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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소통/문화 · 공연

동굴에 울려퍼진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오싹한 추위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11월의 끝자락에 광명동굴을 찾았습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 노래극을 볼 수 있다고 하니, 왠지 스산한 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여느 때와 다르게 동굴 주변이 한산하였어요.

딸아이와 함께 옷깃을 여미고 동굴에 들어갔습니다.

 

 

 

 


왠지 동굴이라 더 추울 것 같은 선입견이 있었는데 제가 깜박한 게 있었어요.

광명동굴의 일 년 열두 달 한결같이 12도 정도의 온도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공연이 진행되는 예술의 전당에 들어갔는데 오히려 밖에서보다 포근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겨울이 성큼 온 것 마냥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람객들이 이곳에 모였습니다.

민족시인 윤동주의 시를 좋아하는 분들일까요?

아니면 오늘 출연하는 가수 김현성 씨의 팬들일까요?

아니면, 동굴에 처음 구경 왔다가 우연히 공연 안내문을 보고 참석한 분들일까요?

동기는 알 수 없지만, 모두 집중모드로 '별을 스치는 바람'을 감동과 함께 관람하는 것 같았습니다.

 

 

 


 

<윤동주 노래극>은 광복 70년이 되고,

시인이 돌아가신 지도 70주기가 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공연으로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윤동주 시인의 탄생부터 그가 독립운동 혐의로 검거된 후 감옥에 가고 사망하기까지

 전 생애의 발자취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28년의 짧은 삶을 살았습니다.

가난하고 어둡던 그 시절에 조국의 현실에 가슴 아파하는 시인이었고,

그의 사상이 그가 쓴 시 속에 고스란히 반영되었습니다.

 

 

 

 

 

<<별을 스치는 바람>> 장편소설에서 발췌한 내용을 대본으로 만들어 배우 김진휘씨가 낭독하였습니다.

그의 분명하며 낭랑한 목소리를 통해, 이곳은 정적이 흐르면서 윤동주 시인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홍대에서 인기 있는 인디 밴드인 북밴드 '움직이는 꽃'이 출연하여 연주를 하였습니다.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의 노래로 잘 알려진 가수 김현성 씨도

허스키한 목소리로 청중의 시선을 사로잡았답니다.

밴드와 가수, 배우가 어우러져 무대 위에서는 윤동주의 대표 시 '자화상', '참회록','별 헤는 밤'등을

낭송과 노래로 구연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은 김현성 씨와 인디밴드의 노래를 영상으로 담아 가느라 분주합니다.

요즘은 감동이 있는 공연을 보면 지인들에게 공유하고자 이곳저곳에서 휴대폰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저 또한 깊어가는 가을 아니, 멀어져가는 가을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오늘의 추억을 진하게 남기고 싶습니다.





최근에 가수 김현성 씨는 '윤동주의 노래'라는 새 앨범을 냈더군요.

그의 감성을 자극하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윤동주 시인의 주옥같은 시를 담은 노래를 합니다.

시인의 시를 낭독할 때와 노래를 부를 때. 똑같은 시인데도 느낌은 살짝 다르더군요.

낭독을 하면 시가 또렷하게 가슴에 와 닿기도 하고,

곡조를 붙여 노래를 부르면 시가 살아 움직여 진한 감동이 됩니다.


 

 

 

 

마지막 무대는 관람객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일부 관람객들이 나와 <별 헤는 밤>을 낭독하며 70분간의 '윤동주 노래극'의 막을 내렸습니다.

가족과 함께 나와 시를 낭독하는 아이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요.

광명동굴 속에서 울려 퍼진 윤동주 시인의 시를 통해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기억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또한 윤동주 시인과 같은 시대 즉,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광명동굴 속 광부들의 번민과 고통을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광명동굴이 이름난 관광지로서만이 아니라 역사를 기억하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기대합니다.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

<중간 생략>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거외다.

 

 

- 온라인 시민필진 비젼맘(최지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