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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나와 우리, 모두의 축제 - 제10회 광명시 평생학습축제, 그 두번째 이야기


광명에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큰 축제가 하나 있으니 일요일(6월 12일)에 같이 가보자며 남편이 말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그 축제 이름이 “평생학습 축제”랍니다.
켁~ 졸음을 부르는 이름이네요.


그렇다곤 해도 비가 온다고 했었는데 말끔히 개어버린 주말의 하늘을 보고 있자니 아쉽더군요. 가까운 곳이고 하니 가보기로 했죠.


하지만 휴일 대낮이면 어김없이 시체 상태로 나뒹구는 좀비 남편님, 낮잠에서 깰 기미가 도통 없습니다. 마구 다그쳤더니 그제야 주섬주섬 일어나 구시렁거리며 나갈 차비를 합니다.


결국 5시를 갓 넘긴 시각, 모자랑 카메라 잘 챙기고 집을 나섰어요. ^^ 우리 아파트 단지 사진이죠. 주변이 산이라 낮 동안 기온이 꽤 높았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옵니다.



버스 타고 몇 정거장 가다보니 실내체육관에 도착했습니다. 결혼하고 광명에 터를 잡은지 이제 4개월된 저의 놀라운(?) 방향감각을 시험하고자 "여긴 어디?", "철산역은 어느 쪽일까?"라며
함께 외출할 때마다 물어보던 광명 토박이 남편,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안 물어봅니다. ㅋㅋㅋ(휴...)

처음 가보는 실내체육관 부지로 들어서니 남편과 제 시선을 확 잡아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축제의 백미는 단연코 먹거리죠! 밥부터 시작해서 간단한 분식류들이 즐비합니다. ^^ 각종 봉사단체에서 많이들 나오셨더군요. 하지만, 폐막식이 6시여서 저희에겐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ㅠㅠ



발목을 붙잡는 먹거리를 뒤로하고, 빨리 행사장 내부를 둘러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헉; 이런... 이미 휑한 곳이 많았어요. 어쩔 겁니까? 내 기대감을 돌려줘!ㅠㅠ 실내체육관 안에서 열렸던 동아리 작품 전시는 결국 단 하나도 못 봤답니다.



하아...... 여기가 전시회장이었구나...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밖으로 나왔어요. 다행히 바깥쪽은 아직 사람이 많았답니다. ^^ 여기가 축제장이다!!라며 자기주장을 하는 애드벌룬과 연날리기에 몰두하며 삼삼오오 모여있는 시민들이 제 아쉬운 맘을 달래줍니다.

운동장을 따라 쭉 둘러보니 권역별 부스는 아직 파장하지 않은 곳이 몇몇 남아있더군요! 커피한잔과 마들렌 한 봉지 사서 둘이 후딱 나눠먹고 운동장을 따라 축제의 막바지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오간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 이 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한 바퀴 쭉 둘러보고 광장으로 나오니 추억의 스프링말(?)이 있더군요. +_+
역시 축제에서 가장 즐거운 건 어린아이들이겠죠. 어린시절 부모님 졸라 야시장에 갔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어요.


또, 한쪽에선 온갖 인형탈을 쓴 캐릭터들이 춤을 추며 아이들의 시선을 잡고 있더군요. 이젠 동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저희 부부는 '이 더위에 저게 뭐하는 짓이냐, 니네가 고생이 많다, 일관성 없이 온갖 캐릭터가 잡탕으로 다 모였다'며 썩소를 날려댔지만,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연신 율동을 따라하며 좋아라하더군요. 아이들 사고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ㅋㅋ



광장을 지나 오픈아트홀로 향하다보니 다문화 체험 부스도 있었습니다. 폐막식을 곧 앞둔 시간대여서 다 파장하는 분위기였지만, 얼핏 보기에도 식문화 체험 쪽이 많아 보였는데 먹거리에 관심도 백배인 저로서는 참 아쉬웠어요.


곧 폐막식을 거행한다는 방송 안내를 듣고 오픈아트홀로 들어갔더니 많은 시민들이 이미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어요.

저희 부부도 한자리 차지하고 폐막식을 보고 오기로 했답니다.


첫 공연은 이게 뭐지? 갸우뚱거리다 화면을 유심히 바라보곤 아! 했답니다. 샌드 애니메이션이었군요. 현란한 손놀림으로 모래 도화지를 한번 쓸고 갈 때마다 새로운 그림이 숨 가쁘게 화면을 메워갑니다. 접해본 적 없는 공연이라 흥미진진했어요.

광고 화면을 보는 느낌이랄까, 특히 새싹이 나무로 자라는 장면에서 속으로 오오! 했답니다.


두번째 공연은 국악 퓨전그룹인 “별”의 공연이었어요. 사실 전 이 공연에 흥미가 많았는데요,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요. ㅠㅠ 좋은 시도임에는 분명하지만, 아쉬움이 너무 컸답니다. 특히나! 전 제 이름만큼이나(-_-;;) 소리에 민감해서요. 공연장 음향이 워낙 뭉개져서 전달력이 많이 떨어지는 공연이었습니다.

오픈 홀인데다 관 주체 공연이라는 걸 감안한다 해도 평균점을 주기에도 아까운 음향이었습니다. ㅠㅠ


다음으로 동아리 수상작들 공연이 이어졌습니다.

첫 순서는 어르신 부 대상작이었는데요, 아름다운 전통 무용이었습니다. 부채 입춤이라고 하면 되나요? 정확한 명칭은 모르겠지만요.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들이 사뿐사뿐 우아한 춤사위를 펼쳐 보이셨어요.


놀랍게도 이분들 평균 연령이 67세라고 합니다. 세상에나! 흔히 배움엔 적기가 없다고들 하는데 그 말이 바로 이분들께 해당되는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다음 공연은 성인부 대상작이었습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분들의 응원 또한 눈에 띄었답니다. ^^ 북을 내리치는 힘찬 몸짓에 제 스트레스마저 훌훌 날아가는 느낌이었습니다.

화려한 기교가 없음에도 눈을 뗄 수 없는 것은 역시 그 에너지 덕이겠죠. 전원이 여성분들이셨고 대다수가 주부인 것 같았는데요, 같은 주부로서 시간 쪼개어가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정진하고 또 공연까지 참여하는 열띤 활동에 존경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끝으로 이어진 공연은 청소년 부 대상작이었어요. 아 그런데 이 학생들 뭡니까,

너무 잘 하잖아요! ^^
화려한 동작에 실력도 대단합니다. 요새 학생 사물패들은 수준이 상당하네요. 특히 상쇠로 보이는 꽹과리 여학생 어쩜 그리 눈에 띄는지. 화려한 손놀림 덕에 장고 쪽으로 눈이 더 가게 마련인데, 이 여학생 쪽으로만 시선이 자꾸 가더군요. 꽹과리를 아주 자유자재로 다루더라고요. 이 학생들 공연을 본 것만으로도 예상치 못한 수확을 한 느낌이 물씬 들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은 마지막 순서를 맞았어요.

여행스케치의 공연이 대미를 장식했답니다. 여행스케치는 익숙하진 않다 해도 친숙함과 실력을 두루 갖춘 팀 아니겠습니까? 본인들 곡뿐만 아니라 유명 팝송도 부르는 등, 시 행사에서 독점하기엔 아까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네요. ^^


폐막식을 마치고 오픈홀을 나서니, 이미 많이 어두워졌더군요. 더 늦기 전에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기를 바라며 먹거리 장터가 늘어서 있던 입구 근처로 다시 가 보았어요.


아아, 하지만 역시 끝날 때가 다 되어서 그런지 이쪽도 많이 파장한 분위기였죠. 다행히 아직 장사중인 곳이 남아 있어 떡볶이와 전과 어묵을 함께 먹었답니다.


양 좀 보세요! 1인분씩만 샀는데 끝날 시간이어서 그런지 서비스가 상당했어요. ^^;


아무리 양이 많다해도 음식을 남길 저희 부부가 아니죠. 배가 넘 고팠던 우리는 중간중간 처묵처묵하는 사진찍을 새도 없이 깨끗히 비웠답니다.


이제 배도 불었겠다, 오랜만에보는 넓은 잔디밭이니만큼 이번 기회에 실컷 밟아줘야 한다는 좀비 남편의 재촉에 운동장으로 향했답니다.
운동장 쪽은 이제 정말 끝임을 알려주듯, 대부분의 부스가 텅텅 비어있었어요.

땅으로 끌려 내려온 애드벌룬도 제몫을 다하고 바람이 한창 빠지고 있는 중이었답니다.



난생 처음 접해보는 평생학습축제는 아쉽게도 이 정도로 즐기는 데서 끝맺어야 했어요. 조금 더 일찍 가서 다양한 체험 행사도 참여해보고 느긋하게 구경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어쩔 수 없죠. 좀비 남편과 같이 사는 덕분에 내년을 기약해보는 수밖에요!

‘평생학습축제’라는 딱딱한 명칭과는 달리, 대다수 부스들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체험이 주인 것 같았거든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평생학습의 방향성과 성격을 느끼게 해준 행사였습니다.



벌써 10주년을 맞은 광명시 평생학습축제, 보다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시에서 홍보에 더 힘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생각보다 몰라서 못 갔다는 분이 꽤 있더라고요.

아파트 벽면에 커다란 현수막을 걸어놓은 건 참 디자인적인 면에서도 감각 있어 보였고, 또 눈에 확 띄더군요. 비슷한 류의 홍보 방법을 더 많이 고안해서 누구나 평생학습에 관심을 갖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으면 합니다. 특히 ‘학습’이란 단어에서 나오는 묘한 거부감, 이걸 없애주는 것도 중요하겠죠.


버스타고 오는 내내 좀비와 축제에 대해 도란도란 대화를 나눴답니다. 제대로 처음부터 끝까지 즐긴 건 폐막 공연 하나였기에 그에 대한 게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었지만, 나름 즐거운 외출이었어요.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길, 기대감 가득한 마음으로 앞으로 계속해서 열릴 평생학습축제의 모습을 가만히 그려봅니다.


제1기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솔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