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

'그땐 그랬지' - 광명시 중앙도서관에 전시된 원화 전시회 '똥 보따리 우리 할매'

 

 

입추가 지나고 무덥던 여름도 어느덧 그 기세가 한풀 꺾인 것 같습니다.
이제 곧 가을이 당도할 것 같은 기분이지만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겠지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하여 책을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독서모임에 참석하기 위해 중앙도서관을 찾은 어느 날, 뜻밖의 반가움을 갖게 하는 그림책 원화 전시회를 만났습니다. 중앙도서관에서는 전시공간을 재정비하는 공사가 있었는데요. 지난번 그림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어떤 그림이 전시될까 내심 기대를 하던 차였지요.

 

 

 

 

 

방학을 맞아(지금은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지만) 김진완 글, 유근택 그림의 '똥 보따리 우리 할매'의 원화가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원화들은 작가의 허락을 받고 게재하였습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어찌나 정겹던지요. 마음 깊은 곳에 고여있던 그리움이 퐁퐁 샘물처럼 솟아올랐습니다. 커다란 통에 찬물을 가득 받아 옷을 홀랑 벗고 들어앉아 물장난치는 녀석들이 유년의 여름날을 기억나게 해 줍니다.

 

수도시설도 귀하고 펌프마저 귀하던 시절, 펌프가 있는 집에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모여 목욕도 하고 물놀이도 합니다. 그땐 그랬지요.
 

 

 

 

 

이 그림책은, 7~80년대 신체검사와 회충의 유무를 검사하기 위해 채변봉투가 있던 시절의 이야기인데요. 바쁘신 부모님 때문에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 주인공은 채변봉투가 없어져 엉엉 울고 맙니다.
손자의 채변봉투를 쓰레기인 줄 잘못 알고 버린 할머니가 손자의 학교를 찾아가고, 그런 할머니가 부끄러워 교실을 뛰쳐나가고...ㅎㅎ

 

이런 장면을 공감하는 세대에겐 그리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그림이지요.
 

 

 

 

 

채변봉투를 가져가는 날은 정말 고역이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미처 가져가지 못한 녀석들은 당연히 벌을 서게 마련이었고요. 개구쟁이 같은 저 녀석들도 그래서 벌을 서고 있는 모양입니다. 앗! 그런데 저기 복도 끝에 누군가가 오셨습니다.
 

 

 

 

 

채변봉투를 가져가지 못한 손자가 벌을 설까 걱정이 된 할머니께서 버선에 변을 받아 오신 겁니다. ㅎ ㅎ
 

 

 

 

 

벌을 서던 아이들은 호기심에 귀를 쫑긋 세우고 교실 벽에 바짝 붙어 안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도 어린 시절 외할머니와 함께 살았는데요, 친구에게 맞고 울며 집에 간 저를 보고 다음 날 할머니는 학교에 나타나셨습니다. 큰 키에 한복을 입고 학교에 오셔서 절 때린 친구를 혼내주고 가시더군요.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요? ㅋㅋ 그 친구가 다신 절 때리지 않았지요. 

 

이 그림을 보니 할머니의 학교 방문 이유는 다르지만, 그날의 할머니가 눈에 선하게 떠오르네요.

 

 

 

 

 

쪽 찐 머리에 구부정한 허리, 은빛 머리칼, 할머니는 손자의 교실을 요리조리 누비십니다. "아가들아 내 손자하고 싸우지들 말고~~ 잘 지내거라!"라며 부탁 반 엄포 반의 분위기인 것 같죠?
 

 

 

 

 

친구들은 깔깔대며 놀리고 아~~~ 이 순간 할머니가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할머니의 애틋한 손자 사랑도 모르고 어린 마음에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모르네요.
 

 

 

 

 

할머니의 채변 버선 때문에 창피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여 악동은 웃다가 울다가... 이마에 소나무가 돋아 날지도 모르겠군요. 할머니가 학교에 나타나신 날, 창피하기도 하지만 마음 한 편이 든든하기도 한 것이 솔직한 마음 아니겠어요? ㅎㅎ
 

 

 

 

 

자나 깨나 손주 잘 되기를 기도하고 사랑으로 키워주던 할머니가 편찮으십니다. 순자는 덜컥 겁이 나고 그동안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베풀어 주신 사랑에 가슴이 아파집니다.
 

 

 

 

 

할머니의 따뜻한 체온, 다정다감한 웃음, 할머니 냄새, 모든 것이 그립기만 합니다. 할머니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은 손주, 학교에 가져오셨던 채변 버선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노라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효를 하고 싶으나 곁에 안 계시더라는 말처럼 손자는 그 마음을 전하지도 못했는데 할머니는 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매일 아침 장독대에 정한수 한 그릇 떠 놓고 가족의 무사를 빌던 할머니의 정성이 지극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겹고 아련한 추억의 이야기 가득한 동화, 원화전시를 둘러보며 손자와 할머니의 가슴 따뜻하고 애틋한 사랑을 듬뿍 느껴 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는데요. 가슴 저 아래 고여있는 잊고 있었던 아름다운 유년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원화전시는 아쉽게도 8월 24일로 끝났지만 보고있노라면 살며시 미소 짓게 하는 정겨운  그림을 많은 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포스팅을 합니다.

 

좋은 그림을 만나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

 

 

 

 

글·사진|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제리(이현희)

http://blog.naver.com/hyunhi12010

 

 

 

 

해당게시물의 저작권은 광명시가 아닌 원저작자에게 있으므로 게시물 사용이 불가합니다.

게시물 사용을 원하시는 분은 광명시청 온라인미디어팀 (☏02-2680-2087)으로

연락하여 사전협의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