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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열흘 붉은 꽃' - 21세기 새로운 음악언어로 재해석한 '강빈의 사랑이야기'

   

 

열흘 붉은 꽃?

'이게 뭐지?'... '열. 흘. 붉. 은. 꽃.'을 읊조리며 이 제목에 홀린 제리는 '하안문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하안문화의 집'직원분께 그 궁금증에 대해 설명듣고 보니 한 달에 두 번-매월 2.4주 금요일 11시-진행되는 고품격 문화 예술 프로그램. <예술과 차를 마시다>에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가을날에 마련된 음악극이 바로 <열흘 붉은 꽃>이라고 하네요.

 

 

 

 

 

공연이 진행되기에 앞서 극장 앞 빈터에서 색다른 시간을 누렸는데요.

아주 특별한 향과 함께 낭만을 자극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답니다.

 

반드시 개인 컵을 준비하는 센스는 이제 익숙한 환경사랑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듯해요.

커피는 취향에 따라 세 가지 중 선택하면 바리스타께서 즉석에서 내려 주셨는데 음~~~ 이 가을과 너무 잘 어울리는 깊은 맛이었어요.

 

 

 

 

 

오전 10시 30분의 가을 햇살이 다소 따사로움을 넘어 뜨겁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일용할 가을 곡식들을 익혀야 하는 임무를 지닌 햇살이기에 밉다기보다 고마움을 더 느껴야겠죠? 바리스타와 미끈한 몸매의 커피포트가 한층 커피 맛을 더해 줄 것만 같지 않은가요? ^^

유럽식 야외 카페에서 커피를 내리는 손이 더욱 바빠지고 덩달아 햇살도 바쁘게 여인들의 눈가를 오갑니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는 이곳에는 학생들도 많았는데요. 볍씨 학교에서도 단체로 방문했네요.

이런 행사 관람을 자주 한다고 해요. 청소년기에 이러한 문화 프로그램들을 접할 수 있는 학생들이 참 부러워요.

제리의 학창시절에는 1년에 한 번 극장 구경을 할까 말까 했었는데 말이에요. 풍요로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자라나는 저 학생들은 분명 따뜻한 마음을 지닌 어른으로 자라겠지요?

 

 

 

 

 

리허설이 한창인 극장 안으로 살짝 들어가 보았습니다.

가수의 목소리와 그 노래를 담아내는 표정이 애절하고도 감동적이어서 공연을 보기도 전에 울컥하고 말았어요.ㅜㅜ

 

 

 

 

 


공연이 시작되면 디테일한 촬영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순간 저는 필진 정신을 발휘하여 무대로 훌쩍 올라가서는 연신 카메라 셔터를 찰칵! 찰칵! 눌러댔죠. 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의 손을 가까이에서 촬영도 하고 우리 전통악기를 뚫어져라 감상도 했고요.

 

이번 공연은 서양악기와 우리 국악기가 만나는 퓨전 음악 연주와 춤 노래 판소리 등의 결합을 통한 음악극이랍니다.

 

 

 

 

 

광명에 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가 보았을 법한 '영회원'. 그곳에 잠들어 있는 <민회빈 강씨>를 스토리텔링하여 춤, 노래에 접목한 형식이라고 합니다.

 

 

책을 통해서 혹은 역사 드라마를 통해 많이 접해서 알고 있었지만, 음악극을 통한 그녀의 이야기는 어떻게 펼쳐질지 사뭇 기대가 컸습니다.

 

 

 

 

 

자, 이제 공연이 시작됩니다. <하안문화의 집> 신형철 관장님의 인사로 막이 열렸습니다.

 

'강빈의 일대기'를, '한 여인으로 사는 삶'을 엿볼 수 있을 텐데요. 오늘 공연 내용의 키워드는 [사랑]입니다. 여인으로서의 사랑, 민족을 사랑한 여인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죠.

가슴 뭉클해지는 시간, 감명 깊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피아노, 첼로, 해금, 클라리넷, 가야금이 서로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자신의 소리를 냅니다.

 

이질적인듯 하다가도 어느새 너무 잘 어울리는 그 소리가 어우러지는 시간. 다감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화면에 펼쳐진 화려한 꽃밭으로 잡힐 듯 잡힐 듯 희롱하는 한 쌍의 나비는 소현과 강빈일까요?  연주음악 <설렘>이 나비들의 유희처럼 흐릅니다.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서주 <설렘>에 이어 '사랑의 춤'을 추는 장면인데요.

 

강씨가 세자빈이 되는 대목을 춤과 연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한 남자를 사랑한 강 씨. 기쁘고도 행복했겠지요.

발끝의 움직임 하나하나, 손끝의 떨림, 그 느낌들이 춤사위로 묻어나 보는 이도 함께 설레었는데요.

너무 짧은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세자빈이 되었으나 강빈은 외로운 날들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레미제라블 OST <On my own>이 청아한 목소리에 실리니 강빈의 고독한 심정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합니다.  

 

 

 

 

 

 

그러던 중 강빈은 출산을 하여 소현의 사랑을 되찾게 됩니다.

 

<사랑, 행복을 드립니다.>가 연주되고 판소리의 <아니리>(판소리 중 이야기로 이끌어가는 대목) 로 그녀의 출산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아이의 출생을 기뻐하는 듯 힘찬 곡이 연주됩니다.

 

 

 

 

 

가야금과 클라리넷, 안 어울릴 것 같은 악기들이 묘하게 예쁜 소리를 냅니다.

 

병자호란에 패한 인조청나라에 항복하고 소현세자와 강빈은 볼모로 가게 됩니다.

그녀의 슬픈 현실이 연주 <위험한 상황>과 춤 '기러기'로 표현되고 무겁고 낮은 첼로의 뚱땅거림이 슬픈 패전을 표현합니다. 강빈의 막막한 심정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러나 좌절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녀는 포로의 환국을 위해 돈을 벌어들입니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농사를 지어 쌀을 수확하고 무역을 하여 그 돈으로 조선 백성들을 고국에 돌려보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CEO라고 할만하지요.

 

 

 

 

 


조국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한 강빈이 볼모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귀국하였으나 소현이 3개월 만에 사망하고 강빈의 또 다른 고난과 시련의 날들이 시작됩니다.

 

님의 죽음과 강빈의 죽음, 그 아픈 사연이 노래 '여우비'와 연주에 담겨 깊게 울립니다.


 

 

 

 

 

 


못다 한 그녀의 사랑은 <헌화가>로 다시 바쳐집니다.


이렇게 연주와 춤과 판소리와 함께 강빈의 사랑을 조명한 음악극이 마무리되었습니다.

객석에서는 마치 그녀가 곁에 있는 듯 한동안 가슴 먹먹함에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머뭇거립니다.

 

 

 

 

 


커튼콜을 하는 출연진들에게 객석은 큰 박수를 보내며 이 가을날 가슴에 먹먹함을 얹어 준 아름다운 공연을 빌어 민회빈 강 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여성으로서, 세 아들의 엄마로서, 한 남자의 여자로서' 그녀는 어떤 삶의 의미를 전해주는지. 사랑이란 무엇일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제 가슴 속에 깊은 물음표를 던지며 가을은 소리 없이 우리 곁에 스며들었습니다.

 

 

 

 

 

극장을 나오려는데 볍씨 학교에서 온 학생 중 유난히 눈빛이 반짝거리는 예쁜 '김리안'이라는 4학년 초등학생을 만났습니다.

오늘 공연을 본 소감을 물었더니 수줍게 "좋아요. 서양악기와 우리 국악이 합쳐지니까 신기했어요."라며 밝게 웃어줍니다. 피아니스트가 꿈이라는 리안 친구에게 퓨전 음악이나 음악극 형태의 공연이 또 다른 마음의 양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음악은 우리의 가을감성을 더욱 두둑하게 채워주네요.

풀잎이 사각이는 가을의 선율을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사뿐사뿐 거리를 거닐어 보고 싶어집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http://blog.naver.com/hyunhi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