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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손끝에서 이는 바람이 모인 곳 - 광명 청곡 부채박물관을 찾다

 

 

손끝에서 이는 바람이 모인 곳
광명 청곡 부채박물관을 찾다

수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한결(이창우)
Blog. http://blog.daum.net/alwayslcw
쉿! 가만히 귀 기울이면...


길치,
저는 길치입니다.

해서, 진즉부터 찾아가 보려 맘먹고 있었던 그곳을 찾아가려 미리 지도도 보고 갔지만 역시나...

[청곡 부채 박물관 근처]에서 뱅뱅 돌다가 결국엔 시청 학예사님께 주소를 물어 네비게이션을 켜고 겨우 찾아 갔다는ㅜㅜ

처럼 방향 감각이 둔하지 않고 길치가 아니라면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지도를 보고 한번에 가겠지만 길을 조금 돌아가는걸 즐기는 스퇄이라면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409-1]

암튼, 그곳을 다녀온 이야기를 잠시 해 보려합니다.

박물관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나 그 박물관에 소장된 작품들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전해 볼까를 생각하다 다녀 온 뒤의 안타까움을 말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부채에 대한 세세한 의미와 정보를 이 짧은 글 내에서 정리한다는 것은 그저 욕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기에...

부채 박물관을 가보려 사전에 조금 들추어 본 부채에 대한 이야기는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에서부터 그 과정과 내용들까지 아주 광범위한 이야기가 될 것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조금씩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학예사님과 통화하고 나서야 겨우 찾아간 청곡 부채 박물관, 정확하게는 박물관이 아니라 전시관입니다.



 

정식 박물관의 이름을 붙이려면 갖추어야 할 내용들이 많아
정식으로 박물관이라 이름 붙이지는 못하였지만 이 곳을 지켜내고 있는 관장님의 열정과 끈기를 본다면 박물관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을 검색하면 [청곡 부채박물관]으로 많이 보여집니다.



 

화사한 화단이 저를 반기고 '국립박물관 만큼은 아니어도 광명시에 그리고 세계에서도
몇 안되는 한국 전통 부채 박물관이니 나름 근사하지 않을까?'란 생각으로 굉장히 어렵게(나같은 길치에게만 ㅜㅜ) 찾아간 청곡 부채 박물관.



 

쪼르르 발걸음을 옮겨 다른 각도로 보니 나름의 멋도 보이는것 같고 담쟁이 풀이 타고 올라간 모양새가 하루 이틀에 자리매김한 곳이 아니란 느낌이 폴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광명시민필진의 역할을 해 보기로 합니다.

똑똑!

문이 잠겨있어 두어번 조심스레 두드려 보았지만 아닌 것 같습니다.

미리 오픈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을 확인하고 와야 하는데...

시청 양철원 학예사님께 길을 묻던 끝에 미리 전화를 드리고 가라는 말씀을 그제야 기억해 내다니ㅜㅜ

전화기의 신호음이 들리고 관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네. 저는 광명시민필진이고요~ 오늘 부채박물관을 살펴보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은데 문이 잠겨 있기에 전화 드린겁니다."

"어허~ 오늘 보시기 힘드실 것 같습니다."

"???"

"네? 관장님 어디 먼 곳에 출타 중이신가요?"

"어디에 계신건가요?
"

"저는 박물관 근처에 있구요. 시간이 안되시면 다음에 다시 시간을 내서 오겠습니다."

"어~ 그럼 전체는 아니더라도 전시된 내용만이라도 보시려면 그리 하셔도 됩니다~"

"???"

 


암튼, 볼수 있게 문을 열어 주신다니 올라왔던 길을 다시 내려가 주변을 다시 한번 살펴 보았네요.

처음 왔을 때는 안 보이던 요상한 모습이 보입니다.



 

부채를 만들때 쓰는 재료같은 것들이 자그마한 마당 한켠에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



 

이 녀석들은 곰팡이가 나고 숭숭 구멍도 뚫려 잇는채로 햇빛에 나와 있더라는...


사연이야 잘 모르지만 살짝 맘이 상하려 하더랍니다. 문을 열어 주시는 관장님의 표정도 묘합니다.

반겨 주시기는 하는데 반가움보다는 근심이 가득하신 얼굴 분위기 ㅜㅜ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 서니 알 수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내 비가 오더니 지하층과 작업장 내에 물이 들어차고 습기가 가득하여 곰팡이가 슬고...
관장님의 표정이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네요.



 

집기를 하나하나 정리해서 치워 놓지도 못하시고 저렇게 한쪽으로 밀어 놓으신 상태였네요.




 

즐거움이 없어요.

이 녀석들을 쳐다보고 있자니 즐거움이 없어요 ㅜㅜ

하~ 답답하셨을 그 마음이 전해 지더랍니다.

그래서 문을 열지 않으셨던 거구요.
즐거움이 없다 하시지만 관장님은 엉망이 된 작업실과 전시실을 조금씩 조금씩 정성스레 정리하고 계셨고 관장님의 손길이 간 곳마다 이전의 깔끔한 정리된 모습을 찾아 가고는 있었지만 꽤나 오랜 시간을 공들여야 원래의 모습을 찾게 될것 같았답니다.

어수선한 전시실 한켠을 내어 주시더니 방석까지 챙겨와 앉으라 권하십니다.

관장님의 이야기를 해 주시려나 봅니다.

 


표구일을 하셨던 관장님께 조선시대의 부채를 표구해 달라는 부탁이 있었고 그때에 만난 인연으로 시작된 관장님의 세월은 전통공예 그중에서도 부채와 관련된 전통공예에 완전히 몰입하셨던 시간들 이셨답니다.

그 시간 중에 참 많은 이야깃거리들이 있지만 제게 두 가지를 말씀해 주셨는데 흥미로웠습니다.

하나는 전통공예와 관련된 출품을 하셨을 때인데, 관장님께서 출품한 작품을 보시더니 "어째 부채를 철사를 넣고 만들었냐"며 "쇠가 들어가면 무거워서 사람들이 어찌 사용하겠는가?"라 묻더랍니다.



 

대나무의 특성을 최대한 살리고 전통공예의 멋 또한 한껏 살린
부채살 구부리기를 잘 이해하지 못하실 만큼이나 관장님의 관장님의 부채에 대한 깊이가 깊으셨던 거지요.

이렇게 자유롭게 구부러진 살을 가진 부채였답니다.

대나무를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자르고 구부려 한지사이에 끼워 부채로 만들기가 철사로 구부려 만들었다는 생각을 하게끔이나 어렵다는 추정이 되는 이야기지요.

저 살을 철사로 오해하게끔 한 이유가 하나 더 있네요. 보통 기계로 깍아내게 되면 살이 각이 지는데 저 살들은 모두가 동글동글 원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 손질을 한 장인의 마음이 들어 가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하나는 제가 깜박해서 기억이 안 나는데,
아시안 게임을 우리나라에서 유치하게 되었는데
몇몇 나라들이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을때 정부가 우리의 문화를 저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를 벌이게 되었고 그때에 관장님의 부채가 대량 제공되어 우리나라 전통 부채에 매료되어 이만한 나라가 유치하는 대회에는 나가야 한다며 다 참석했다는 후문도 있답니다.

그 공으로 나라에서 감사패도 받으셨구요.



 

주욱 늘어서 있는 감사패, 공로패들을 바라보시는 관장님의 모습이
그닥 좋아 보이시지를 않습니다.

필요할때에 그리 관심 주다가 필요치 않으면 시선을 뚝 끊어 버리는 세상인심이 서운 하셨던가 봅니다.

 


대통령의 선물용으로도 영부인의 선물용으로도 귀빈들의 선물용으로도 좋겠지만
쭈욱 이어나가는 관심이 더 필요한데 그렇지를 않은가 봅니다.

정부의 무심한 시선에 서운하신 내용이 많으시더랍니다.
관장님의 부채에 대한 관심은 긴 세월 부채가 있는 곳이라면 안 다녀 보신곳이 없고 자비를 들여 전통문화의 가치가 높은 부채를 구입하여 모아 놓으시기도 하셨답니다.

오래전의 부채로부터 현재의 부채까지 아주 많은 작품들을 여전히 보관하고 계시고 그 가치를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바라고 계셨답니다.

몇점 구경해 보겠습니다.

이 작품들에 대한 설명은 일일이 다 기억해 내지 못하는 관계로 시간이 되시면 방문해 관장님과 담소를 나누시며 이해를 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황금찬 시인의 친필로 만들어진 부채이고요
,



 

유안진 시인의 친필로 만들 부채랍니다.


나머지 벽면에 걸린 부채들도 모아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소장하신 작품들 중 아주 조금을 보신 거구요.

빼놓고 싶지 않은 것이 있어 더 남깁니다.

선추라 하는 것인데요.

부채의 밑부분에 달아서 부채의 품위를 더해주는 장신구랍니다.



 

반들 반들한것이 옛날 어느 귀한 가문의 선비가 바람을 꽤나 많이 일으켰었나 봅니다^^


앗? 관장님 바라보고 계시는 부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3D영화를 보는것도 아닌데 입체감이 납니다.



 

가까이서보니 자수를 놓은 부채입니다.


꼼꼼하게 자수를 놓은 사람은 누구일까요?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커다란 입으로 호령하는 모습이 무어든 양심에 찔리는 사람이 보면 기절할것 같단 생각을 해 봅니다. 저는 찔리는 일 없으니 더 가까이 가서 봅니다.

따, 좀 무섭기는 하네요^^

관장님께서 소장하신 많은 작품들이 다시 제 자리를 잡으려면 한두주는 더 애쓰셔야 할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가보겠지만 긴세월 공들이신 이 작품들이 다 제자리를 잡고 찾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경험과 배움과 이야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관장님과의 담소를 끝내고 나오며 들었던 두어가지 생각이 떠 오릅니다.



 

저 서랍들을 열면 전시되지 못한 많은 작품들이 차곡차곡 들어가 있답니다.


최소한 찾아오기 쉽도록 푯말이라도 번듯하게 만들어 졌으면 하는것과 이 귀한 자료와 작품들이 개인의 서랍속에서 사장되지 않고 모두에게 나누어 질 수 있도록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다른 나라나 다른 시도를 찾아보니 어떤 형태로든지 이런 귀한 가치들을 더 오래 더 생생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으로 지원을 하는 것 같던데 우리 시는 왜 이렇게 방치되고 있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오래도록 버려지면 어떤것도 그 원형을 보존할 수 없음이니 되도록이면 빠르게 우리시가 가진 이 좋은 내용을 잘 챙겨 보기를 바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