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소리가 한창인 여름.
이런 더운 날씨에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 쉽지 않다.
인사동이나 삼청동, 청담동 쪽까지 가기에는 엄두가 나질 않아
광명중앙도서관에서 열린다는 '양해영' 작가의 전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중앙도서관을 갈 때면 비워진 공간이 활용되고 있지 않아
아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작가 역시 그런 생각이었단다.
"전시장은 특정 부류의 사람들만이 찾는 공간이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만나게 되는 초등학생, 중·고등학생과 주변 동네 분들과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곳에서 작품을 통해 소통하고 싶었다."
는 작가의 설명이 있었다.
도서관 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어린이 도서관과 이어지는 작은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뭐랄까? 계단을 내려가디 전 벽에 걸린 작품들이
그 공간과 아주 편안히 잘 어우러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작품을 보고 '오~작품 좋은데? '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사실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전시가 뭐 그렇게 대단할까?'
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인데, 작품을 보는 순간 내공이 느껴졌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계단 왼편 아래쪽에 카탈로그와 방명록,
포스터가 놓인 테이블이 있었고 그곳을 지키는 분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마자 "작가분이세요?" 라고 말을 건넸고
그렇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사실 작품을 보기 전에 작가의 작품 세계에 대한 약간의 정보는 필요하다고 본다.
너무 많은 정보는 자신의 느낌을 갖기 이전에 그 정보에 갇혀 버리게 되고,
정보 없이 작품을 보는 것은 작가와의 소통을 배제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어쨌든 작가는 나무를 좋아한단다.
처음부터 나무를 그린 것은 아니었지만, 나무가 마음에 와 닿고
그래서 나무를 통한 단상을 자주 하게 된다고 했다.
그의 작품 카탈로그를 보면 작가의 단상들이 스케치처럼 적혀 있다.
그를 통해 작가의 마음과 생각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작품 이야기를 하자!
걸려 있는 작품들은 대부분 푸른 색들과 붉은 계열의 작품이 많았다.
내가 푸른 계열의 색을 좋아해서인지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이 절로 든다.
그러고 보니 전시 제목이 <선을 넘어- 레드 & 블루>다.
작가와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건너편에 보이는 작품들은
더위와 바쁜 삶에 지친 영혼을 조용히 어루만져주는 느낌이랄까?
쉬어가라며 조용히 말을 거는 느낌이 든다.
어떤 작품은 보는 순간 강한 느낌이 전달되는 작품들이 있다.
양해영 작가의 작품은 단순하지만 라인이 정제된 형태와 색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많은 메세지들을 담담하게 전하는 듯하다.
그래서 집에 걸어 두고 오래도록 천천히 말을 주고받는
그런 여운이 느껴지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아직도 전시장에서 본 작가의 푸른 나무들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작가에게 작품에 대한 각각의 설명은 묻지 않았다.
왼편 그림에 있는 꽃무늬의 동그란 것은 무엇일까?"
왠지 보따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보따리를 들고 나무 아래에서 쉬어가는 어떤 여인에 관한 이야기일까?'
라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펴본다.
몇몇 작품에 쓰인 콜라주의 소재는 '사전(辭典, dictionary)'이다.
우연히 접하게 된 사전을 오브제로 쓰는 까닭은
그 얇은 질감의 특성상 작품과 잘 어우러지기도 하고,
작가가 작품에 담는 이미지 속 이야기처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란다.
캄캄한 어둠 속 별빛이 빛나는 동네 어귀의 풍경 같다.
그림과 똑같은 밤 풍경의 모습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직접 만들었다는 방명록이다.
오늘 작품을 보고 교감을 느낀 관람객들의 방명록은 작가들에게 힘이 된다.
전시장을 나서기 전 다시 도서관 한 쪽에 심어진 대나무를 담아봤다.
더위에 지친 나를 달래주는 그림 같다.
광명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양해영 작가의 전시기간은 8월 11일 까지다.
가까운 곳에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후다닥 돌며 보기보다는 차를 마시면서 오래도록 천천히 음미하면 좋을 작품들이다.
Tip. 현재 작가는 문래동에 작업실을 두고 있고 문래동 작업실 탐방도 환영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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