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초등학교 전교생 870명이 광명전통시장에 도착했습니다.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수고하는 상인들의 점포 앞에 서서
'어머님 은혜'합창을 부르고 카네이션도 달아드릴 예정이라고 합니다.
어버이날 아침. 여느 때보다 한산한 시간, 시장 안으로 가 보았습니다.
약속된 11시가 되자 시장 안 어느 길목에서 피켓을 든 아이가 먼저 등장합니다.
연이어 해맑은 웃음 가득한 어린 학생들이 줄지어 걸어 들어옵니다.
목에는 카네이션 목걸이를 하고 손에는 엽서 한 장씩 꼭 쥐고 있네요.
한 아이는 장난을 치다가 선생님의 손에 붙들려 쑥스러운 표정으로 걸어옵니다.
스승과 제자가 카네이션과 함께 한마음이 되어 사람 냄새나는 시장으로 옵니다.
고학년으로 보이는 학생은 어느 점포 앞에서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상인들이 자신의 부모는 아니지만, 부모님을 향한 마음으로.
그 모습을 보는 상인들은 자식을 생각하는 심정으로.
서로에게 한결같은 뜨거운 울림이 있을 거라 생각되네요.
한 상인은 자신의 점포 앞에 서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냥 기분 좋다고 하십니다.
손주들이 생각난다고 하시면서 말이죠.
8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광명전통시장 곳곳에 자리를 잡고 일렬로 서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젊은 손님들이 시장을 방문한 건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드디어 우리 어린 손님들의 싱그러운 목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니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아
♬♪♩
(하략)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정성스럽게 적은 감사의 메시지가 담긴 엽서를 상인들의 손에 건네줍니다.
"아무리 힘드셔도 힘내세요. 더 많이 애용할게요!"
"시장 아주머니, 아저씨 매일 새벽부터 나와 우리가 먹는 음식을 판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는 내용이 적혀있네요.
지금까지 아이들 목에 걸고 있던 카네이션 목걸이는 오늘의 주인공인 상인들의 목에 걸어드리고요.
'어버이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의 리본이 달린 종이 카네이션을 학생들 각자 만들었다고 하네요~
아이들의 정성 어린 선물에 어쩔 줄 몰라 하시며 그냥 받기만은 미안하다고 답례품을 주시는 어른들.
아이들은 맛난 떡을 선물로 받았다고 기뻐하네요~
'우린 줄 떡도 없는데 어쩌지?' 하는 마음으로 머뭇거리던 한 상인은
바지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 학생에게 주십니다.
"애야 이거 받아라~"
"괜찮아요. 아저씨~"
손주 생각난다며 기뻐하시는 상인은 학생에게 받은 카네이션과 엽서를 한참을 만지작거립니다.
"정말 눈물 나네요. 눈물 날 정도로 좋아요~ "
두 개의 카네이션을 목에 걸고 감격스러워 하십니다.
이 분을 보는 저의 마음도 부모님 생각에 울컥해집니다.
어찌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의 행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의 감정의 물결은
오랫동안 넘실거릴 것 같습니다.
한 학생이 두 손으로 붙잡고 있는 피켓의 문구들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고, 사는 곳이 멀다고, 이리저리 핑계대며 잊고 살았던
부모님의 은혜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지나간 후면 애달픈 마음만 남고 후회해도 돌이킬 수 없는 데 말이죠.
평생에 고쳐 못할 일. 더 큰 후회하기 전에 자주 전화하고 시간 내 찾아가 보기도 해야 할 것 같아요.
시장에 가면 계절의 향기가 납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도 들려 정겹습니다.
오늘처럼 풋풋한 아이들로 가득 찬 시장의 아침은
싱싱하고 푸른 채소를 한가득 먹고 난 '상쾌함'이었네요.
여러분도 우울할 때면 광명전통시장으로 바람 쐬러 오시는 건 어떨지요?
오월의 향긋한 자연의 향기와 정다운 사람 소리까지 느끼고 나면,
한결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추가 소식>
이곳 광명 전통시장에서는 가·마·학(가정·마을·학교) 업무협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광명전통시장과 학교가 서로 연계하여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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