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 소통/사람사는 이야기

글에 '꽃'이 피다 - <운산고 기형도 프로젝트>를 만나다

  

 

 

바쁘게 지내던 어느 날, '운산고등학교'(광명시 소하동에 위치)에서 기형도 시인 학교의 '시락'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운산고등학교에서 준비한 기형도 프로젝트 발표회가 있으니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학교에서는 벌써 두 번째 치르는 행사인데요. '기형도 프로젝트'라는 타이틀로 시를 읽고 느낌이나 감상 등을 다양한 장르로 표현하는 특별한 수업이지요.

 

 

 

 

 

강당에 도착하니 몇몇 학생과 선생님들은 행사 준비로 바쁘시더군요. 카메라도 자리를 잡고 스탠바이 중입니다. 기형도 관련 행사로 벌써 세 번째 찾아오는 강당이라서 그런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네요.

 

 

 

 

 

 

 

강당 벽에는 오늘의 순서지가 붙어 있는데요. 첫해보다는 내용이 풍성해졌음을 벌써 짐작해 볼 수 있었어요. 하나둘 학생들이 속속 강당으로 모여듭니다. 발표의 당사자이든 친구의 발표를 보기 위해 온 친구든 설레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떨리기도 하고 가슴 부풀어 있기도 하겠죠?

 

 

 

 

 

학생들은 그동안 기형도의 시를 읽고 시화, 시 노래, 사진극, 영상시,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로 표현, 제작하였습니다. 그 작품들을 모아 친구들과 선생님들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인데요. 경진대회이니만큼 심사도 필요하답니다.

* 시인의 시와 삶이 적절히 영상으로 표현되었는가?
* 시에 대한 해석과 표현이 사실적이면서도 독창적인가?
* 배경음악 등이 효과적으로 삽입되었는가?
* 작품의 내용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되었는가?
* 발상 및 표현이 참신한가?
* 시의 아름다움을 음악적으로 잘 표현했는가?

* 작품의 내용이 극적 요소를 사용한 영상으로 표현되었는가?
* 배경음악 및 효과음 등이 효과적으로 삽입되었는가?

등의 항목으로 심사했는데요.

 

 

 

 

학생들의 독특하고도 참신한 생각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감히 심사한다는 게 불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지만, 어쩌면 이 시간이 아이들에게 사기를 진작시키고 용기를 주는 귀중한 시간이 될 거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첫 무대는 시 노래 발표로 시작되었습니다.

'길 위에서 중얼거리다'라는 시에 곡을 붙여 발표한 남학생 팀과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에 곡을 붙여 발표한 여학생 팀입니다. 학생들이 직접 만든 시 노래는 참신하고 맑은 샘물 같은 느낌으로 수줍은 목소리 속에 자랑스러움도 보였지요.

 

 

 

 

 

시의 내용을 최대한 참신하게 표현하고 독창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시 구절을 삽입하기도 하고요, 추상적 문장의 표현을 어떻게 나타내면 좋을지 고민한 흔적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감수성이 충만한 청소년 시기에 기형도의 시를 읽고 시를 마음으로 어루만져보는 운산고 학생들은 적어도 무언가에 몰입해 보는 시간을 가슴속에 간직할 거라 여겨지네요.

 

 

 

 

 

과제로 선택한 시의 내용에 적합한 것은 어떤 내용이면 좋을지, 어떻게 편집하면 좋을지 친구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시간,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는 날들이 시에 대한 애정을 더 깊게 해 주었을 테니까요. 아무 말이 없어도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영상을 찾아 선택하는 과정에서 희열을 느끼고, 그 희열은 한 뼘 더 성장하는 즐거운 선물일 거예요.

 

 

 

 

 

이 영상은 '여행자'라는 작품인데요. 시를 읽고 그 감상을 사진극으로 만들었습니다.

인생을 여행자로 해석하여 자신들의 삶의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고 성적, 대학, 꿈에 대해 그 의미를 부여한 작품 해석력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기형도의 시집 '입속의 검은 잎'을 사진극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입속의 검은 잎은 시대마다 개인마다 알 수 없는 숫자로 자랄지도 모릅니다. 우리 학생들이 어른으로 살아갈 때쯤은 입속에 검은 잎을 키우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기를 소망하고 싶었을까요?

 

 

 

 

 

시 '위험한 가계'를 읽으며 열일곱, 열여덟 21세기 청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요? 알약처럼 쓰러진 아버지를 대신해 누이는 공장에 가고 어머니는 생계유지를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내는 한 가정과 자랑할 만한 성적표를 받고도 종이배를 접어 물에 띄워 보내는 고독한 소년이 보이는 시를 읽으며 어떤 색깔의 사유를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마지막으로 다큐멘터리 작품을 감상했는데요. 기형도의 짧은 생을 한눈에 훑어볼 수 있었어요.
많지 않은 자료를 수집하고 영상으로 만든 이 작품에 많은 박수를 보냈습니다. 누군가 '기형도는 어떤 사람인가요?'라는 물음을 해 온다면 아마도 이 다큐멘터리를 만든 학생들은 자신 있게 말해 줄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작품을 제작하는 동안 기형도에 관한 자료를 찾고, 만나고, 자세히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을 테니까요.

 

 

 

 


이 작품은 이예림, 최수정, 김혜인, 김수미, 강윤모 학생팀이 그린 시화에요.
기형도 시에 나타난 고뇌와 깊은 사유를,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걷는 남자의 표정을 통해 잘 드러낸 것 같죠? 시를 읽거나 어떤 작품을 읽고 그림으로 표현해 보는 일은 참 특별하고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오래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시는 문학의 꽃이라고 하지요.

시를 좋아해서 시를 읽고 그 감상을 친구들과 협업하는 과정은 귀중하고 값진 경험이었겠죠? 그런 면에서 이 학생들은 참 행복한 인생의 한때를 보내고 있는 행운아들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광명의 시인 '기형도'는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인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드네요.

기형도 프로젝트를 통해 기형도를 사랑하고, 그의 시를 새롭게 해석하고 감상하는 운산고 학생들이 그 초석을 쌓아가고 있으니까요.

 

여러분이 '선물해준 시'를 가슴으로 받을게요. ^^

시와 함께 멋진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는 학생들에게 박수와 응원을 함께 보냅니다.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

http://blog.naver.com/hyunhi1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