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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쫄깃한 실타래의 미학 - 설 명절에 광명 새마을 시장에서 가래떡 뽑기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설 명절이 며칠 안남았다.

 

설 명절의 대표 음식 중에 한 가지가 가래떡이 아닌가. 설명절을 며칠 남겨 놓고 가래떡을 뽑기로 했다. 가끔씩 떡국 떡을 사서 떡국을 끓여 먹기도 하는데 일일이 사러가기가 번거로워 이번에는 쌀 8kg으로 가래떡을 하기로 했다. 가족들이 떡국을 좋아하고 설 명절도 다가오고 하니.

  

 

 

 

 

요즘은 떡 방앗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사는 광명에는 전통시장이 있어 그런 걱정은 덜 수 있었다.

 

광명새마을시장. 흔히들 작은 시장이라고도 한다. 그 곳에는 내가 자주 찾는 단골 떡집이 있는데  그 떡집에서는 직접 떡을 만들기도 한다.
 

 

 

 

 

떡을 뽑기 위해 먼저 쌀 8kg을 물에 불리기 시작했다. 적어도 3시간 정도는 물에 불려 주어야 한다.

 

 

 

 

 

3시간 후 물에 불린 쌀을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빼줬다. 

 

 

 

 

 

불린 쌀을 들고 새마을 시장을 찾았다.

아직은 한산한 새마을시장. 그래도 명절분위기가 나는것은 그것이 시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상인들은 나물, 생선, 과일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 놓고 명절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다. 이번 명절에는 상인들이 웃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이 곳에서만 30년을 방앗간 했다는 떡 방앗간을 찾았다.부부와 가족들이 함께 운영을 하고 있다. 떡을 사면 늘 덤을 주곤해서 정이 느껴지는 곳이다.

 

그것이 시장의 매력이기도 하고.

 

 

 

 

 

분주하게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떡 방앗간으로 들어갔다.

 

"이거 가래떡 하려고 하는데 오래 걸리나요?"

주인아저씨:

"아니요. 30분 정도면 됩니다."

 

와우 30분 정도라니. 예전에는 아주 오래 기다려야 했던 거로 기억 하는데...

 

난 그들에게 떡쌀을 맡기고 떡이 되는 과정을 살펴보았다. 오랜만에 보는 떡 만드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한시도 눈을 뗄 수없을 정도로.

 

 

 

 

 

 

 

주인 아저씨:

"소금 넣었어요?"

 

"아니요. 얼만큼 넣어야 좋을지 몰라서요"

 

그가 소금 한 움큼을 넣고 기계를 돌리기 시작한다. 잠시 후 쌀은 하얀 눈처럼 가루가 되어 내려왔다.

 

 

 

 

 

하얀 가루가 된 쌀가루에 적당량의 물을 붓고 골고루 잘 비벼준다. 내가 보기에는 적당량이겠지만 그들에게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적당량이 아닐터.

 

 

 

 

 

 그리곤 찜통에 넣어 찌기 시작한다.

 

 

 

 

 

뜨거운 김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한다.

 

 

 

 

 

 내가 어렸을 적, 정말 어렸을 적에는 설 명절이 다가오면 집집마다 가래떡을 뽑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빠르지도 않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가래떡을 기다리지 않으면 나의 차례는 그대로 지나갈 수 있어 떡 쌀과 함께 지키고 있어야만 했다. 식구들끼리 번갈아가면서.

 

앞에서 먼저 이웃이 가래떡을 하면 맛을 보라면서 하나씩 주고 가곤 했었다. 갓 나온 가래떡은 조청이나 꿀을 찍어 먹지 않아도 정말 맛있었다. 명절이 오기 전에 이미 이웃의 따뜻한 정으로 명절만큼이나 즐거웠다. 그 시절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그 시절을 생각하니 친구들과 이젠 이 세상에 안 계신 부모님이 더욱 그리워진다. ! 옛날이여.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 시간 속으로 잠시 흠뻑 젖어 보았다.

 

 

 

 

 

뜸까지 잘 들인 떡 쌀은 가래떡으로 뽑기 위해 떡 쌀이 뜨거울 때에 기계 위에 올려놓는다. 떡 쌀을 계속 밀어내어 가래떡을 뽑아야 한다.

 

 

 

 

 

한 가닥 한 가닥 이렇게 뽑아낸다. 이래서 가래떡은 뽑는다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떡을 뽑을 때 도구는 달랑 작은 플라스틱 하나. 크기도 아주 일정하게 가래떡이 잘 나온다. 30년이란 세월이 이럴 때 빛을 발하나보다.

 

 

 

 

 

어느새 한가득 가래떡으로 채워진다.

 

내가 정신없이 보고 있으니

 

주인아주머니:

"뭘 그렇게 넋을 빼고 보고 있어요?"

 

"네 오랜만에 보니깐 신기하고 재미있네요. 요즘은 가래떡 뽑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지요?"

 

주인 아주머니:

 "우린 주문 생산이 많아요. 저기 밖에 있는 것이 모두 주문 받은 거예요"

 

 

 

 

 

 

"아 참 가래떡은 며칠 있다가 썰어야 해요?"

 

주인아주머니:

"금세 썰면 안 되고. 적당하게 굳혀야 해요. 그렇다고 그냥 써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뒤집어 주어서 다시 굳게 해요. 그런 다음 다시 뒤집어서 비닐을 덮어 놔야 해요. 그래야 겉과 속이 골고루 적당히 굳으니깐"

 

 

그러면서 아주머니는 가끔 겉은 딱딱하고 속은 물렁물렁 한 가래떡을 먹어본 기억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 기억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비닐을 덮지 않고 그대로 굳혀서 그렇다고 한다.

 

그렇게 일일이 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주문 받은 떡을 뒤집어 주면서 시범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렇게 떨어 뜨려 놔두어야 떡끼리 붙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세상 쉬운 일은 어느 한 가지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가래떡은 이렇게 썰어서 판다. 나도 이렇게 썰어 놓은 떡을 수도 없이 사다 먹곤 했었다. 하지만 떡을 뽑아 당분간 안사다 먹어도 되니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완성된 우리 가래떡

 

 

 

 

 

집에 오자마자 다른 그릇에 옮겨 담았다. 뜨끈뜨끈하다. 뜨끈한 가래떡은 절로 손이 간다. 집에 조청이 없어 꿀에 찍어 먹었다. 정말 맛있다.

 

남편도 집에 오자마자 떡부터 먹는다. 

 

그리고 우리 부부는 밤참으로도 가래떡을 또 먹었다. 겨울에는 떡국이 제 맛이라는 남편이 무척 좋아한다. 이번 설 명절에는 가래떡을 했기에 조금 더 풍성해질 것 같다.

 

추억 속으로도 잠시 빠져들 수 있어서 더욱 풍요로운 명절을 미리 느껴보기도 했다.

 

설 명절에는 역시 가래떡이 최고!

 

 

 

글·사진 | 흐르는 강물처럼(정현순)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3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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