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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따끈따끈, 갓 나온 엄마 손맛 - 어릴 적 먹던 두부를 떠오르게 하는 광명시장의 즉석두부

 

 

광명중앙시장을 다니면서 언제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따끈한 모습에 반해 사먹게 된 즉석두부. 여느 두부와 다르게 예전 어릴 적 먹던 두부 맛이라 엄마 손맛이 그리울 때면 즐겨 사먹는 두부입니다. 인상 좋은 부부가 늘 웃는 얼굴로 성실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 얼마 전에 "언제 한 번 두부 만드시는 모습 찍어도 되겠어요?"라고 물었습니다. 주인 부부는 흔쾌히 승낙을 했고 드디어 가게를 방문하게 되었어요.

 

 

 

 

가게는 문을 열었으나 주인아저씨는 안에서 혼자 두부를 만드시느라 밖은 조용하네요.

 

 

 

 

인사를 드리며 안으로 들어간 가게 겸 공장은 모든 게 자동화시설이었습니다. 예전에 우리 부모님들이 모든 걸 손으로 할 때가 문득 떠올랐어요. 설날이 다가오면 하루 종일 맷돌에 콩을 갈아서 두부를 만들었지요.

 

 

 

 

14시간 정도 불린 콩을 기계에 넣고 물을 섞어가면서 갈면,

 

 

 

 

 

이런 걸쭉한 콩물이 되어요. 찌꺼기가 가라앉은 콩물을 잘 젓습니다.

 

 

 

 

 

끓이는 과정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껍데기(비지)를 걸러내는 곳이 있어요. 끓이는 곳에 넣어 펄펄 끓여서

 

 

 

 

거름주머니를 깐 통에다 붓네요.

 

 

 

 

다시 거름주머니에 걸러진 찌꺼기를 걸러내고,

 

 

 

 

 

간수와 소금을 넣어요. 이 가게에서는 천연 간수를 쓴다고 해요. 뜨거우니까 이번에도 기계로 잘 저어서 10분 정도를 두면,

 

 

 

 

이렇게 응어리가 집니다. 이 때의 두부를 순두부라 하는 거예요.

 

 

 

 

주인아저씨의 청결함은 말할 필요도 없어요. 수시로 바닥이나 그릇들을 씻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이 집에서 쓰는 모든 보자기는 전용 세탁기에 화학세제를 쓰지 않고 깨끗하게 빨아 쓴다고 해요. 눌러줄 통에다가 보자기를 깔고요,

 

 

 

 

 

엉긴 국물을 통에 퍼 넣고,

 

 

 

정성스레 보자기를 덮어주고,

 

 

 

 

10분 정도를 꾸~ 욱 눌러주면

 

 

 

 

이렇게 두부 모양이 완성됩니다.

 

 

 

 

그래도 물이 덜 빠진 두부가 있으면 이렇게 올려놓고, 물이 빠진 후에 팔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계에 남아있는 비지를 긁어내면 두부 공정은 끝납니다.

 

 

 

 

그런데 조금 전에 두부가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옆집 아주머니가 돈을 두고 갑니다. 예약인 셈이지요. 얼마나 인기가 있으면 이렇게 예약까지 할까요.

 

 

 

물기가 조금 덜 빠졌지만, 아저씨는 따끈따끈한 상태로 한 판을 잘라서 얼른 한 모 갔다드렸어요.

 

 

 

 

이 집에서는 검은깨두부도 만들고 야채두부도 만들어요.

 

 

 

 

판매하는 매대에는 찜기 위에 두부를 올려놓아 언제나 따끈따끈한 두부를 살 수 있어요.

 

 

 

 

 

아지매 : 콩은 국산을 쓰시나요?

 

주인아저씨 : 나라에서 사다 쓰는데요.

 

아지매 : 그게 뭔 말인지요?

 

주인아저씨 :  수입콩 쓴다는 말입니다. 우리나라 회사나 개인으로 두부 만드는 곳에서 모두 국산콩 쓰면 얼마 못가서 우리콩 다 떨어져요. 그리고 값도 우리 집처럼 1500원 받을 수 있나요? 콩 한 가마니에 100만원이 넘는데요. 그렇게 되면 부자들이나 두부 먹어보지 없는 사람들은 두부도 못 사먹어요.

 


농산물은 벌써부터 외국산이 대세라니...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요. 서민들도 우리콩으로 만든 두부를 마음껏 먹는 날이 온다면 좋겠네요.

 

 

 

 

GMO 논란 등 안전성으로부터 자유롭지가 않은 수입콩을 쓴다니 좀 아쉽긴 했지만 맛도 있고 만드는 과정도 깨끗하고 전혀 나무랄 데가 없는 곳이었어요.

 
맷돌에 콩을 갈아 큰 가마솥에서 넣고, 펄펄 끓던 하얀 콩물을 퍼서 삼베보자기에 싼 후 싸리발 위에 얹어놓고 돌로 눌러놓았던.... 그 모습이 눈에 선해 다녀온 광명시장의 즉석두부 공장 겸 가게. 옛날의 향수를 느끼고 엄마 손맛을 떠올리기 위해 저는 앞으로도 이곳에서나마 위안을 삼아보려 합니다.

 

 

 

 

글·사진 | 렌즈로 보는 세상(김분호)

온라인 시민필진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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