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명시민 녹색장터가 매월 셋째 주 토요일 광명시민체육관 약수터 앞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장터라고 하니 무얼 파는 곳인 모양이긴 한데, 뭘 파는 곳이지? 입던 옷? 아니면 공산품?'
생각해 보았지만 통 모르겠더군요. 모르면 직접 가서 보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며 카메라를 들고 광명시민체육관 약수터 앞 녹색장터를 찾았습니다.
약수터 앞 나무에 걸어놓은 현수막. '따뜻하고 소박한 만남과 나눔이 있는 곳' 이란 글귀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 한 줄의 글만 봐도 이곳의 분위기가 따듯하고 포근할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듭니다.
여기서 잠깐! 광명시민 녹색장터가 뭘하는 곳인지 알아볼까요.
광명시민 녹색장터
- 일시 : 매월 셋째 주 토요일 개장 (4/21, 5/19, 6/16, 7/21, 9/15, 10/20, 11/17)
*8월은 쉽니다.
- 개장시간 : 11시 ~ 16시
- 장소 : 광명시민체육관(구 실내체육관) 약수터 앞
- 목적 : 자원의 재사용 활성화를 위하여 각 가정에서 보관중인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기증 및 교환, 판매를 통해 친환경적인 생활문화를 정착시키고, 나눔을 실천하는 장으로 만들고자 함
- 문의 : 광명 YMCA (02-809-2081)
- 주최 : 광명시
- 주관 : 광명 YMCA
시민과 함께 하는 나눔장터 참고사항
1 . 시민 나눔장터는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재사용, 재활용하기 위한 녹색소비생활 실천을 목적으로 열립니다. 판매할 물건은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깨끗하게 손질하여 가지고 나옵니다.
2 . 시민 나눔장터 참여자는 접수처에 등록을 하고 돗자리를 받아서 지정된 곳에 자리를 폅니다. (등록 하실 때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3 . 장터판매 금액의 10%를 기부해주시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쓰입니다.(최소금액 2,000 원)
4 . 시민 나눔장터는 시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장터입니다.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쓰레기는 각자 깨끗이 치우고 갑니다.
광명시민 녹색장터는 참 아름다운 생활문화를 가꾸는 곳이자 나눔의 장일 것 같습니다. 자, 그럼 그런 아름다운 장터의 구석구석을 살펴볼까요.
먼저 YMCA 행사진행요원이 있는 곳에서 요렇게 등록을 하면 번호표와 돗자리를 받아서 정해진 자리에 앉아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개장 시간이 20분쯤 밖에 안 남은 시각, 아빠와 아들의 준비하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이미 문을 연 가게에서는 벌써 멋내기에 여념이 없네요. 올 여름 이 만 원짜리 선글라스를 끼고 해변에 서면 ...ㅎㅎ
녹색장터, 안 입는 옷가지들만 파는 줄 알았는데 없는 게 없는 장터입니다.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야채들이 천원이면 싸지 않나요?
엄마, 아빠와 함께 주말농장에서 직접 키운 야채, 입었던 옷, 읽고 난 책 등을 가지고 나온 하안초등학교 4학년 윤서영양은 이런 곳에 와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답니다.
도복을 입은 이 씩씩한 남학생들은 몸이 튼튼할 것임은 분명하고, 책을 사는 모습을 보아하니 마음 또한 튼튼할 것 같습니다. 한 권에 천원이라니, 싸기도 합니다.
그늘 속에 가게가 불어나는 만큼 손님들도 많아집니다.
엄마가 만든 액세서리와 함께 다 읽은 책과 위인전 CD를 가지고 온 아이. "누가 먼저 파는지 내기를 하자."라고 엄마가 말한 후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저는 이 아이가 이기라고 CD 두 개로 마수걸이를 해주었어요.)
그러나 웬걸요. 한 시간 후에 다시 찾은 가게에는 CD는 다 팔리고 책도 몇 권 남지 않았는데, 엄마의 악세사리는 그냥 있어요. 아이는 장 구경을 갔다가 온 엄마에게 신이나서 자랑을 합니다.
"엄마, CD 다 팔아서 삼만원 벌었어요."
이 아이는 훗날 뭐든 스스로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장 1시간이 훌쩍 지난 나무그늘의 나눔장터는 이제 제법 많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물건 하나라도 더 팔고 싶은 이 예쁜 아가씨. "CD케이스 사세요."라고 호객행위도 합니다. 이렇게 물건을 팔아본 아이들은 커서 경제관념이 투철할 것 같습니다.
<언니에게 한 수 배우다 프로젝트 팀>에서 운영하는 무료 체험학습장. 우리동네에서 자주 가는 가게 주인이나 이웃분들께 편지를 쓰는 체험입니다.
아랫층 아주머니께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다는 편지를 쓰는 손이 정성스럽습니다. 이런 걸 쓰면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겠지요.
등에 업은 아기의 옷을 고르는 젊은 엄마. 어떤 걸 사면 좋을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한 장에 200원 밖에 하지 않으니 마음껏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이 꼬마아가씨는 신발들 틈에 숨어있는 장난감은 어떻게 발견했는지.... '사고 싶어요.'
아이들의 이름에서 착안한 가게 이름. 김댕김쏭 가게. 추억의 가게로 남을 것 같습니다.
신고 온 신발은 벗어 가방에 넣고 새로 산 신발을 신고 가자고 합니다.
여자아이는 작은 악세서리에 관심을 보이고요. 주인은 진지하게 물건을 보여줍니다.
엄마가 신다가 굽이 높아 못 신게 된 신발도 얌전하게 새주인을 기다립니다.
딸의 머리를 예쁘게 묶어주는 이 젊은 아버지. 아이들과 함께 소풍 온다는 생각으로 나눔장터에 동참했답니다.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잠을 자고 있었을 지라도 이 아이들은 훗날 남을 돕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물건을 팔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입니다. 동생 먼저 한 입. 좋은 일에 함께하니 우애도 돈독해집니다.
언니에게 한 수 배우다 프로젝트 팀의 점심. 함께 먹는 점심이 팀웍도 튼튼하게 합니다.
추억의 아이스크림 쭈쭈바를 먹고,
물총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아이들. 엄마랑 아빠랑 함께하고 서로 나누는 친구들이랑 함께 하는 나눔장터. 이보다 더 좋은 놀이터는 없을 겁니다.
지금 꼭 필요하지 않아도 나눌 수 있을 때 사다놓아야지요.
장터를 나오기 전, 행사를 진행하느라 정신이 없으신 광명시 YMCA 등대 생활 협동조합 실무자 이상천 간사님께 물어보았습니다.
Q : 오늘 시장의 수익금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A :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은 오늘 수입의 10%를 우리 조합에 내기로 되어있지만, 그건 참고사항에 불과하고요, 참여하신 분들이 실제로는 그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하고 가십니다.
Q : 기부하신 돈은 어떻게 쓰이는지요?
A : 일년동안 기부한 돈은 독거노인분들께 겨울 김장을 해드리고, 김장과 함께 쌀도 한푸대씩 드리는데 씁니다.
Q : 다음달 행사 주제는 무엇입니까?
A : 다음 달 7월에는 "물놀이"를 주제로 한 장터가 열릴 예정이니 안 쓰시는 물놀이용품 많이 가지고 오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물놀이용품이 아니어도 많이 가지고 나오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늦은 점심을 먹기위해 집으로 돌아올 무렵에도 돗자리와 번호표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나눔장터였습니다. 뭘 파는 장터인지 궁금해서 들린 곳. 실제 와서 보니 하루종일 구경을 해도 심심하지 않은 곳. '따뜻하고 소박한 만남과 나눔이 있는 곳'이란 말이 여기보다 더 잘 어울릴 곳은 없을 것 같습니다.
내가 쓰던 물건을 버리지 않아서 좋고,
그 물건을 좋다고 사가는 친구가 있어서 좋고,
내가 필요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어서 좋고,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키워줘서 좋고,
가족끼리 단합할 수 있어서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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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보다 더 좋은 것은, 나의 작은 노력으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곳이란 점! 구매한 물건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광명시민 녹색장터'였습니다.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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