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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용돈을 탈탈 털어 써버린 아이 -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용돈을 탈탈 털어 써버린 아이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한결(이창우)
Blog. http://blog.daum.net/alwayslcw
쉿! 가만히 귀 기울이면




봉투하나.
내게 전해진 봉투에 들어 있는 네모난 상자. 


 


받는거 마다하는 건 주는 사람 성의를 무시하는것과 같으니
일단 무조건 받고 꺼내어 보니 바닥에 깔린 종이 메모지 한장.
 




 


사랑하는 우리아빠!
아빠! 오늘 아까 전화 드렸는데 기분이 안 좋아 보이셨어요ㅠㅠ
 
뭐, 성격좋은 아빠라고 항상 밝으실 수는 없는거니까요.


저번에 하안동에서 아빠 신발을 신어 보았는대 너무 딱딱해서 짚신 신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12만원 넘는 신발 신고 다니는데...


아빠께서는 그렇게 딱딱한 신발 신고 배달가고 일하시는게
마음이 안 좋아서 신발을 사 드리고 싶었어요!
 
아, 그런데 사고 나니까 싸구려 같아서 마음이 안 편해요. ㅠㅠ 냄새도 나고...

그래도 싼 값으로 산 신발은 아닌데
거기 아줌마가 진~짜 편한거라고 추천해 주셔서 산거에요.
불편하시면 말씀해 주세요! 다른 것으로 바꿔 드릴게요!




 


맘에 쏙 드는 아직 고무냄새 채 가시지 않은 운동화 한 켤레.

아이에게 용돈 주어 본 기억이 별로 없으니 아이가 용돈 모으기가
참 빠듯했을텐대 그걸 탈탈 털어 낼 생각을 했다는...





 


한 쪽 가득히 채워 쓴 글의 마무리로는
제법 어른스런 말까지 남겨 놓았다.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상황에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거잖아요!"
 
이런,
아이가 아빠를 가르치다니... ㅜㅜ

표내지 않으려 했는대 표가 났나보다.
아빠의 모습에서 힘겨운 모습이 쪼꼼 느껴졌나 보다.




 


하얀 신발끈을 하나하나 꿰어나가며
자신의 용돈을 탈탈 털어버린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데 고개가 앞으로 앞으로
숙여지더라는...
 
분명 새 신을 선물받은 즐거움에 고개 바짝 쳐들고
신나게 웃어야 하는게 맞는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툭툭 떨어지는 눈물에
고개를 숙이게 되더라는...
 
어려움이 있어서 더 열심히 살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말도
살아서 꼭! 좋은 날이 올거라는 그 다음의 말도
 
참, 가슴이 아픈데 마음은 즐겁더라는...
 
그래! 딸내미!
딸내미가 말한 좋은 날을
꼭 만들어 보자꾸나. 꼬옥!
 

중학생용돈 얼마나 되는걸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공식이 있더랍니다.

SBS 체인지업가계부라는 조금 오래된 프로그램에서 나온거니
지금은 이것보다 더 늘었겠지요?

초등학생 : 학년 x 1,500원
 
중학생 : 매주 8000원, 학년 x 2,000원

고등학생 : 매주 12,000원, 학년 x 3,000원

내게 신발을 사준 딸아이가 이제 고등학교 1학년 올라가니
매주 12,000원 + 3,000원 = 15,000원
한달은 4주이니 6만원이 있어야 하는건데

중학생용돈으로 검색해보니
수십만원에서 보통 10만원은 넘더라네요.


하고픈 것이 많아 계획하지 않은 용돈도 필요할 때가 많은 나이.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가끔은 떡볶이도 사고 싶을 나이.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용돈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할것 같기도 한...

그런 나이의 아이의 용돈을 책을 사던가 문구류 살때
그리고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때 필요한 만큼만
달라 하는데 난 늘 달라는 만큼만 준것이
미안함을 일으키게 합니다.
 
가끔 달라는 만큼에서 조금 더 준것 같기는 하지만
그것을 모아서 내게 되돌려 준 아이의 마음.





 


아이가 준것은 신발 한켤레이지만
나는 아이가 가진 전부를 받은 것이었네요.
 
가진것의 일부가 아닌 가진것 전부를
내어 놓을 줄 아는 그런 마음을 가진 아이의 모습은

내 살아감에 있어 커다란 힘이 되어 줄것 같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