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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

내 생애 마지막 슬픈 노래 - 광명시민을 울린 감성 가족극, 동치미

 

 

 

가정의 달 5월엔 어린이날을 비롯하여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등의 기념일이 아주 많은 달 입니다. 광명시는 문화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두번은 꼭 광명시민회관에서 무료 공연이 펼쳐지고 있거든요.

 

 

 

 

5월 3일에는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중국 요녕시의 초청 공연을 보았고, 이번엔 '착한연극, 참 좋은 연극'이라는 타이틀로 8차 앵콜 공연 중인 '동치미'를 광명시에서 보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웃다가 울다가... 울다가 웃다가... 가슴 속 까지 뻥 뚫리는 100분간의 감동 드라마...' 가 펼쳐진다는 광명소식지의 기사를 보고 부랴부랴 선착순 사전접수를 했습니다. 아들과 둘이서 보기위해 티켓을 2장 예약했습니다.

 

 

 

 


이 날 공연은 오후 3시와 저녁 7시 공연이 있었는데 저는 퇴근 후 가야 하기 때문에 7시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벌써 많은 분들이 공연을 보기 위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도 오늘 공연 참 기대가 많습니다.

 

 

 

 

연극 동치미는 1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감성 가족극,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입니다.

 

작품배경으로는...

2004년 10월 어느 날, 작가가 "아내 따라 6일 만에 세상을 버린 어느 시인의 비가(悲歌)" 라는 기사를 접하고 잠시 눈을 감았습니다. 원로 시조 시인 김사옥 님이 60여년간 해로했던 부인을 감작스레 잃자 식음을 전폐하며 지내다가 엿새 만에 세상을 떠났다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었습니다. 노(老)시인은 부부의 깊고 애틋한 정을 시(詩) 작품 속에 담아 세상에 남기고는 그렇게 홀연히 떠났던 것입니다.

 

 

 

 

연극 동치미(원제: 내 생애 마지막 비가)는 위의 사연을 모티브로 하여 부부애와 자식사랑 곰삭은 부정과 눌러 담은 부정 등을 진정성이 기초되는 따스한 인간애로 표현해 낸 작품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경제적으로 어려워 모두가 힘든 이즈음, 가족과 가족애, 효(孝)와 부부애, 동기간의 정(情)등을 질펀하게 담아 이 땅의 모든 분들께 훈훈함을 전하고 싶다는 메세지가 있습니다.

 

 

 

 

연극 공연을 보기 위해 시민회관 2층으로 올라왔습니다. 2층에서 바라본 1층의 좌석엔 일찍 자리를 잡고 앉아 공연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부지런한 관객들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찰칵~~~

 

 

 

드디어 공연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연출을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먼저 나오셔서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관객의 주의사항을 말씀하셨어요. 그 동안 공연을 하면서 지자체에서 초청하여 공연하기는 처음이라면서 광명시와 광명시장님에 대하여 많은 호평을 해주셨어요. 광명시에 산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할 수가 없어요.ㅎㅎㅎㅎ

 

 

 

 

연극의 첫 장면, 노부부가 등장합니다. 직업상의 후유증으로 거동이 불편한 퇴직 공무원인 김 선생, 이런 그를 아무런 불평 없이 10년간이나 간호하며 뒷바라지를 한 부인 정여사입니다. 오늘 생신을 맞은 부인과 함께 자식들을 기다리며 그 동안의 삶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먼저 1남 2녀 중 막내딸이 등장하고 그 다음에 아들과 부유한 사업가 집안으로 시집을 간 큰 딸이 선물을 사들고 들어옵니다. 그런 아들과 딸을 아버지는 막무가내로 불평을 하고 어머니는 한 없이 다정한 모습으로 자식들을 맞이합니다.

 

 

 

 

큰딸 : 아버지~ 어머니랑 함께 드세요. 보약 사왔어요.

아버지: 그런걸 뭐 하러 사와~

아들 : 아버지 이거 ○○애미가 사보냈어요.

아버지 : 그렇게 맨날 헤어져 살래? 큰 애는 캐나다에, 작은 애는 필리핀에 보내고... 기러기 아빠로 살지말고 함께 살아라.

 

이런 대화 속에 아버지가 말로는 항상 구박을 하지만 깊은 마음 속에 애뜻한 사랑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어머니 역시 자식이 항상 잘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생신이 끝난 후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머리를 자르면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할아버지는 당신이 병원에서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으면 먼제 뗄 것이라면서 할머니에게 능청을 부렸어요. 그러면 할머니는 원한다면 그렇게 해드리겠다며 서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두 부부의 다정한 대화에서 서로에 대한 사랑이 뭍어나네요.

 

 

 

 

노부부는 외출을 하고,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합니다. 할아버지가 웃으라며 '동치미'를 외치라 하니, 할머니는 쑥스러운 듯 "동치미"를 살며시 소리냅니다. 할아버지는 너무 예쁘다며 탄성을 자아내고 또 한번 '동치미'를 외치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들이 집을 담보로 사업을 벌이다가 실패를 하고 기러기 아빠가 된 신세로 아버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빕니다. 아버지는 갖고 있던 통장과 도장을 내어주며 빚을 갚으라 했습니다. 이 장면은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이었어요. 경험을 쌓고 나중에 사업하라던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던 아들이었음에도 막상 아들이 실패를 하자 용기를 주고, 어렵게 모은 재산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병원을 예약한 날, 할머니와 함께 병원으로 가던 중 갑자기 할머니가 쓰러집니다.

 

 

 

 

그 동안 할머니는 골다공증이 심해서 몇 군데 골절이 일어나고, 가슴에는 암덩어리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이 모든 것을 숨기고 심한 통증과 고통을 약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약으로 버텨왔던 시간은 너무나 오랜 시간이었고 의식불명 상태에서 위내시경을 한 결과, 진통제를 너무 많이 먹어서 위의 70%가 진통제로 차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진통제로도 참기 힘들었던 고통을 참아가며 항상 웃으며 지냈던 것이었지요.

 

 

 

 

노부부의 50여 년 동안 일상과 그들이 키워낸 1남 2녀의 자녀 이야기, 그리고 가족 사랑. 무대 위에서 그네들의 얘기보따리를 풀어내는 동안, 공연 내내 훌쩍거림과 작은 신음소리와 절절한 눈물은 객석 여기저기에 번지고 있었습니다. 관객의 대부분이 중장년층이라 그 분들이 얼마나 많은 공감을 하였는지는 그 날의 객석분위기로 충분히 알 수 있었어요. 젊은 이들에겐 부모의 자식사랑과 삶의 잔영을 여과없이 보여준 공연이었습니다.

 

 

 

 

시민회관 2층까지 피어져 올라오는 향 냄새는 가슴 속 어디선가 떠오르는 부모님에 대한 아련한 생각과 함께 지금 당장 부모님께 전화 한 통화라도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들게 했어요. 여기저기서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저도 참을 수 없는 눈물이 얼굴과 콧등으로 흐르는데 다행히 객석이 컴컴해서 누가 보는 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던 8살 아들이 "엄마 울어?"하며 얼굴을 닦아 줍니다. 눈물을 닦아 주는 내 아들에게 눈물을 맡기고 싶었습니다. 오늘의 눈물은 아들에게 창피한 눈물이 아니였기 때문일까요?

 

 

 

 

허탈하게만 보이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아버지는 "평생 택시 한번 못타보고" 하면서 '꿩먹고 알먹고'란 속담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연극을 보면서 처음으로 '꿩먹고 알먹고'의 유래를 알 수 있었습니다. 옛날에는 산에 밭을 일구기 위해 봄이 되면 불을 놓았습니다. 그러면 다른 짐승들은 다 날아가고 도망가는데 꿩은 아직 깨지 않은 알을 위해 주변의 저수지에서 몸에 물을 묻혀와 알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불이 꺼진 자리를 가보면 뜨거운 불길을 오가다가 결국 까맣게 타버린 꿩을 보게 되고 그 밑엔 반드시 알들이 있었다고 하며 어머니가 그렇게 인생을 살아오셨다고 자식들에게 이야기를 합니다.

 

 

 

 

그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남기고 아버지는 홀연히 떠납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아낌없이 다 주는 존재입니다. 부모와 자식은 가시고기와 같습니다. 노부부의 마음이 공감되어 하염없이 눈물이 나왔습니다. 공연을 본 다른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난, 절대로 저렇게 희생적인 부모는 되지 못할 것만 같은데, 또 닥치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버지의 영정을 끝으로 연극은 막을 내립니다.

 

 

 

 

노부부와 1남 2녀로 등장했던 인물들이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이렇게 공연은 끝났습니다.10대부터 60대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감성 가족극, 동치미는 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휴먼 스토리였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웃다가 울다가... 말로도, 웃음으로도, 울음으로도, 다 할 수 없는 사랑이 그 안에 있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에 가까운 곳에서 이런 감성 가족극을 맘껏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요.

 

 

 

 

출연진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행운도 얻었어요. 가까이서 배우들을 만나니 노부부로 출연했던 분들의 얼굴이 탱탱하더라구요. 깜짝 놀랬습니다. 분장을 너무 잘 하셨어요. 연극을 볼땐 완전 70대 어르신 같았는데....

 

오늘의 감동을 쭉~ 끝까지 가야 되는데, 이번주까지는 이어지겠죠? 이 마음이 잊혀지기 전에 부모님께 꼭 전화도 드리고, 이번 주말엔 찾아뵙고 인사도 드리고 몸이 불편하신 아버지 목욕도 시켜 드리고 맛있는 것도 사드려야겠어요.

 

 

 

글·사진 | miso(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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