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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소통/소소한 일상

시인을 만나러 갑니다 - 기형도 시인학교, 윤동주 문학관 가다

 

 

 

제가 속해 있는 광명 하안문화의 집 '기형도 시인학교'는 일 년에 한 번 문학기행과 문화탐방의 시간을 갖습니다. 지난달에는 윤동주 시인의 역사와 아픔이 담긴 문학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았습니다.

 

하안문화의 집 '기형도 시인학교'는 광명시민이라면 누구나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홈페이지를 참고하세요. http://www.ha-an.com


 

 

 

 

 

8시 40분까지 집합이지만 집을 좀 일찍 나서 이른 아침에만 느낄 수 있는 상쾌한 공기를 맛보며 걷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아파트의 모습이 오늘은 무언가 달라 보입니다.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친구의 부스스한 얼굴이 어쩐지 신선해 보이는 것처럼 말이지요.

 

 

 

 

 

 

하안 문화의 집 입구에서 회원들이 모두 모여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늘 만나던 시간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만나는 저 계단과 입구의 큰 나무가 오늘은 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버스 안에서 윤동주 시인에 대해 공부하며 그와 만날 생각에 설렘으로 한껏 들떠있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문학관이 있는 부암동에 도착했습니다. 예쁜 안내판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 주네요. 아래의 아기자기한 초록 잎들은 마치 안내판을 소중히 받쳐 든 작은 손 같습니다.

 

 

 

 

 

 

윤동주 문학관의 모습입니다.


예전 높은 지대에 있던 이 마을의 가압장이 이 건물의 전신이라고 하네요. 뜻 있는 시인들이 서로 마음을 모아 이렇게 아기자기한 윤동주 문학관의 탄생을 도왔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를 오래도록 사랑하고 기억하고자 하는 문학인들과 일반인들이 이 곳을 자주 찾고 있답니다.


가압장 건물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구조물이 나름의 멋스러움이 있더군요. 이 건물은 그의 작품 '자화상' 속 '우물'을 의미하기도 한답니다.
 

 

 

 

 

 

연세가 지긋하신 해설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조금 더 깊이 알게 된 시인 윤동주. 인간 윤동주의 꼼꼼함과 깔끔한 성격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주며 저희를 이곳저곳으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모자에 조금의 주름만 잡혀 있어도 그걸 기어이 펴서 쓰고 다니고, 재봉틀로 바느질도 자주 했다는 사실, 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지요.
 
 

 

 

 

 

전시장을 나와 영상실으로 가는 길입니다.

 

 

 

 

 

 

잠시 위를 올려다보니 꼭 우물 같은 구조입니다. 우물 속에서 파아란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일본 유학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창씨개명을 해야만 했던 윤동주 시인, 난관 앞에 홀로 서 있던 그의 심정을 짐작해 봅니다. 깊은 우물 속 같은 답답한 현실과 시대의 아픔 속에 갇혔던 시인의 심정을요.

 

 

 

 

 

 

감옥 같은 구조의 영상실. 저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 곳에서 윤동주의 일대기와 활약상, 감옥에서의 날들과 조국광복 직전 비통한 비명 한 마디를 남기고 죽어가기까지의 영상을 보며, 불운한 시대를 살다간 한 시인의 안타까운 운명에 제 가슴이 먹먹해져 옵니다. 어느덧 제 눈가도 촉촉해졌습니다.
 
 

 

 

 

 

문학관을 나와 ‘시인의 언덕’에 올라가 보기로 했습니다.

 

 

 

 

 

 

계단 하나하나를 오르며 그의 시 한 편 한 편을 읊조려 봅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윤동주 시인과 소통하고자 했던 그 마음으로, 광명의 기형도 시인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 언젠가는 기형도 시인의 흔적을 찾아오는 이들을 따스히 맞이할 수 있는 그만의 문학관이 광명에도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오르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내려다봅니다. 멀리 북악산이 윤동주 문학관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언덕 위에 오르니 성벽이 보입니다. 왠지 정겨운 마음에 사진을 찍어봅니다. 시인의 언덕 위에서 오고 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묵묵히 서있네요.

 

 

 

 

 

 

이정표를 따라 더 올라가봅니다.

 

 

 

 

 

 

올라가며 마주친 묘비에 마음이 숙연해져 발길을 잠시 멈춥니다.

 

 

 

 

 

 

윤동주의 언덕에 올라서니, 저 멀리 인왕산이 보이네요.

 

 

 

 

 

 

예전 이 일대의 모습을 이렇게 그림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답니다.

 

 

 

 

 

 

시인을 만나고 내려 오는 길입니다. 이번 문학기행을 통해 시를 좋아하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이 윤동주 시인이 자리 잡는, 의미 있는 가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 '서시'를 읽어보며... 부암동 윤동주 문학관의 여정은 끝이 났습니다.

 

그 길고 긴 여운을 가득 담은 채, 문학기행의 다음 일정지 '파주'로 버스는 또 다시 달립니다. 파주 문화기행에서의 또 다른 만남을 기약하며…

 

 

 

글·사진 | 제리(이현희)

광명시 온라인 시민필진 2기