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초등학교 1학년들은 어떻게 생일파티를 할까요? 아주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생일 파티는 있었겠지만 상황에 따라, 여건에 따라, 시기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긴 하겠지요? 10여 년 전의 생일문화만 비교해봐도 요즘 생일 문화는 많이 다른 것 같아요.
10여 년 전의 '하안동' 초등학생의 생일에는 주로 집에서 음식(피자, 치킨, 과일, 음료수 등)을 차려놓고 케이크의 불을 끄고, 2차로 노래방을 가기도 했었어요. 지금도 그렇게 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오늘은 올해 1학년에 입학한 우리집 늦둥이의 색다른 생일파티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엄마들 가치관의 차이로 이런 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 되지만, 생일파티를 이렇게 하기도 하는구나, 라는 생각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
하안남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들은 상반기에 생일파티를 하지 못했어요. 학교생활에 적응하느라 바빠서 정신없이 한 학기가 지나가 버렸죠. 그러다 어느 날,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 엄마들 모임에서 한 어머님이 "아~ 우리 애들 생일파티 안 해요?" 하더라구요. 아직은 아이들끼리 서먹한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할 지 잘 몰라서 다들 그냥 눈치만 보고 있었다네요. "그럼 우리 상반기 아이들만 모여서 한꺼번에 생일파티 해주죠?" 쇠뿔도 단김에 빼야지요.
모두들 좋다는 반응을 보여서 뜻이 맞는 어머님들과 함께 아이들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로 했어요. 우선 상반기에 생일이 있었던 세 명의 아이들 이름으로 반 친구들에게 초대장을 보냈어요.
평소 아이들의 스케줄이 워낙 바쁜 관계로 일요일 오후 1시로 시간을 잡았답니다. 파티 당일, 초대를 받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초대 장소로 들어오고, 오는 순서대로 간단하게 차려진 음식을 먹게 했어요.
도착한 친구들이 음식을 먹는 동안 생일을 맞이한 친구들은 멋진 옷으로 갈아 입는 중입니다.
짜잔, 오늘의 주인공들입니다. 가운데 듬직한 아이가 우리 아들이랍니다. 멋진 왕자님들 셋이 공동으로 생일파티를 하게 되었네요. 그럼 이쯤에서 파티 장소가 어딘지 무척 궁금하지요???
자~ 오늘의 파티 장소는 바로~~~ 하안동에 위치한 한 소극장입니다.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유익하게 생일파티를 하자는 의견이 나와서 뮤지컬을 볼 수 있는 장소로 정한 것이죠.
오늘 관람하게 될 공연은 '별나라 우유나라 장난감나라로 떠나는 허풍선 아저씨의 모험'이라는 제목의 뮤지컬이에요.
뮤지컬 관람료는 원래 1만원이었습니다. 조금 비싸다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굉장히 좋은 방법이 있더라구요. '경기사랑티켓'을 이용하면 3,000원에 볼 수 있답니다. 절약정신이 투철한 엄마들이 그냥 정상가격으로 관람하지는 않겠지요. 바로 경기사랑티켓에 가입하고 할인을 받아 3,000원으로 공연을 봤답니다.
이제 음식도 먹을 만큼 다 먹고 드디어 뮤지컬 관람을 하기 위해 줄지어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질서정연하게 앉아 있는 우리 아이들, 참 말도 잘 듣고 착하네요. 카메라 셔터를 의식한 몇몇 친구들은 멋진 포즈를 취해주고 있구요. 오늘의 뮤지컬을 기대하며 다들 신난 분위기입니다. 생일을 맞은 친구들은 가슴이 더욱 콩닥콩닥 뛰겠지요.ㅎㅎㅎ
아이들이 모두 공연을 보러 극장 안으로 들어간 사이, 엄마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1시간 동안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느라 대화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아이들의 학교생활 이야기부터 요즘 학원은 어디를 보내는지, 학원을 안다니는 친구는 무얼하며 지내는지, 학교에서 칭찬 스티커를 몇 개나 받았는지, 벌점을 얼마나 받았는지, 벌점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받는 것인지, 어쩌다가 벌점을 억울하게 받았는지, 책을 몇 권씩 읽게 하는지, 학교 준비물은 어떻게 해야 잘 챙겨줄 수 있는지, 학교생활에 문제는 없는지, 등등등...
엄마들은 까르르~ 폭소가 터지기도 하고, 억울했던 상황을 설명할 때는 큰소리를 내기도 합니다.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내 아이의 학교생활과 다른 친구의 학교생활 등, 자녀들에 관한 것이라면 궁금한 것이 너무 너무 많은 엄마들입니다. 정보를 얻는 것 뿐만 아니라 엄마들은 이런 모임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리기도 한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엄마들의 수다시간도 끝내야 할 때가 오면, 드디어 생일을 맞은 친구들의 본격적인 생일파티가 시작됩니다. 각자 자기소개를 한 뒤 엄마, 아빠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직접 표현해주었어요. 예를 들면 "엄마, 아빠, 저를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인사를 하지요. 정말 간단한 인사말이었지만 저는 쬐끔 눈물이 나던걸요. 그 동안 아이를 키워온 순간들을 떠올리며 감동이 밀려오는 듯해서 그랬던 건지... 아무튼 눈물이 찔끔 났어요.
이제는 공연을 했던 배우들과 함께 촛불을 끄는 시간입니다. 진지하게 촛불을 바라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비장합니다. 오늘 케이크에 촛불을 끄면서 초등학생이 되어 처음 맞이하는 생일에 대한 특별한 느낌도 가졌을 것 같아요. 그냥 지나가버렸을 지도 모를 한 장의 추억이 가슴에 새겨지는 순간이죠.
자, 이제 본격적인 하이라이트~~~ 생일선물 증정식이 있는 시간입니다. 지금 이 시간을 위하여 소쩍새는 봄부터 그렇게 울어댔을 것입니다.ㅎㅎ 어찌됐든 선물을 받는 이 순간이 아이들은 제일 행복하겠지요. 밀려오는 선물 공세에 연예인이라도 된 듯한 생일을 맞이하는 주인공들은 아이돌 스타도, K-POP 스타도 전혀 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즐겁고 받는 사람도 즐겁고 '일석이조'랍니다. 물론 이 모든 선물들은 엄마들의 빚으로 남는다는 사실, 우리 친구들이 알까요? ㅎㅎㅎㅎㅎ
우리 아들도 선물이 넘쳐나서 봉지에 한가득 담았어요. 뿌듯한 얼굴에서 행복을 읽을 수 있네요.
선물 증정식이 끝나면 사회자가 아이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게임을 진행합니다. 게임은 생각보다 길게해서 1시간 정도 하는 것 같아요. 생일을 맞은 친구들이 작은 선물을 준비하여 게임에서 이기는 친구들에게 전해줍니다. 그렇게 하면 오늘 모인 친구들은 모두 선물을 한 개씩 받게 됩니다. 게임이 끝나면 멋지게 춤추는 시간을 가지는데 아이들이 정말 신이 나서 춤을 추네요.
오늘의 일정이 거의 다 끝나가고, 마지막 포토타임입니다. 공연을 마친 배우들과 멋진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웠던 생일파티의 추억 속으로~ 찰칵~~~ 앞으로도 매년 생일은 찾아오겠지만, 오늘 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고 멋진 파티를 했다고 기억해주기를~
함께했던 하안남초등학교 1학년 2반 공주님 친구들~ 다음 생일파티에 꼭 초대해 줄거지?
함께 했던 왕자님 친구들~ 다음엔 누구 생일에 초대 받게 될까? 기대합니다. 우리들의 우정은 쭉~~~~ 가는 거다~
6년이 지나면 중학생이 될 것이고, 그로부터 3년이 지나면 고등학생이 될 것이고, 그로부터 또 3년이 지나면 대학생 또는 멋진 사회인으로 자라있을 친구들아, 그때가 되면 너희는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르더라도, 모두 멋진 꿈을 키우며 훌륭하게 자랄 것이라고 엄마들은 소원하며 믿는다.
2030년엔 너희들이 주인공이다. 대한민국의 경기도 그리고 광명시에서 태어난 우리 친구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추억이 20년 후에는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엄마들은 알 수 없겠지만, 지금이나 그때나 모든 엄마들의 소망은 똑같을 거야.
너희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동시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아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를. 그리고 너희가 이곳에 태어난 의미를 알게 되기를......
글·사진 | miso(박정미)
온라인 시민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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