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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아빠 시장 가슈?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다만~ 너와 나 <시장> 지키는! 시. 시. 시~장~

 

 

매끈한 옷 한 벌 걸치지 않고 태어나, 나만의 어마어마한 노력을 통해서. 라기보다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그럭저럭 자라나 수많은 직책을 얻게 되었고, 이 중 ‘아빠’라는 직책으로 시장에 들를 때가 많았습니다.

 

 

 

 

 

 

부모님의 엄청난 투자로 닭큐는 매우 훌륭하게 자라나셔서 1억 원이 조금 안 되는 연봉을 받으며, 흠... 9,0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흠... 8,00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연봉을 받으며... ㅜㅠ

 

아. 암튼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인하여 붕괴한 가정경제에 시장 만능주의가 중시되던 신자유주의(자본주의 3.0)를 벗어나 과거 케인스주의(자본주의 2.0)의 장점을 살려 ‘자본주의 4.0’을 도입하기로 결의한 저희 부부는 맞벌이를 시작하게 되었죠.

이에 닭큐에게 '광명전통시장'이란 퇴근 후 반드시 들러야 하는 '김유신의 주점'과 같은 코스가 되어 과일이며 두부며 바리바리 싸들고 가야 하는 필수 코스였습니다.

 

퇴근 후 저녁 7시쯤 광명전통시장 입구로 들어가는 광명사거리역 10번 출구.

시장을 다시 나올 때쯤이면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묵직한 비닐봉다리의 손잡이를 잡고 흔들거리고 오던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3. 9월 광명전통시장을 찾을 일이 드물었던 요즘.

간만에 시민 필진 출사 기획에 함께해 달라는 간곡한 요청에 따라 술 마실 선약을 뒤로하고 어렵게 자리에 함께 했습니다. 장소는 그 시절 검지와 중지에 짜릿한 묵직함을 추억으로 남겨준 광명사거리역 10번 출구 앞에서였습니다.

 

 

 

 

 

 

화려한 카메라를 들고 광명전통시장 출사로 모인 우리 필진은 제법 위풍당당하게 잘생긴 위엄의 오로라를 뿜어냈기에 많은 시민이 ‘오~~’하며 지나가셨습니다.

특히 ‘무언가 큰일을 하실 분들의 포스로군~"이라는 소리를 듣고 싶었지만, 들리지 않았기에 ‘우리가 광블 필진이요!!!’라고 소리 지르려는 순간!

큰 개님이 나타나 이목을 집중시키셨기에 조용히 ‘개님’보다 못한 무언가가 된 후 시장입구로 총총히 사라졌습니다.

 

 

 

 

 

각박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시민의 치밀한 안전을 담보하고, 닭큐와 같은. 아. 아니 그냥 나쁜 사람들의 나쁜 행동을 예방하기 위하여 설치된 CCTV.  이를 지켜보는 커맨드센터의 안전요원들의 철통보안으로 광명전통시장을 찾은 고객들은 오늘도 안전할 수 있습니다.

 

 

 

 

 

과일이나 홍삼 등 명절 때 살만한 상품은 정해져 있습니다. 하지만 몇 년 전 닭큐가 큰맘 먹고 구입했던 한과가 시장에서는 의외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예전에 유명 백화점에 물건을 납품하던 쥔장님은 광명전통시장에 오랜 역사와 전통을 만들고자 3개월 전에 개업하신 분이십니다. 달달하고, 고소한 맛을 차지게 만들고 계신 쥔장님의 칼다루는 솜씨가 정교하기만 합니다.

한과 4단짜리는 광명전통시장에서 8만 원 왔다 갔다 합니다.

실랑이 하며 안 산다는 자와 안 판다는 자의 힘겨운 한 판 승부는 대개 안산다는 자의 승리로 끝을 맺기는 하지만 매매한 물건에 한주먹 더 얹어주는 시장상인의 배포에 승패 따위를 입에 올리는 게 부끄러운 곳이 바로 '시장'입니다.

 

 

 

 

 

닭큐 역시 우리 민족의 명절인 추석 선물은 역시 백화점에서 사야 뽀대가 나고 오랜만에 접하는 친척분들에게 닭큐가 성공했다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었기에 잘 포장된 백화점 봉다리에 한과 뭉태기를 넣고 으쓱대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명승부'를 뒤로 하고, 한과 4단짜리는 백화점을 기준으로 약 12만 원선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다 백화점 포장지를 입히는 값과 백화점 직원의 고객응대 서비스 및 전기료 등 시설비용에 약 1/3을 더 주고도 기분이 좋다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닭큐는 리먼 브라더스의 사태 이후 자본주의 3.0의 혜택이 닭큐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절감했기에 오늘도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얘 뭐래니. +_+

 

 

 

 

 

추석 때가 되면 시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토마토와 하우스 귤을 갖다 놓습니다.

차례상에 올릴 하우스 귤과 토마토가... 쿨럭. 하우스 귤 맛있습니다.

닭큐네 차례상에 올라가진 않지만, 차례 전, 차례 후 2회 복용하시면 좋습니다. ㅋ

 

 

 

 

 

'아!!! 이거는 2,000원이구나.' 라고 알 수 있게 눈에 확 들어옵니다.

시장의 제수용품에 정찰제가 등장합니다. 연두색 형광표지에 붉게 금액을 강조하고, 푸른색 테두리로 색색의 콜라보레이션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1+1 행사는 찾기 힘들지만 그렇다고 몇 개씩 한 묶음에 사야만 하는 불편도 없습니다.

 

 

 

 

 

쥔장님이 옳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민들이 시장을 찾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위생상태'라는 것입니다. 이에 쥔장님 멸치 님에 기스 생길까 조심히 다루시며, 그 위에 다부지게 생긴 비닐을 얹어놓아 비위생의 '비'자도 꺼내지 못 하게 하는 6갑자 신공을 펼치셨습니다.

평소에 맥주와 멸치&고추장을 즐기던 닭큐이기에 입맛을 다시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퇴근하고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달려오니 출출했습니다. 야채와 소지지를 듬뿍 담아 빵으로 데코한 샌드위치를 주문하니, 저기서 카트에 주문한 품목을 가득 채우시고, 이동식 레스토랑을 개점합니다.

오늘 닭큐의 메인디쉬는 야채빵. (협찬 : 불량 필진 세린) 꾸벅

 

 

 

 

 

광명시에는 닭큐에게 많은 것을 주었습니다.

특히 신 나던 학생 시절을 보낸 1인으로서, 도서관이 꼭 공부만 하는 곳이 아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시민회관 앞에서 친구들과 사이다 마시며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의 아젠다 설정을 위해 침이 튀게 떠들었던 그때의 소중한 추억.

 

 

 

 

 

그런 친구들과 함께 막걸리에 파전은 반드시 비 오는 날에만 먹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계신 우리의 아버지들.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 힘에 겨워서 넘어지고 싶을 때 주변인과 술 한 잔에 털어버리시는 우리 아버지들. 지금은 아빠라 불리우만 닭큐도 언젠가 아버지라 불릴 날이 다가오겠죠.

갑자기 크흑. 갑자기 뜬금 없지만 아버지 화이팅. ^^

 

 

 

 

 

필진들 외에 시장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질 무렵,

오지 않는 손님 대신 다가간 필진임에도 맑게 웃어주십니다. 무엇이 그리 좋으신지 해맑습니다. 화려한 원색의 드레스가 손님들 손에서 날라다녀야 할 텐데 가지런히 정리된 자세로 쥔장님은 그저 조용한 웃음으로 원색의 드레스에 밝은 빛을 더합니다.

 

 

 

 

 

쥔장이 가장 기다리는 것은 손님이겠지요. 늦은 시간 시장을 도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무언가를 그리워하는 듯한 절묘한 모습에서 옛 애인의 모. 아. 아니.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이 느껴집니다. +_+

 

 

 

 

 

사람에 관한 이야기는 무엇이든 유쾌합니다. 힘들수록 함께 어울리는 상인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감미롭습니다. 80년대 잡지에서 보일만 한 포즈로 우리 필진을 유혹하지만, 고구마를 드셨기에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감자였으면 섹시 컨셉으로 우리에게 좀 더 어필할 수 있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

 

 

 

 

 

백화점에서는 볼 수 없는 저 여유로운 기품. 상에 앉아 있다 손님이 다가오면 일어서는 척해주고, 아니면 계속 앉아 있을 수 있는 저 호연지기. 또한, 오랜 시간 과도한 친절을 이유로 서 있어야 하는 대형마트에 비해 생산자이자 소비자, 돌고 도는 경제시장엔 갑과 을이 있을 수 없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고 계신 중입니다. ^^

 

 

 

 

 

하지만 봉다리에 물품을 직접 포장해주고, 현금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여, 신용카드로 인한 과다지출을 상계하는 전략을 펼침으로써 대형마트와 같이 더 많이, 더 많은 품목을 사게 하지 않고, 현금으로 지출을 줄이고, 필요한 물품만을 소비하게 하는 습관을 가지게 하는 건전한 경제시스템 양성화 프로젝트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이 시대 챔피온. !!

 

 

 

 

 

이만큼 묵었으니 내 돈을 더 내겠소. 아니오. 그만큼은 서비스니 이 돈 도로 가져가시오.

알 수 없는 실랑이. 내가 묵을 팔고, 네가 양말을 팔고. 시장 상인들은 상인인 동시에 소비자이기에 서로에 대한 애착이 많습니다. 이런 실랑이가 애교스럽습니다.

 

 

 

 

 

전지현이랑 상관없는 사진임. 그저 닭큐는 묵을 사랑할 뿐. 묵. 대박. +_+

 

 

 

 

 

심플한 디자인의 선풍기와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노끈을 이용한 화려한 퍼포먼스로 손님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자연 생태계의 지존이신 인간에게 해롭다 하여 붙여진 '해충'의 카테고리에 속한 파리 등을 내쫓는 실속까지. 가게 쥔장님의 철학과 노고에 존경을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만드시는 고운 한복을 입으시면 모델이 되어도 손색없으실 분께서 30여 년간 한자리에 앉아 다른 이를 고운 이로 만드는 작업을 하고 계십니다.

싱거. 브라더 등 유명 브랜드의 범람 속에서도 옛것이 손에 익으셨다며 30여 년간 이 미싱을 고집하시는 모습에. 숙련된 장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베이고, 찔리고 했을 지난날이 있었기에 지금껏 흔들리지 않고 계시겠지요. 여유로운 웃음과 함께하는 미싱은 63빌딩에 걸릴 초대형 현수막도 만들어 버릴 기세였습니다. ^^;

 

 

 

 

늦은 시장의 골목풍경입니다.

 

 

 

 

힘겹지만 신 나게 목청 높였던 하루를 뒤로하고, 광명시장의 상인도, 손님도 하나둘 떠납니다.

 

 

 

 

 

가녀린 손목으로 시집와서 거칠게 돼지의 족을 뜯고 있는 이제는 어머니란 이름의 상인에게 간단한 고기를 얻어서 떠납니다.

 

 

 

 

 

뉴욕의 오케스트라는 아니지만 작은 음식점에 마련된 음악회에 빠져 봅니다.

한 곡 불러도 되나요? 는 그렇게 하시죠로 시작되고, 늦은 밤 광명시장의 하루는 그렇게 저물어 갑니다.

 

 

 

글.사진| 닭큐(신우수)

온라인 시민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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