중요한 것입니다.
글쓰기와 창작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박범신 : 많이 읽고 많이 쓰고 해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앞니가 튼튼하고, 궁딩이가 튼실해야 합니다. 모티브가 될 소재가 한 번 걸리면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그만큼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죠. 아마추어 작가는 글을 사교계에서 쓰는 것이라 생각해서 사람들을 만나려고 합니다. 하지만 글은 책상 앞에서 쓰는 것입니다. 궁딩이가 헤질 때까지 쓰는 것이죠.
매년 여행을 하시는데요,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주세요.
박범신 : 내가 좋은 곳이랑 여러분이 좋아하는 곳은 다릅니다.
취향대로 사십시오. 욕망과 현실이 멀수록 우리는 불안합니다. 혼자가 되었을 때 함께 하고, 함께 가되 혼자 가는 여행을 해보세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박범신 : 늘 청년작가로 있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입니다. 뭔가 하나 우기는 것이 필요하다고 봐요. 즉, 자신만의 삶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름답게 늙는 것이 더 중요하죠. 스무 살의 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시간 가까운 북콘서트를 끝내고 사인회가 진행되었습니다.
많은 분이 사인을 받았지만, 끝까지 친절한 미소를 잃지 않았던 박범신 작가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사진 |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슈퍼맨(김창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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