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광명전통시장을 걸어갈 때가 있는데요, 늘 지름길로 가거나 또 가던 길만 가게 되더라구요.
작년 추석쯤 취재때문에 가보지 않던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니 벽에 예쁜 그림이 있는 걸 보게 되었어요. '어! 여기에 이런 그림이 있었어?' 하며 마구마구 사진을 찍고,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곳을 다시 찾은 건 한 해가 지난 오늘이네요. ^^
철산동 벽화나 홍제동 개미마을도 어느 집에 그림이 있는지 약도가 있는데요, 이곳은 없는 듯해요.
그렇다 보니 돌아다니면서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하는 것 같아 긴장되네요. ^^
난 얼마나 많은 그림을 찾을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코너를 돌아보니 예쁜 시가 반겨주고 있네요.
봄밤 - 김소월
실버드나무의 검으스렷한 머릿결인 낡은 가지에
제비의 넓은 깃나래의 감색(紺色) 치마에
술집의 창(窓) 옆에, 보아라, 봄이 앉았지 않는가.
(하략)
그 옆으로 가다 보니 두 마리의 새끼고양이가 보여요. 노란 호랑나비를 구경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같이 놀고 싶은 걸까요?
돌아다니다 보니 벽화는 누가? 왜? 그렸을까? 갑자기 궁금해졌어요.
하지만 그 궁금증은 바~로 풀 수 있네요. "
이 벽화는 쓰레기 무단투기 방지를 위해 광명 3동에서 제작하였습니다. " 라고 말이죠.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라는 딱딱한 문구의 현수막보다는 정말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이렇게 예쁜 그림들이 그려져 있는 곳에 쓰레기를 버리고 낙서를 할 사람은 없을 거라 믿어요! ^^
우리 집 담벼락에도 이런 그림이 있다면 매일 매일 기분이 상쾌하고 좋을 것 같아요.
날이 추웠지만 어디에 또 어떤 그림이 있을까? 궁금해하며 찾아다니니 추운 것도 잊게 되더라구요. 그러다가 만난 해바라기 "You’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
흥얼흥얼 노래가 들리는 듯하니 흥겹네요.
태양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당신만을 바라보는 사랑...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해주는 하나의 문구 같아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이곳저곳 마구 걸어가다 보니 저 높이 계단이 보여요.
왠지 저곳에 올라가면 색다른걸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눈발이 아주 약하게 날리긴 했지만, 저는 이렇게 을씨년스러운 날씨도 무척 좋아해서 다니기 좋아요~ ㅎㅎ
계단 위에 올라가 보니 연결된 길은 없네요~ ^^
이제 서서히 어두워지려나 봐요. 붉은색의 태양이 사라지려고 해요.
그리고 살짝 눈발이 더 날리기 시작합니다.
그냥 눈이 펑펑 오면 더 운치 있겠다 싶은데 조금 흩날리던 눈은 금방 멈추네요.
돌아다니다 만난 거울 앞에서 잊지 않고 셀카 찍기! 살짝 웃어주면 좋은데... ^^
워낙 찍히는 게 익숙지 않다 보니 예쁘게 웃기가 참 힘들어요.
그러다 보니 그냥 무표정으로 찍고 맙니다. 그래도 이럴 때라도 찍어두지 않으면 제 사진은 없다는 거!!
이제 더 이상 벽화가 없는 걸까?
하며 뚜벅뚜벅 걸어가다 무심코 고개를 돌린 골목에서 만난 귀여운 병아리들~
아이코! 귀여워라~ 근처 어린이집이랑 왠지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ㅎㅎ
입춘을 맞는 길목에서 만난 노란 병아리들... 아직 춥지만 봄이 성큼 온 것 같아요.
날씨가 좋은 날에는 아이들이 나와서 이곳 벽화를 보고 조잘조잘 이야기도 나누고, 또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꼭 미술관을 가야만 좋은 그림을 볼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이렇게 일상에서 우연히 마주하는 그림도 아이들에게 너무 좋은 공부같기도 하거든요.
커다란 악어, 알록달록 멋진 부리를 가진 앵무새, 예쁜 병아리들, 폭죽이 터지는 코끼리, 물을 주면 쑥쑥 자라는 꽃까지... 다양한 그림이 있어 이야깃거리는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낡은 벽과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세월의 흔적도 느낄 수 있어 좋았어요.
새하얀 도화지 같은 깨끗함도 좋을지 모르지만, 저는 손때 묻은 흔적이 더 좋답니다.
이건 사람마다 다 틀리지만 말이에요. ^^
요즘은 재개발한다고 여기저기에 높고 높은 아파트를 많이 짓는데요.
세월이 지나면 이런 마을도 점점 사라지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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