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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나는 엄마다 - 변덕쟁이 딸이지만 그래도 딸이 있어 행복하다.

 

 

광명 하늘이 눈부시다.

 

 

 

 

 

오랜만에 환한 하늘빛이 반갑다.

며칠 동안 날씨가 계속 흐리고 비 오는 날도 잦았는데 오늘은 색다른 느낌이다.

 

조금 걷다 보니 콧등에 땀이 주르륵 흐르기도 한다.

다시 여름이 온 것 같다.

변덕쟁인 날씨를 탓하다 보니 8살 딸아이가 떠오른다.

요즘 그녀의 변덕은 도가 넘어 이 엄마를 지치게 하곤 한다.

 

 

 

 

중앙도서관을 지나치다 눈에 들어오는 노란 장미 한 송이.

'질투'와 '변덕'이라는 꽃말이 어울리는 색깔이다.

노란색을 좋아하고 노란색 옷이 제일 잘 어울리는 딸아이는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이다.

 

 

 

 

 

친구들을 너무도 좋아하는 딸은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언제나 활기차다.

수다스럽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발산한다.

요즘은 엄마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서운할 정도다.

 

 

 

 

 


올해 초,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엄마가 제일 좋다는 아이였다.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 손을 붙들고 갈팡질팡하던 꼬맹이였는데...

사실 그땐 나도 딸아이도 '초긴장'해서 운동장 뒤편에 서 있었던 것 같다.

 

 

 

 

 

낯익은 동네 친구들 몇몇이 보이긴 했지만, 딸아이는 왠지 낯설어했었다.

엄마인 나에게는, 1학년 7반 표지판을 들고 있는 선생님만 눈에 들어왔다.

제발 담임선생님이 좋은 분이기만을 바라면서 말이다.

 

 

 

 

 


엄마인 나도 딸아이도 수줍은 소녀 같았던 학기 초가 엊그제 같았는데...그랬는데...

벌써 1학기가 훌쩍 지나가고 2학기가 시작되었다.

훌쩍 커버린 듯한 딸아이는 "학교에 데려다 줄까?"하는

이 엄마의 제안을 단숨에 뿌리친다. 내심 서운하다.

 

 

 

 

 

하지만 오늘따라 딸아이가 학교 가는 모습이 궁금해져 몰래 따라가본다.

씩씩하게 걷는 딸이 갑자기 멈춘 곳은 아파트 정원의 꽃밭 앞에서다.

역시나 꽃을 좋아하는 내 딸이다.


 

 

 

혼자서 씩씩하게 학교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았다.

 

딸아이가 어릴 때는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학교에 입학할 때 '어떤 아이로 자라면 좋을까?'

요런조런 고민을 많이 했었다.

하지만 자녀교육엔 왕도가 없다고 하니 한 방향으로만 고집하고 싶지는 않다.

 

 

 

 

 

대신, 텃밭에 키우는 건강한 채소처럼 또는 들판에 자유롭게 자라는 들풀처럼

건강하고 자유롭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어둠의 시간을 겪지 않으면 꽃을 피우지 못하는 식물,

온밤을 지새워 꽃피울 준비를 한 후 새벽에 피어나는 꽃인

나팔꽃(Morning glory)이 학교 담장 틈 사이로 휘감겨 있다. ​


나팔꽃은 잠시 피었다가 시들어 버리는 꽃의 속성을 담아

'덧없는 사랑'이라는 꽃말도 있지만 온 밤을 지새우고 맞이한 아침의 소중함을 담아

'깨끗한 사랑,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내 딸이 희망을 잃어가는 세상에 단비같은 기쁜 소식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맥문동 꽃이 올여름은 유난히 아파트 길가에 많이 보인다.

화려하고 신비한 보랏빛이 지나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린아이들의 눈높이에 활짝 핀 이 꽃들이 딸아이는 예쁘다며 한참을 쳐다보곤 했다.

 

 

 

 

감수성과 표현력이 있어

거의 매일같이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딸아이 때문에 행복하다.

하지만 그 덕택에 자주 토라지고 투정을 부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차라리 오빠가 훨씬 낫다며 나무라는 부족한 엄마에게

화해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는 마음 따뜻한 딸이다.

 

 

 

 

 

변덕쟁이 딸이지만 그래도 나는 딸이 있어 행복하다.

 

여름에 활짝 피는 우리 꽃, 무궁화는

그 꽃말처럼 강해 보인다. 절대 연약해 보이지 않는다.

내 딸도 여린 감수성과 더불어

끈기 있고 옹골찬 여성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해본다.

 

 

 

 

딸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건너편.

지금쯤 점심을 먹고 나서

알림장에 열심히 선생님 말씀을 받아 적고 있을 딸의 모습이 그려진다.

 

 

 

 

 


하교 시간이 다 되어 딸아이가 집으로 오는 길에 서 있다.

금세 나를 발견하고

"엄마!"라고 부르며 달려오는 딸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글·사진 |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비젼맘(최지연)

Blog http://blog.naver.com/chjy8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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