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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길에 홀리다(2) - 새터안로17번길 위, 그 비밀스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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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버린 건물을 기억하려는 듯
 
홀로선 대문 너머

 

 

 

 

 

새터안로 17번길 위 그 비밀스런 공간으로 떠나보자.

 

 

 

 

 

 바람에 날아가는 지붕이 있었을까?
 
지붕 위엔 벽돌이며 폐타이어들이 수북하다.
 
형체뿐인 대문 너머
 
뜻밖의 모습이 나를 사로잡았다.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그 길 위에 올라선다.
 
좁은 골목,
 
나그네에게 길을 내어주듯 자전거가 한쪽으로 비켜섰다.

 

 

 

 

 

 골목엔 지친 다리를 쉴 수 있는 의자가 있다.
 
꽃밭에 놓인 의자에서는
 
다리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쉬어 갈 수 있을 것 같다.

 

 

 

 

 

 몇 걸음 걸었을까.
 
도망칠 겨를도 없이
 
눈앞에 펼쳐진 초록 세상과 마주하고 말았다.
 
집을 뛰쳐나오다 붙잡힌 꽃송이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텃밭 입구에 문을 세워 두었다.
 
그 허술함이 마치 나는 믿을 테니 알아서 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파릇한 채소들은 저마다 싱그럽다.

 

 

 

 

 

좁은 골목을 따라 작은 대문들이 늘어섰다.
 
하지만,
 
반가운 손님을 기다리는 듯 대부분 열려있다.
 
한낮 더위를 피해
 
개구쟁이 바람이 손님보다 먼저 집안으로 들어선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골목들
 
하나의 끝에 다다랐다.
 
길은 언제나 길로 이어지는 법.
 
연립 건물들과 마주치더라도 놀라지 말고
 
돌아서서 다시 그 길을 가자.

 

 

 

 

 

 바닥까지 물들어가는 초록에 어지럽다.
 
휘청이다 붙잡은 꽃가지.
 
손바닥에 넘쳐흐르는 초록물, 초록물...
 
5월은 끊임없이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초록 잎들이 수놓은 골목을 따라가다
 
길 위에서 길을 잃었다.
 
발밑에선

 

지난 가을의 낙엽이 조롱하듯 바스락댄다.
 
새터안로 17번길 위에서.

 

 

 

 

 

 길 위에서는 언제나 내가 선 그 길과
 
자신을 믿어야 한다.
 
한참을 걸었다.
 
골목 끝에서 돌아오고, 또 돌아오고.

 

 

 

 

 

 광명 속 정글.
 
직접 걸어보기 전엔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알 수 없는 곳을 걷고 있다.
 
너무 비좁은 그 길 위에서는 반드시

 

한 줄로 걸어야 한다.

 

 

 

 

 

허름한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생각했다.
 
뉴타운이나  재개발이 되고나면
 
사라져버릴 마을.
 
도덕산 등산로를 오를 때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왜 이 길을 걸었을까?
 
나는
 
개발 후 사라져버릴 기억하고 싶은 광명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사진을 찍으며 걷는 동안

 

길은 나에게
 
꽃향기 가득했던 봄날의 추억과
 
도덕산에서 흘러내린 녹음으로 물들어 가는 여름, 그리고
 
내가 만나지 못한 가을과 겨울을 속삭였다.

 

 

 

 

 

 골목길이 끝나는 길 위에 다시 섰다.
 
세월을 붙잡아 놓을 빨래집게가 내 발길을 붙잡는다.
 
새터안로17번 길 위에서
 
시간은 유난히 느리게 흘러간다.

 

 

 

 

 

도덕산 자락을 베고 누운 듯 한 광명7동 새터안로 17번 길,

 

그 길 위에도 사람이 산다.
 
 
 


녹음.

 

길 위에 흩날리며 손짓한다.

 

좁고 향기로운 골목으로 이어지는
 
그 길로 오라고...
 

 

 

 

글·사진 | 곧미녀(김경애)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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