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밭.
선선한 가을밤을 수놓았던 KBS 교향악단의 아름다운 선율이 가슴에 늘 남아있습니다.
'금난새'씨가 지휘를 하던 시절이었지요.
클래식 음악이 뭔지도 모르는 문외한이었지만 그 느낌만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있는 걸 보면 굉장히 좋았던 것 같습니다.
지난 6월 21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10년 매니아도 30분 전에 와서 기다린다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제58회 정기연주회 '브람스를만나다'에서 다시 그 느낌을 안고 왔습니다.
7시 30분에 공연을 시작하는데 내용을 전혀 몰랐던 저는 한 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관계자들의 이야기라도 들어볼까 싶었는데 공연준비로 너무 바쁘셔서 어림도 없네요.
공연전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었지만 공연을 위해 얌전히 대기하고 있는 악기들이 저를 반갑게 맞아줍니다.
50명의 단원들로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훨씬 많은 분들이 공연을 하는 것 같아요.
텅빈 객석에 30 분 전에 오셔서 열심히 팜플렛을 읽고 계신 할머니가 계셨어요. 철산4동에서 오신 그레이스 박이라는 예명을 가진 분이십니다. 예명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포스를 가지신 이 분은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초창기 공연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공연을 보셨다고 해요. "젊어서부터 KBS FM을 들었어요, 그런 제가 광명에 온지 10년이 넘었어요. 마음 붙일 곳이 없었던 제가 일 년에 몇 번 하는 이 공연으로 광명 살맛을 느꼈지요.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공연장의 풍속도 많이 변했어요. 오케스트라도 많이 발전했고 청중들도 완숙해졌어요. 이제 이 공연이 있는 날이면 집에서 마냥 기다릴 수가 없어요. 빨리 와서 옛날도 추억하고 오늘 공연의 내용도 느껴보고 싶어서 미리 와봅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할머니는 마치 사랑에 빠진 소녀처럼 얼굴이 발그레해지는 모습입니다.^^ 할머니 말씀을 듣고 보니 클래식 음악에 문외한이다 싶은 저도 오늘의 공연이 기대가 되네요.
20분 전만해도 빈 자리가 많아 걱정이 됐었는데 공연시간이 다 되어가니 객석은 거의 만석이 되어가고 있네요.
이번 공연은 초대장 없이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홈페이지에서 미리 티켓구매를 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구매해서 온 분들입니다. 객석 점유율이 이정도면 성공인 것 같죠?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
단장 겸 상임지휘자인 김승복 지휘자가 입장하자 청중들이 박수로 환영합니다.
공연을 사랑해서 온 사람들이라 그런지 매너도 최곱니다.^^
드디어 시작되는 첫 곡은 브람스의 '대학축전 서곡'입니다.
제가 클래식 음악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이 곡의 느낌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의 아름다운 협연으로 유쾌하고, 생기발랄하고, 위풍당당하고, 장중하기까지 한 그런 느낌입니다.
그렇게 밤은 점점 깊어가고
브람스가 1880년 여름 오스트리아 북부 휴양지 바트 이슐에서 완성한 '대학축전 서곡'의 황홀함 속으로 청중들도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선율에 점점 깊게 빠져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 무대에 등장한 이 분!
우리나라에서도 물론 유명하지만 세계무대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스트 '김응수'씨 입니다.
현재 한양대학교 관현악과 교수로 재직중이신 김응수씨는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빈 국립음대, 그라즈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모두 만점으로 수석 졸업한 수재답게 연주 솜씨가 뛰어났습니다.
그의 현란한 바이올린 연주와 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Op.35' - 3악장으로 이루어진 곡이 울려퍼집니다. 장쾌하다 싶으면 애수 어린 선율이 흐르고 깜짝 놀랄만한 강렬함이 있으면 바로 열광적인 축제 분위기로 바뀝니다. 그런 연주에 환호하지 않는 청중이 어디 있을까요? 청중은 박수에 또 박수를 보내고 김응수씨는 앵콜곡을 다섯 번이나 들려주셨습니다.
10분의 휴식 후에 진행된 2부 시작곡으로는 브람스 '교향곡 1번 C단조 Op.68'이 연주되었습니다.
1부 끝에서 워낙 화려하고 자유로운 소나타 형식의 곡을 들어서인지 2부의 시작은 조용하고 느리다는 느낌이 강하네요.
4악장으로 이루어진 이곡은 브람스가 22세 때 시작해서 43세에 완성한 곡입니다. 대작곡가가 무려 21년이나 걸려서 완성했다니 대단한 곡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냥 느낌으로만 듣는 저에게는 좀 어렵고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곡이었어요. 브람스는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을 의식하면서 이 곡을 썼다고 합니다. 그는 친구 '헤르만 레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냈다고 해요. “거인이 내 뒤로 뚜벅뚜벅 쫓아오는 소리를 항상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보게. 그 기분을 자네는 전혀 상상할 수 없을 걸세.” 편지에서 느껴지듯 그의 부담이 이 교향곡을 그렇게 오랫동안 썼던 이유이기도 한 것 같네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초연되었을 당시 당대의 명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는 "우리는 드디어 제10번 교향곡을 얻었다" 라며 감격했다는 일화가 있었는데 이 말은 베토벤의 불멸의 9개 교향곡의 뒤를 잇는 또 하나의 교향곡이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마지막 앵콜곡인 '헝가리 무곡'을 끝으로 모든 공연은 끝이 났습니다. 무더운 여름밤을 풍성하게 해준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공연에 관객들은 선뜻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큰 박수와 긴 환호를 보냅니다.
공연을 보고 나온 김주은(하안 북초 6학년) 학생의 소감을 들어보았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와서 처음으로 오케스트라를 보았는데 굉장히 웅장하고 멋있었어요.
악장과 악장사이에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을 보니 관객들도 수준이 꽤 높은 것 같았구요.
앞으로도 이런 공연을 자주 보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주은 학생도 음악을 감상할 줄 아는 학생인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한여름 밤의 더위를 확 날려버리는 멋진 공연을 보고 나니 공연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며칠 후에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김승복 단장님을 만나 보았습니다.
김승복 단장님과의 인터뷰
Q. 이번 공연을 보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이런 멋진 공연을 선물해주신 (사)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단은 어떤 단체인가요? A .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는 2002년 창단되어 2007년 경기도 전문예술단체로 지정되었고 2009년에는 45명의 단원을 전원 임화했습니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정기연주회 57회, 기획연주 250여회, 초청연주회 100여회를 통해 슈 만, 슈베르트 등의 낭만주의와 베토벤, 모차르트 등의 고전주의 음악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 해서‘교향곡 전문 오케스트라’로 평가받은 바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으로써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과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발레 갈라 콘서트’, ‘정겨움과 새롬’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오케스트라와 국악의 만남등 의 새로운 장르를 개발하고 또 기획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010년에는 오페라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쥬시페 디 스티파노 오페라 페스티벌”, KBS찾아 가는 음악회, 선운사 산사 음악회 및 청와대 국빈 만찬 연주에도 초청되어 그 연주 실력을 인정 받고 있구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A. 월급을 받는 정규단원이 50명이고 그 외에 고정 객원단원이 있습니다. 정규단원은 이번 같은 정기공연에는 전원이 참여하고 '모닝클래식'이나 '찾아가는 음악회'등은 그때그때 필요한 연주자들이 참여하고 객원단원은 음악의 형식과 공연방법, 공연장의 규모에 따라 그 숫자가 변해요. 파트는 오케스트라 Full편성입니다. 현악기 파트는 - 바이올린, 하프, 첼로, 비올라, 더블베이스, 하프 목관악기 파트는 -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 바순 금관악기 파트는 - 호른, 트럼펫, 트럼본, 튜바 타악기 파트는 - 팀파니, 벨, 실로폰, 북, 심벌즈가 있습니다.
Q. 그 많은 단원들로 이루어진 오케스트라단을 운영하고 공연을 하는데 적잖은 경비가 들텐데... 저렴한 공연으로는 어림도 없으실 테고 그 많은 예산을 어떻게 확보하세요? 또 앞으로는 어떤 방법으로 어려움을 극복하실지도 궁금하구요. A. 우리 오케스트라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사회적 기업에 걸맞게 경제적 이익 우선 보다는 많은 이들에게 공연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요. 오케스트라 운영이나 공연의 최소한의 경비는 고용노동부의 사회적 기업 일자리 창출 사업을 통 해 일부를 지원 받고 있어요. 공모사업, 공연장 상주단체 지원사업, 이벤트 공연 등을 통하여 도 움도 받고 수익도 창출하고 있습니다만 늘 부족함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 달부터 '광명심포니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습니다. "내가 만드는 오케스트라"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시민들의 힘으로,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광명심 포니오케스트라를 이끌어 나가도록 하려고 합니다. 바르셀로나 오케스트라는 27만의 서포터즈단원으로 인해 활성화가 되고 있어요. 제가 세운 우리 오케스트라의 서포터즈단의 목표 인원는 3,000명입니다. 브람스를 만나게 한 이번공연의 의미가 있나요? A. 우리 오케스트라는 올해 창단 11년을 맞이했습니다만 공연은 58회나 했습니다. 공연은 이번처럼 '정기연주회'가 분기별로 년 4회가 있고, '모닝클래식'은 월 2회, 그리고 '찾아 가는 음악회'가 있습니다. '찾아가는 음악회'나 '모닝 클래식'은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초보자도 쉽게 클래식과 접할 수 있 는 기회를 주자는데 목적이 있다면 이번 공연같은 '정기연주회'는 매니아들을 위한 심도있는 공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브람스는 건축학적이라 할만큼 탄탄한 구성의 곡을 쓴 작곡가입니다. 클래식을 보는 기량을 높이는데 아주 좋은 곡으로 수준 높은 관객들에게는 깊은 연주를 보여줌 으로써 음악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곡이지요. 그래서 이번 공연이 초보자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을 겁니다.
Q. 앞으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한말씀 해주세요. A. 공연을 안하는 오케스트라는 존재 가치가 없습니다. 앞으로도 '정기연주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음악적인 역량을 높이고, '모닝클래식' 과 '찾아 가는 음악회' 등을 통하여 클래식 저변 확대에 힘 쓸 것입니다. 또 교육 사업을 통해 초등학생에서 중,고등학생까지 학생들에게 질 높은 음악 교육을 지원하겠 습니다. 그 지원 사업으로 자라난 학생들이 음대를 졸업하고 다시 우리단원이 되도록 순환구조 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는 공연은 물론이고 사회적기업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교육사업까지 참 많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시민들의 더 많은 관심으로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아름다운 선율에 행복했던 밤과 음악에 대해 조금은 눈 뜨게 해주신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 단장님과 단원들에게 감사드려요! 광명심포니오케스트라의 공연일정과 티켓 구매, 서포터즈 지원에 관한 모든 이야기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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