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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내 손에 빨간 꽃이 내려왔어요! - 시민과 함께하는 봉선화 물들이기 체험행사

 

 

 

어릴 적, 봉선화에 얽힌 설레임을 기억하시나요? 

'첫눈이 내릴 때까지 손톱에 봉선화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 이야기에 한 번쯤 가슴 졸여 본 적 있나요?

 

이 애틋한 기분을 갖고 가까운 주말농장의 '봉선화 물들이기 체험' 매니큐어 바르기를 좋아하는 어린 딸과 함께 가보았어요.

헤매고 헤매다 행여나 딸에게 약속한 '봉선화 물들이기'체험을 못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

휴우~ 다행히도 어렵사리 찾은 신촌 주말농장.

 

 

 

 

 

들어서자마자  딸 아이가 연거푸 하는 말은 "엄마! 어디서 똥 냄새가 나~"^^;; '어...그러네~? '대답하다 발견한 표지판을 보고는 냄새에 대한 이해를 끄덕끄덕~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친환경 생태 텃밭이네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이곳이 바로 오늘의 '봉선화 물들이기 체험장'이랍니다.  


 

 

 


 

비젼맘 :  봉선화 물들이러 왔어요!

진행자님:   어서오세요~ 봉선화는 저쪽에 있는데 같이 봉선화 따러 가실까요?

 


 

 

 

 

짠~ 오늘 체험을 위한 봉선화밭입니다. 
헤헤 어떤 꽃잎이 예쁜가?
예쁘고 오랫동안 내 손톱에서 없어지지 않을 싱싱한 봉선화를 찾아보자!~

 

 

 

 

 


 자~ 봉선화를 이렇게 따시면 돼요~ 


봉숭아 꽃말 '날 건드리지 마세요!'랍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봉숭아'는 '봉선화'과의 한해살이 식물로 어떤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데 특히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 잘 자란다고 해요. 봄에 씨를 뿌려 6월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고 색깔은 분홍, 빨강, 보라, 주홍, 흰색 등 다양하며 꽃 모양도 홑꽃과 도톰하게 겹겹이 피는 겹꽃이 있다고 합니다. 

 

 

 

 

 

  

진행자님은 꽃을 조금만 꺾으라고 하시지만 욕심 많은 엄마와 딸은 꽃잎을 한 움큼 손에 쥐었습니다. 이 정도면 열 손가락 모두에 충분히 물들일 수 있겠지요? 호호

 

 

 

 

 

체험장 여기저기에서는 자원봉사 학생들이 어린 친구들의 손톱에 정성스레 봉선화 물을 들여 주고 있더라구요.

 

 

 

 

 


 5살짜리 예쁜 여자아이가 이제 마악~ 물들이기 체험을 마친 고사리손을 보여주네요.^^


  

TIP 하나 - 봉숭아 물 예쁘게 물들이는 방법

 

봉숭아 물을 들일 때 백반을 조금 넣으면 착색이 잘 되고 꽃만 넣는 것보다 봉숭아 잎도 따서 조금 섞어주면 빛깔이 더욱 곱게 물들여진다고 해요~^^ 

 

화장품이 귀했던 시절에는 봉선화 물들이기란 '소녀'나 '여인'들의 소박한 미용법이었다죠.

손톱을 아름답게 하려는 여인의 마음과 붉은색은 벽사(辟邪)의 뜻이 있으므로 악귀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민간신앙의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하네요.아하~

이렇게 알고 물들이면 더 의미있고 재미있지요.


 

 

 

 

 

진행자님이 백반을 넣고 찧으려 하자 우리 딸은 방망이를 뺐다시피 쿵 쿵. 재미있는지 쿵!쿵!쿵! 열심히도 빻습니다.

 

 

 

 

 

 

화사한 진분홍색 예쁜 꽃잎이 우리의 손톱을 위해 무참히 짓이겨지고 있네요..ㅋㅋ

 

 

 

 

  

 

자~이제 물들일 준비완료!  어라? 양이 많이 줄었네?

다들 아시나요? 손톱에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으면 절대 봉선화가 물들여지지 않아요~


 

 

 

 

 

4살 정도 되어 보이는 이 아이는 고무줄로 묶어 놓은 손가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어요.

저는 어릴 적 하얀 무명실로 묶었던 기억이 나네요.

사진을 찍어주려고 연신 "웃어봐~" 말해보지만, 표정이 내내 굳어있네요.^^;

'이 요상한 게 뭘까? 고무줄로 묶어 아프기도 하고 꽃잎을 왜 여기에 놓는 걸까?'...나름의 복잡한 이 생각 저 생각 빠져 있는 것 같았어요.

 

 

 

 

 

 

초등생 아이들은 물들여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유아들보다 조금은 여유로워 보여요.^^



 

 

 

 

모든 손가락을 다 물들일 수는 없고 오른손 두 개, 왼손 두 개. 이렇게 양쪽 딱 네 손가락만 물들일 수 있다고 자원봉사자 언니가 말합니다.-_-; 

많은 인원이 행사에 몰릴 것을 대비해 한정된 봉선화잎을 아껴보자...머 그런 것이 아니었을지...

이 말에 '열 손가락 손톱 모두 빨갛게 물들이기'를 기대했던 제 딸 아이는... 

'어느 손가락을 물들여야 할까?' 한참을 고심했어요. 속으로는...  자원봉사자 언니가 야속했겠지요? 



 

 

 

고심고심 끝에 딸은 드디어 한 손가락을 슬그머니 내밉니다. 

찧은 봉선화를 손톱 위에 올리고 비닐로 감싸면~ 오랜시간 촉촉하게 물이 스며 곱게 잘 물들게 된데요.

 

 

 

 

 

너무 꽉 묶지 말고 피가 통할 만큼만 고무줄로 칭칭 2번 정도 감아주면 적당한 손놀림 하기에 불편하지는 않더라구요.

 
칭칭 다 감고 나면 예쁜 손톱을 위한 고행이 시작됩니다. 봉선화 꽃말대로 이때부터는 진짜 '내버려 둬어~~~'에요. ㅎㅎ

잠자기 전에 물들이고 잠자리에 푸욱~ 들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풀어보면 가장 예쁜 색이 나온다고 해요.  하지만 지금은 아침이라 오후 내내 이런 상태로 다녀야 한다는 거! 거칠게 노는 딸 아이한테는 매우 힘든 일이겠네요.ㅋㅋ

 

TIP 둘 -  봉숭아물 뻐르게 들이기?

참을성이 없어 자신이 없다면 2시간 칭칭 감고 풀고 이후에 한 번 더 물들이면 고운 색이 나온다는 스피드 물들이기 방법이 있다는 사실!

 

 

 

 


집안일로 지쳐버린 쪼글쪼글 불혹이 넘은 저의 손도 한번 슬그머니 내밀어 보았어요. 

딸 아이의 싱그러운 손에 비하니 너무 누추합니다.ㅠㅠ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린 체험을 아쉬워하며 딸 아이와 신촌 주말농장 주변을 한번 구경해보기로 합니다.

 

 

 보기 드문 재래화장실도 보여요.

 

 

 

 

 

 

 

딸 아이가 이야기했던 농장 곳곳에 풍기는 자연의 향내~^^;

이 냄새였나 싶어요.^^ 이곳이 재래화장실에서 온 퇴비간입니다.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닭장 속에 텃밭에 떨어진 토마토를 던져주니 서로 먹겠다고 후다닥 달려듭니다.

친환경 토마토라 맛있나 봐요.


 

 

 



한 쪽에 조그만 연못이 있는데 어머~!  예쁜 연꽃이 환하게 피어있네요.

 

 

 

 

 

주말 농장 주변 풍경. 텃밭 뒤로 소하동의 아파트들이 보입니다.

 

 

 

 



저 좀 보세요! 손톱 네 개 물들였어요!  


 

 

 

 

 노오란 해바라기 꽃이 반갑다는 듯 화사하게 웃고 있어요.^^ 찰칵!

 

 

 

 

 

 

마지막 기념촬영 도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해 농장을 급히 빠져나왔습니다. 

 

 

 

 

 

 

다음날, 딸아이의 손톱. 두 개는 불편하다고 금방 벗겨 버리더니...그래서 세 번 째 손톱만 제대로 물들었네요. 예뻐지는 건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이제 남은 일은, 눈이 올 때까지 저희 두 모녀의 손톱 위 붉은빛 청초함이 그대로 유지되기를 기다리는 거에요그게...가능할까요?

이렇게 두 모녀는 봉선화 덕에 함께 또 하나의 예쁜 시간을 만들어가 봅니다. 

  

 

 

글·사진 | 비젼맘(최지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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