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지금이 아니면 안 되는 일들이 있다.
때를 놓치거나 미루면 후회할 것 같은 그런 일들...
여기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이에
전통혼례로 리마인드 웨딩을 올리는 분들이 있어 찾아가보기로 했다.
*본 포스팅에 사용된 사진들은 사전에 얼굴 공개를 허락받았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결혼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사랑스런 손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의 앞날에 축복의 불을 밝혀주는 화동으로 변신했다.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들의 모습이 보인다.
혼례식 전 웨딩촬영을 하느라 잔뜩 긴장한 듯한
신랑, 신부의 모습에서 수줍은 행복이 묻어난다.
웨딩 촬영 내내 가장 젊은 신랑 신부라는 칭찬을 받았던
안교복, 정분연 어르신들의 혼례식은
신랑, 신부의 가족, 친지들과 많은 광명시민들의 축하 속에
광명농악대의 흥겨운 길놀이 한 마당으로 시작되었다.
마당 한편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신랑, 신부.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두 개인이 합친다는 의미를 넘어
두 가족이 결합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집니다.
그래서 결혼식을 대례라 부르고 일가친척은 물론,
이웃과 친구, 직장동료들까지 참석합니다.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가서 결혼식을 올리고
3일 동안 신부집에서 머문 후 신랑집으로 신부를 데려갑니다.
실제 전통혼례식은 수 없이 절을 하고
여러 가지 상징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의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출처: 네이버)
연지, 곤지 붉게 찍은 예순다섯
수줍은 신부의 머리위로 내려앉은 높고 파란 하늘.
오늘이 아니면 안될 정도로 결혼하기 딱 좋은 날이다.
나무 기러기를 든 기럭아비의 인도로 신랑이 식장으로 들어가고,
그 뒤를 이어 가마를 탄 신부가 입장한다.
개구쟁이 손주들을 앞세우고 결혼식장으로 들어가는 신부는 어떤 마음일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는데, 정말 기쁘네요.
아이들 덕에 늙으막에 호강하는 것 같아요."
흔들리는 가마 안에서도 미소를 지어주는 센스 있는 신부님이다.
"올 해 아버지께서 칠순이신데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우연히 거리에 붙은 플래카드를 보고 신청했는데 정말 될 줄은 몰랐어요.
부모님이 예전에 합동결혼식을 하셨다는 걸 알고
두 분만의 결혼식을 올려드리고 싶었는데, 그동안 여건이 되지 않았었거든요.
행복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기쁩니다.
광명문화원 원장님과 도움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딸 안정희)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하기 위해
전통혼례식을 신청을 했다는 딸 안정희씨의 말처럼
간절히 바란다면 우리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행복을 만나게 된다.
또, 기러기는 결혼생활에서 지켜야 할 몇 가지 가치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기러기는 일생 동안 같은 짝을 지킨다.
기러기는 위계질서를 잘 지킨다.
기러기는 어디를 가든지 그들의 존재를 남기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
(출처: 네이버)
신랑과 신부는 입장 후 혼례를 위해 정갈히 한다는 의미로 손을 씻는다.
그리고 신부는 신랑을 존중하고 따르겠다는 의미의 두 배를 하고,
신랑은 신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뜻으로 일 배를 한다.
전통혼례식을 보기 전엔 절차가 복잡할 줄 알았는데,
보고 있으니 결혼식 자체가 하나의 엄숙한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의식에 술이 빠지면 안 되겠다.
서로 절을 하고 난 신랑 신부는 조그만 잔에 술을 따르고 조금씩 두 번 마신다.
표주박 각각의 잔에 술을 따라 마시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그 반쪽이 합쳐져야 비로소 완전한 하나의 표주박이 되듯
신랑 신부도 각각은 반쪽이며 합쳐졌을 때 비로소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한다.
전통 혼례식을 처음 보는 하객들이 많은지
경건하게 진행되는 혼례식 내내 여기저기서 감탄이 쏟아졌다.
부모님의 결혼식을 보는 자녀들의 마음도 얼마나 기쁠지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았다.
모든 의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 두 사람이 맞절을 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동등한 인격체임을 확인하게 된다.
전통혼례식에는 나름의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물건들이 많이 사용된다.
그중 한 쌍의 닭 중 암탉은 다산을 의미하고,
수탉은 아내와 자식을 보호하고 처자식을 부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외에도 대추는 불로장생을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는
부부의 변치 않는 마음을 의미한다.
모든 전통혼례 절차가 끝나고 드디어 신랑이 수줍은 신부의 얼굴을 볼 시간.
신부의 얼굴을 보기 위해 절을 하라는 주례의 말에
당황하며 머뭇거리던 일흔 살 신랑의 모습에
하객들은 모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었다.
오늘의 주인공 안교복(70), 정분연(65)님의 전통혼례식은
부모님의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술과 함께 자녀들이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끝났다.
"두 분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오리서원에서 열리는 전통혼례식에서는
혼례복을 직접 입어보고 사진을 찍으며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공간도 설치해 오리서원을 찾은 방문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오리서원 개원과 함께 광명문화원에서는 지난해 다문화가정의 전통혼례를
시작으로 올 해에는 안교복, 정분연님의 혼례식을 진행했고
앞으로 두 쌍의 혼례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지역 주민과 함께 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입니다.
10월 11일에 있을 다음 혼례식에도
광명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광명문화원장)
글·사진 |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곧미녀(김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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