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가을의 선물을 수확하다 -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의 벼베기 현장

 

 

10월 20일, 도시농부학교 수강생들이 벼베기를 하는 현장에 다녀왔어요.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니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 입고서~’란 동요가 저절로 흥얼거려지는 요즘이랍니다. 때 마침, 누렇게 익은 벼가 바람 편에 소식을 보내왔더군요. 지난 봄 심었던 모가 잘 자라 누렇게 익어 고개를 숙이고 수확을 기다리고 있으니, 시민 주말 농장에 사진을 찍으러 오라고요.

 

 

 

 

 

 

하여, 제리는 단짝 디카와 함께 가을 바람을 쌩쌩~ 가르며 그 현장으로 달려갔답니다. 지난 6월에 어린 모들을 마지막으로 보고 왔기에, 다 자란 그 모습들이 무척이나 궁금했어요.

 

 

 

 

 

 

벼베기를 응원이라도 하는 것처럼, 가을 하늘은 드높고 예뻤어요. 공사중인 높은 건물도 저 하늘과 함께하고 싶은지, 카메라 렌즈 속으로 그 모습을 살짝 비추네요.

 

 

 

 

 

 

누런 벼를 보러 가는 길에 만난 꽃입니다. 어여쁜 꽃의 눈길을 외면하지 못하고 찰~~칵! 남겨놓았답니다.

 

 

 

 

 

 

텃밭에서는 가을의 무와 배추가 파아란 하늘을 보며 잘 자라고 있었어요. 가을이 깊어지고 겨울문턱에 들어서면 이 친구들은 맛있는 김치가 되어 식탁에 오르겠죠?

 

 

 

 

 

 

무, 배추밭을 지나 논으로 가 보았어요. 인근에 마련해 놓은 연못에서 오리들이 친구들과 함께 가을 햇볕을 즐기고 있네요. 아빠를 따라 나선 주말 농장에서 아이는 그새 오리와 친구가 되어 오리에게 자꾸만 말을 걸더군요. 오리도 무어라 대답해 주었지만 제리는 절대 알아 들을 수 없었답니다. 아이와 오리만이 통하는 언어였으니까요. ㅋㅋ 
 
 

 

 

 

 

까만 오리들과 하얀 오리들이 색깔 별로 서로 무리 지어 있네요. 설마 얘네들, 편 먹고 싸우고 있는 건 아니겠죠?ㅎㅎ ‘얼른 우리처럼 줄 맞춰 벼베기를 하세요~!’ 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에게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지난 여름, ‘볼라벤’이라는 심술궂은 태풍 속에서도 꿋꿋이 견디고 탈 없이 결실을 맺은 기특한 벼들. ‘아! 너희들 참 잘 자라주었구나.’ 라며 인사를 건넸지요. 벼들도 고개 숙여 제리를 반겼어요. 제리는 황금빛 벼들이 광명 소하동에 아직 남아 있음이 그저 신기하기만 하네요.

 

 

 

 

 

 

 

“안녕하세요? 제리님!”


“반가워 오리들아~”

 

지난 여름 내내 벼와 벼 사이를 누비며 해충을 잡아준 고마운 오리들이에요. 덕분에 벼들이 잘 자랄 수 있었답니다. 제리는 이 오리들과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어요.
 

 

 

 

 

 

잘 여문 누런 벼들이 고개를 숙이고, 수줍은 듯 오늘의 일꾼들을 기다리고 있어요. 가만 보니, 이 벼들 정말 잘~ 생겼네요!

 

 

 

 

 

 

벼베기 시작 전, 모를 심을 때와 마찬가지로 보고 배울 누군가의 시범이 필요합니다. 박영재(텃밭 보급소 사무국장)님의 훌륭한 시범을 따라 벼베기가 시작 되었어요. 자! 본격적인 벼베기 현장을 따라가 보기로 할까요?

 

 

 

 

 

 

이 야그는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서도ㅎㅎ 제리는 벼베기를 제법 한답니다. 그래서 바로 낫을 들고 논으로 들어 갔어요. 소하동의 가을 하늘에 써~억 써~억 경쾌한 낫질 소리가 울려 퍼졌어요.(지금 저, 잘 하고 있죠? ㅋㅋ)

 

 

 

 

 

 

 

이 분께서는 벼베기의 예술을 보여 주셨어요. 한꺼번에 여러 포기를 쥐고, 손목의 스냅을 잘 이용해 쓰윽~ 쓰윽~ 어느새 이만큼이나 벼들을 베어냈네요. 베어낸 벼들은 정갈하게 놓여지고 있어요. 벼를 베고 난 후 논의 모습도 중요하거든요.

 

 

 

 

 

 

벼에 기대어, 낫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요 낫은 방금 전까지 제리가 벼베기에 쓰던 낫이랍니다.

 

 

 

 

 

 

지난 봄, 이 논에는 세가지 품종의 모를 심었어요. 일반 벼, 대추찰 벼 그리고 까투리 찰벼. (박영재 사무국장님의 설명으로 알게 되었답니다.) 농촌에서 자란 제리지만, 제게도 까투리 찰벼와 대추찰 벼(개량종이 아닌 전통 벼)는 낯선 품종이에요. 사진에 보이는 이 벼는 대추찰 벼랍니다.

 

 

 

 

 

 

까투리 찰벼는 키가 크고 모양이 꼭 수수와 비슷하네요.

 

 

 

 

 

 

백지장도 맛들면 낫다고 하죠? 함께 힘을 합치니, 어느새 빽빽하던 논의 모습이 이렇게 훤해졌어요.
 
"이 많은 일을 언제 다 하지?" 하며 눈이 걱정할 때,


"걱정 마라. 내가 다 하마" 라며 손은 벌써 일을 시작한다는 군요.


정말 그렇죠? 실제로 일은 손이 하지, 눈이 하는 게 아니니까요.

 

 

 

 

 

 

아빠를 따라온 아이들의 모습이에요. 아빠가 벼베기를 하는 동안, 오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웠는지, 제리의 카메라는 제리도 모르는 새에 이렇게 아이들에게 다가와 있네요.
 

 

 

 

 

 

벼베기가 생각보다 힘들다던 빨간 조끼의 어머님. 그래도, 도심 속에서 하는 이 특별한 경험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뜻 깊다고 덧붙이십니다.

 

 

 

 

 

 

이제 이 부분만 베고 나면 새참을 먹으러 갈 수 있습니다! 몇 포기 안 남은 벼들을 서로 함께 베어 나갑니다.
 

 

 

 

 

 

벼를 베어내며 잠깐 허리를 펴 봅니다. 능숙하게 벼를 베는 분들은 여전히 허리를 굽혀 쓱싹 쓱싹~~ 일을 멈추지 않네요. 와우~! 정말 잘 하시는걸요? ^*^
 

 

 

 

 

 

앗! 갑자기 준혁이가 뛰어들어 누워있는 벼에 쉬~를 하네요.^^;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모두들 한바탕 웃으며 사진증거(?)를 남기느라 애썼답니다. 들리시나요? 찰칵! 찰칵! 이 카메라 저 카메라의 바쁜 셔터소리!
 

 

 

 

 

 

벼를 베어낸 자리에 남겨진 밑둥이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어요. 이 밑둥을 보며, 할 일을 다 끝내고 휴식을 취하는 우리 부모의 모습을 떠올리는 건 제리의 지나친 감상일까요?ㅎㅎ

 

 

 

 

 

 

우리는 바닥에 떨어진 이삭 하나도 소중히 하기 때문에, 이렇게 알뜰 살뜰히 거둡니다.

 

 

 

 

 

 

한쪽에서는 자연 공부가 한창이네요.

 

"이거 먹어도 되는 거에요?"


궁금한 것이 많은 아이들은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설명을 하나하나 귀담아 듣고 있네요. 그 내용이 궁금하여 제리도 공부현장에 살짝 다가갔답니다. 정말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설명을 듣던 저 아이가 참 인상 깊었어요.

 

 

 

 

 

 

"이 벼의 껍질을 벗기면 먹을 수 있단다. 밥으로 먹을 때는 이 하얀 알갱이를 익혀서 먹는 거야. 아~~~해봐~~~."


아이는 신기한 듯 입 속에 쌀알 하나를 넣고 오물 오물 깨물어요.

 

 

 

 

 

 

계획했던 만큼의 벼베기가 끝나, 지금부터는 휴식시간입니다. 

 

다섯 살 준혁이와 아홉 살 서준이는(소하2동) 아버지를 따라 텃밭에 자주 온다고 하네요. 아빠를 아버지라 부르는 귀여운 준혁이네 3부자의 모습도 한 컷 찰칵! 준혁이 아빠는 아이들에게 정말 값진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사춘기가 되어 마음이 힘들어져도, 이 아이들만큼은 아빠와의 소중했던 이 추억들을 생각하며 잘 견디고 극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2011년부터 농부학교를 수강하고 지금은 텃밭의 멘토 역할을 하신다는 신성은씨(손만 출연). 지금은 방금 캐온 땅콩을 손질하고 계시는군요. 촉촉한 흙 냄새가 훅~~ 코에 들어오는 순간, 아! 이 반가운 내음. 왠지 익숙하다 했더니 바로 옛날에 맡던 고향냄새더군요.

 

 

 

 

 

 

새참을 기다리는 이양희(텃밭보급소 실천위원)님과 박영재(텃밭보급소 사무국장)님이세요. 저 익살스런 표정들을 놓칠 순 없죠! 제리의 순간포착~ 어떤가요?^^

 

 

 

 

 

 

인간에게 풍요를 주는 고마운 땅. 땅의 선물들 중 하나인 잘 자란 호박들이 호박오가리로 변신하기 위해, 알몸의 부끄러움까지도 불사하고 있답니다. 호박이 잘 말리는지, 탈은 나지 않았는지 보살펴 주는 저 분의 모습도 놓칠 수 없답니다. 호박들을 배경으로 한 컷!
 
 

 

 

 

 

다른 농장에서 방금 따온 수세미와 터키터번 호박(?), 그리고 요상하게 생긴 호박(?)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개성을 뽐내고 있네요. 이렇듯 시민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의 종류는 참 다양하답니다.

 

 

 

 

 

 

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새참이 나왔어요. 막걸리와 순대와 사과, 그리고 부.침.개!

 

 

 

 

 

 

따끈따끈한 찐빵도 나왔어요. 배고프신 분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요.

 

 

 

 

 

 

열심히 벼베기를 한 후의 새참이라 더 맛있었답니다. 이 때만큼은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농부학교가 있음에 행복하다는 한 수강생은 학생시절에는 정말 벼가 쌀 나무에서 열리는 줄 알았다네요. 이 분께선 도시 농부학교, 주말농장 등의 여러 경로를 통한 체험과 경험은 도시 아이들에게도 유익하고 꼭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하시며, 앞으로는 농사를 더 적극적으로 배우고 싶다고 하십니다.

 

어느덧 도시텃밭에 가을 바람이 다시 붑니다. 잔잔히 몸을 흔들고 있는 밭 작물들은 바람결을 따라 노래를 부르는 것 같습니다. 일주일 후의 탈곡현장 모습을 기대하며 제리는 시민텃밭을 나왔습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편집 | 꽃님이(강지수)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