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에 닿는 바람이 차가운 겨울이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에 장단 맞추듯 낙엽이 춤춘다.
바스락~ 바스락~
그 뒤로...아파트. 연립. 빌라. 단독주택.
그 속에 사람. 사람. 사람들...
희뿌연 매연 속에 모든 것이 아득해져 간다. 멀어져 간다.
뿌연 풍경을 뒤로하고 가로누운 나무의 마지막 생을 밟고 오른다.
한걸음.
또 한걸음.
나는 참 좋다. 낙엽 밟는 소리가...
되새김질하듯 읊조리며 걷다가
발길을 멈. 춘. 다.
마시면 안 된다는 약수터에서 손을 씻어보고
마음만큼이나 굳어가는 허리를 몇 바퀴 돌려보고. 영차~~
그 붉던 화려함은 어디에도 없다.
소리. 참 좋다.
길 위에서는 바람도 쉬어간다.
돌탑을 쌓으며 소원을 빌어보고,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잠시 쉬어가자. 아주 잠시...
4km를 걷고 나면 힐링 할 수 있을까?
길 위에서 우리는 가깝거나 혹은 그보다 더 가깝거나...
그만큼의 거리를 두고 걸어본다. 힐링~~
미처 떠나지 못한 가을은 나무 끝에 붙잡혀 불타오른다.
바람이 불어 눈이 시리다.
여기는 어딜까? 구름산 둘레길.
바람 때문인지 계절 탓인지 길 위엔 사람이 별로 없다.
몇몇 구간에서 길은 저 혼자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오후 세시 몇 분.
놀러 나가기에도 애매하고, 놀다 집에 들어가기도 애매한 시간을 가리키는 시침과 분침.
능선을 따라 걷다 보니 새로움과 만나는 재미가 제법이다.
제멋대로 뻗은 가지들이 숲길을 점령한다.
그 길을 타고 내려가자.
나도 몰래 내딛는 발걸음이 거칠어진다. 힘차게 하나. 둘. 셋!
거친 길 끝자락을 붙잡고 있는 또 다른 길과 만난다.
잿빛 낙엽 이불로 바스락거리던 가을과 겨울 산을 벗어나 평지에 도착했다.
육교위로 찬 바람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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